들을 수 있는 심장과 귀
작성자 : 장홍훈 | 조회수 : 639 | 작성일 : 2023년 3월 18일
들을 수 있는 심장과 귀
“사람이 온다는 건/ 실은 어마어마한 일이다./ 그는/ 그의 과거와/ 현재와/ 그리고/ 그의 미래와 함께 오기 때문이다./ 한 사람의 일생이 오기 때문이다./ 부서지기 쉬운/ 그래서 부서지기도 했을/ 마음이 오는 것이다 - 그 갈피를/ 아마 바람은 더듬어볼 수 있을 마음,/ 내 마음이/ 그런 바람을 흉내 낸다면/ 필경 환대가 될 것이다.” (정현종 `방문객')
새 학기 신입생들이 저마다의 이야기를 가지고 우리 교정에 왔다. 이제는 그들의 말에 귀를 기울여 볼 때다.
성경에 보면 “내가 너에게 무엇을 해 주기를 바라느냐?”(1열왕 3,5). 하느님께서는 사랑하는 젊은 솔로몬에게 물으신다. 그는 장수나, 부(富)와 명예나, 자기 원수의 생명을 달라고 하지 않고 오직 `들을 줄 아는 심장'을 청한다(1열왕 3,9-12). 결국 솔로몬은 들음을 통해 넓은 지혜를 얻고 깨달을 줄 아는 심장을 얻는다. 바로 이 `들을 줄 아는 심장'이 그의 어려운 임무를 감당하고, 크고도 다루기 힘든 백성을 바로 다스리고, 선과 악을 구별할 수 있는 능력을 솔로몬에게 준다. 이로써 그의 심장이 온 세계의 사정을 충만히 깨닫게 된다.(I열왕 5,9-14)
심장은 영어로 Heart이다. 이는 머리를 말하는 Head, 듣는 귀를 뜻하는 ear와 발가락 끝을 가리키는 tiptoe의 합성어다.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온 마음과 몸으로 경청한다는 의미이다. 경청(傾聽)의 경은 기울일 경(傾)으로, 상대방의 말을 들을 때에 몸을 기울여 들어야 한다는 의미이다. `聽 들을 청'자를 보면 신비스러운 의미가 있다.`耳 귀이'에 `王 임금 왕'자로 만들어져 있다. 또한 `열개 十'의 `눈 目'과 `하나 一'의 `마음 心'으로 듣는다는 것을 말한다. 따라서 경청은 왕처럼 귀를 열고 열 개의 눈과 하나의 마음으로 상대방의 이야기를 들어주라는 의미이다. 경청에는 상대방의 이야기를 들을 때 몸과 마음을 기울여 `귀'로 듣고 `눈'으로 보고 `마음'으로 공감하라는 의미가 숨어 있다.
우리말에서 `귀'는 얼굴이 좌우에 있으면서 소리 듣는 일을 한다. 귀를 이루는 여러 부위 중 가장 결정적인 곳이 귓구멍이다. 귀의 모양은 구멍으로 상징될 수 있다. 이 소리의 통, 소리의 구멍을 통해 인간의 기쁨과 슬픔, 사랑과 미움이 사람에게서 사람에게 오고 갈 수 있게 된다. 따라서 귀는 머리와 심장 심지어 영혼으로까지 이어지는 관문이다.
또한 사람의 귀는 외이(外耳), 중이(中耳), 내이(內耳)의 세 부분으로 이뤄져 있다. 이렇게 귀가 세 부분으로 이루어졌듯 남의 말을 들을 때에도 귀가 세 개인 양 들어야 하리라.“자고로 상대방이 말하는 바를 귀담아듣고, 무슨 말을 하지 않는지를 신중히 가려내며, 말하고자 하나 차마 말로 옮기지 못하는 바가 무엇인지도 귀로 가려내야 한다.”(R. 이안 시모어의 멘토 중에서)
콜카타의 성녀 마더 테레사 수녀에게 어느 날 기자가 물었다.“수녀님은 매일 기도를 오래 하신다고 들었는데 기도할 때 주로 어떤 말을 하세요?” 그러자 테레사 수녀는 말했다.“전 그저 듣기만 해요.” 기자는 다시 물었다. “그럼 하느님은 무어라 말합니까?” 그러자 수녀는 이렇게 말했다. “그분도 듣기만 해요” 테레사 수녀의 이 말을 통해서`들음'이 얼마나 신비스러운 능력인가를 맛보게 한다.“나는 하느님의 말씀을 듣고 하느님은 나의 말을 듣는다.” 이것이 수녀가 들려주는 경청의 힘이다.
오늘 이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에게 가장 긴요하고 필요한 것은 `들을 수 있는 심장과 귀'일 것이다.
서로를 존중하고 귀 기울여 경청하는 일이 사람의 마음을 얻는 최고의 지혜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