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업(良業)의 봄

작성자 : 장홍훈 | 조회수 : 4,346 | 작성일 : 2017년 3월 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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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업(良業)의 봄

 

언 땅이 풀리고, 겨우내 움츠렸던 나무 사이로 새 기운을 담은 봄이 살며시 얼굴을 내밀고 있다.

대한 독립 만세를 외쳤던 삼일절은 양업학교의 주보(主保)이신 최양업 토마스 신부님의 탄생일이기도 하다. 겨우내 닫혀있던 양업고가 20기 새내기와 1819기 젊은이들의 활기찬 웃음소리로 봄의 기지개를 펴고 있다.

사람이 온다는 건

실은 어마어마한 일이다.

그는 그의 과거와

현재와

그리고

그의 미래와 함께 오기 때문이다.

한 사람의 일생이 오기 때문이다.”

-정현종 <방문객> 중에서-

 

40명의 20기 양업 신입생과 1819기 양고생들 한 명 한명이 얼마나 소중하고 귀한 존재들인지 새삼 새롭게 느껴지는 순간들이다. 2017년 입학미사와 입학식에서 학부모님들의 솔직하고 담백한 축사가 또 하나의 양업공동체 모두의 감동의 물결이 되었다.

정범모라는 교육자는 현재의 많은 청소년들이 허우대는 좋으나 조금만 힘들면 허덕이는 신체적 심약자, 조금만 화가 나면 노발대발하고 조금만 슬퍼도 대성통곡하는 정서적 심약자, 조금만 수학문제가 어려우면 답부터 뒤지는 지적 심약자, 조금만 욕심이 동하거나 유혹이 있으면 쉬 빨려 드는 도덕적 심약자라고 신랄하게 꼬집고 있다. 우리 양업고 학생들은 이런 학생들이 없을 것이다. 혹시 그런 학생들이 있다면 그 것을 벗어 던져야 한다고 입학 미사 때 강론을 하였다. 특별히 성년이 된 양업고에 입학하는 20기 새내기들에게 양업인(良業人)이 되는 세 가지 자격(3S)에 대해 힘주어 말했다.

첫째는 좋은 습관(덕행德行-Sanctitas)3년 동안 양업고에서 배우고 익혀야 한다고 하였다. 좋은 습관이 덕행이니, 양업고 학생은 양업인(良業人)이 되기 위해 누구나 좋은 습관을 여러 해 동안 배우며 또한 죽기까지 습득하여 자기 삶을 아름답게 만들어야 할 것이다. 양업학교에 들어 올 때부터 마음이 밝고 착하고 순결했으며 부지런한 학생들이라 이미 이 덕행의 좋은 싹을 가지고 있다고 칭찬해 주었다.

둘째는 좋은 몸(건강健康-Sanitas)을 가꾸라고 하였다. 3년 동안 있을 양업의 힘든 교육과정을 잘 하기 위해서는 마땅히 육신 기질이 튼튼하고 아무 병도 없어야 한다. 몸을 튼튼하게 하여야 맘도 튼튼해지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셋째는 총명(聰明-지혜-Scientia)을 추구하라고 하였다. 양업고 학생 각자가 출중한 재주가 있으면 더욱 좋겠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적어도 자기가 가장 잘 할 수 있고, 좋아하는 한 가지를 찾고, 그 것을 힘써 부지런히 할 수 있는 용기를 가지기를 바라는 마음을 비추었다. 그러면서 양업고 생활의 크고 작은 것들 안에서 많을 것을 깨달을 수 있는 명오(明悟, 깨달음)와 그 깨달음을 잊지 않고 실천하는 기억(記憶)을 갖는 양업인(良業人)이 되길 당부하였다.

이 세 가지 것은 사실 양업고 20기 신입생들에게 하는 당부가 아니라, 내가 내 자신에게 부탁하는 간절한 청이라는 것이 더 솔직한 고백일 것이다. ‘나지작반이다. 나부터, 지금 이 순간부터, 작은 것 한 가지부터, 반복해서 지속적으로 해야 할 나의 일상(日常) 삶에 대한 자기충고(自己忠告)이기도 하다.

양업(良業)어질고 선하고 뛰어나고 아름답고 좋을 양 , 일 그리고 기초와 시작을 뜻하는 이다. 어질고 선하고 뛰어나고 아름답고 좋은 일이 시작되었다. 우리의 주보이신 가경자 최양업 토마스 신부님의 전구에 힘입어, 한 없이 좋으신 하느님께서 우리 양업고 공동체를 이끌어주시고 보호해 주실 것이다.

    새 생명이 약동하듯 젊음이 약동하는 양업에 봄이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