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멘 에스트 오멘

작성자 : 장홍훈 | 조회수 : 176 | 작성일 : 2021년 3월 26일

새봄, 개나리와 진달래꽃이 새 학기를 맞은 양업고 교정에 피었다. 새소리, 바람 소리와 어우러진 아이들 웃음소리에 봄기운이 가득하다.

두근두근 선생님도 설렌다/ 다시 만날 생각에/ 선생님이 출석을 부른다/ 조팝나무. ! 돌단풍. ! 원추리. ! 매화. !/ 모두 각자의 빛깔로/ 모두 모두 각자의 소리로/ 대답을 한다/ 미소 띤 얼굴은/ 어찌 그리 상큼한지/ 선생님도 감탄한다/ 하느님은 봄날의/ 출석을 부르시는/ 선생님이시다.”라는 마리 은혜 수녀의 글이 참 와닿는다.

재미있는 라틴말이 있다. “노멘 에스트 오멘”(Nomen est omen)이다. 노멘(Nomen)이름이다. 에스트(est)이다라는 동사다. 오멘(omen)징조이다. “이름이 징조이다.” 다시 말해 이름이라는 것은 그 사람의 독자성과 특별함을 드러내는 경우가 많아서 그의 이름을 알면 어느 만큼은 그 사람을 알 수 있다. 그렇게 알게 되면 그 사람과 좋은 관계를 맺을 수 있다. 어느 나라에서든 제 자식에게 이름을 지어줄 때 어버이는 자식의 더 나은 미래를 기원하는 마음이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아이가 태어나면 마치 아이의 이름이 그 삶을 규정하기라도 하듯이 이름 짓기에 신중을 기한다. 그래서 아직도 이름을 지어주는 작명소가 있다. 또 살다가 삶의 변화를 주고자 새 이름으로 바꾸는 일 역시 없질 않다. 작가의 필명이나 예술가의 예명 등이 그렇다. 그만큼 많은 사람이 자신의 이름이 지닌 뜻을 중요하게 여긴다.

하나의 커다란 예는 예수님 자신이다. 대천사 가브리엘이 나자렛의 마리아를 찾아와서 이제 아기를 가져 아들을 낳을 터이니 이름을 예수라 하여라. 그 아기는 위대한 분이 되어 지극히 높으신 하느님의 아들이라 불릴 것이다”(루카 1, 31-32)라고 전한다. 천사가 전해준 예수라는 이름은 민족이 이집트에서 도망쳐 가나안 땅으로 들어갈 때 모세라는 위대한 지도자의 뒤를 이어 사람들을 인도한 여호수아라는 인물을 떠올리게 하는데, 예수는 여호수아 같은이라는 뜻의 이름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예수라는 이름에는 이스라엘의 새로운 구원에 대한 희망이 투영되어 있다. 그리스 말로 발음하면 예수스이지만 히브리 말로는 요슈아’(=주님, 슈아=()가 되어, ‘주님께서 구하신다는 뜻의 이름은 구원자라는 예수님의 사명을 잘 드러내 준다.

노멘 에스트 오멘은 꽃말에도 드러난다. 개나리의 꽃말은 희망, 깊은 정, 조춘의 감격이라고 한다. 서양에선 강한 생명력을 상징하는 꽃으로 인식하고 있다. 또 진달래의 꽃말은 '신념, 애틋한 사랑, 사랑의 기쁨'이라 한다. 정말, 지금 눈앞에 보면서도 꼭 그러하지 아니한가?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준 것처럼/ 나의 이 빛깔과 향기(香氣)에 알맞은/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다오/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꽃이 되고 싶다.

우리들은 모두/ 무엇이 되고 싶다/ 너는 나에게 나는 너에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눈짓이 되고 싶다.”

김춘수 시인의 이라는 시의 시심을 피우는 새로운 봄, 새로운 학기를 꿈꾸어 본다. 바다보다 우주보다 무겁고 깊은 영혼을 가진 아이들 한명 한명의 귀한 이름을 부르는 선생님들은 얼마나 행복할까! 우리 미래의 꽃들에게 희망을 주는 아름다운 이름을 부르고 기억해 주는 선생님들은 얼마나 사랑이 많을까! 오늘도 아이들의 이름을 한 명 한 명 불러 보아야겠다. Nomen est ome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