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제) 음악파일올리기
작성자 : 이혜승 | 조회수 : 5,263 | 작성일 : 2004년 11월 28일
영화 샤인 - 라프마니노프 피아노곡
그는 유명한 피아니스트였어요 그래서 당연히 피아노 협주곡을 잘 지었지요. 그는 총 네 곡의 협주곡을 썼는데, 2번과 3번이 유명해요. 저는 1번도 좋아하긴 하는데, 4번은 너무 평범해서 별로 좋아하지 않아요. 1번은 그의 풋풋한, 아직은 덜 성숙한 맛이 느껴지는 곡이랍니다.
3번은 라흐마니노프의 협주곡 중에서도 가장 어려운 기교를 요하는 곡이라고 해요. 악보를 볼 기회가 있었는데, 저는 도저히 칠 수 없는 엄청난 기교로 가득하더군요. 저처럼 손이 작아서 도에서 한 옥타브를 넘어 겨우 레나 닿는 사람은 꿈도 꿀 수 없을 정도예요. 그만큼 변화무쌍하지요.
이 곡은 전적으로 피아노를 위한 곡이라고 할 수 있어요. 오케스트라를 구성하는 수많은 악기는 오직 한 대의 피아노를 위해 존재할 뿐이에요. 라흐마니노프가 피아니스트였고, 뛰어난 기교를 가졌으니 그럴 만도 하겠죠.
그런데 이렇게 어려운 기교로 가득찬 곡을, 오케스트라 전체 악기를 피아노 한 대로 압도할 만한 카리스마로 연주할 수 있는 연주자가 누가 있을까요?
정말 호로비츠 한 사람 밖에 없습니다. 그는 생전에 라흐마니노프를 만났습니다. 그리고 라흐마니노프는 젊은 호로비츠가 연주하는 자기 곡을 듣고 너무도 감동하여 그를 껴안았습니다. 라흐마니노프가 아주 냉정한 사람이었다는 것을 안다면 이것은 사건 중에 사건이라고 해야 할 것입니다.
생각해보세요. 저는 예전에 소설을 썼는데, 그걸 누가 영화로 만들었다고 해봐요. 그러면 왠지 손해났다는 느낌이 들지 않겠어요? 배우들의 연기가 부족해서, 감독이 연출을 잘 못해서, 내가 곳곳에 배치한 미묘한 느낌들을 잘 못 살린 것 같다는 생각이 당연히 들겠지요. 감독이 수많은 관객보다 가장 감동시키기 어려운 사람은 바로 작가일 거예요.
그런데 작곡한 사람에게까지 감동을 줄 수 있을 만큼 완벽한 연주를 이미 해냈던 호로비츠는 은퇴기가 되었을 무렵 한 번 더 이 곡을 준비했습니다. 기교가 너무나 어렵고 많은 체력을 요구하는 곡임에도 그는 이 곡을 선택했습니다. 유진 오먼디와 뉴욕 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그의 짝이 되었습니다. 오먼디도 이 곡과 인연이 깊습니다. 그는 이전에 작곡가인 라흐마니노프와 이 곡을 연주한 적이 있었던 것입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작곡가를 감동시켰던, 그리고 당 시대 최고의 피아니스트였던 호로비츠와 연주하게 되었습니다.
이 결합은 정말 환상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오먼디는 지나치지 않습니다. 자기 만의 스타일과 오케스트라의 소리를 주장하는 지휘자가 아니었습니다(그래서 오먼디가 연주하는 교향곡은 썩 좋게 들리지는 않습니다). 그는 뒤로 물러설 줄 알았습니다. 피아노의 카리스마가 필요한 이 곡과, 엄청난 카리스마를 가진 피아니스트와, 조화를 위해 오케스트라의 음을 죽일 수 있었던 오먼디는 가장 잘 어울렸습니다. 저는 만약 갖고 있는 음반 중 하나만 남기고 다 버려야한다면, 아마 이 음반을 남길 것입니다.
1악장의 도입부는 <샤인>에서 들으셨을 것입니다. 오케스트라의 아주 작은 반주와 더불어 피아노 소리가 나오는데 아주 아름답지요. 오케스트라는 피아노의 배경에 불과합니다. 라흐마니노프는 아마 이 아름다운 소리를 통해, 이 곡이 진정 피아노를 위한 곡이며, 피아노가 이 곡의 끝까지 다 이끌고 나갈 거라고 선언하는 듯 합니다.
전 악장이 다 훌륭합니다. 이 음반은 실황 녹음이라서 음들이 더욱 생생하게 느껴질 것입니다. 1악장의 조용한 열정에서 시작해서, 점차 고조되어 3악장에서 폭발될 때 흥분하지 않을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호로비츠는 어려운 카덴차를 선택해서 연주하고 있는데, 70이 넘은 나이라는 것을 믿지 못할 정도로 야성적인 연주를 들려줍니다. 그나마 조용한 2악장에서 조금 쉬는가 했더니, 3악장으로 바로 넘어갑니다. 마침내 가장 야성적이고 카리스마가 넘치는 3악장까지 끝났을 때, 저는 늘 몰입하고 있다가 녹음된 관중들의 박수 소리에 맞추어 저도 박수를 치고 있습니다.
라이브 음반에서만 느낄 수 있는 생생함이 이 음반을 더욱 사랑하게 합니다. 사람들의 기침 소리, 이런 저런 소란한 소리들이 다 들립니다. 마치 사람들이 이 연주를 잘 들으려고 애쓰는 눈빛까지 다 보이는 듯 합니다.
실황 연주답게 호로비츠는 많이 잘못된 음을 짚습니다. 별로 섬세하지 않은 제 귀에도 많이 들릴 정도입니다. 그러나 중국 고서에 보면 이런 말이 있습니다. "글자 하나가 틀렸다고 전체의 뜻을 상하게 하지 못한다." 미스터치가 있긴 하지만 그것이 호로비츠의 이 곡에 대한 완벽한 해석과 열정과 카리스마를 상하게 하지 못합니다. 저는 얼마나 많이 틀리나 보자며 주의 깊게 듣다가도 얼마 못가 그의 열정적인 연주에 귀가 팔리곤(?) 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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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유명한 피아니스트였어요 그래서 당연히 피아노 협주곡을 잘 지었지요. 그는 총 네 곡의 협주곡을 썼는데, 2번과 3번이 유명해요. 저는 1번도 좋아하긴 하는데, 4번은 너무 평범해서 별로 좋아하지 않아요. 1번은 그의 풋풋한, 아직은 덜 성숙한 맛이 느껴지는 곡이랍니다.
3번은 라흐마니노프의 협주곡 중에서도 가장 어려운 기교를 요하는 곡이라고 해요. 악보를 볼 기회가 있었는데, 저는 도저히 칠 수 없는 엄청난 기교로 가득하더군요. 저처럼 손이 작아서 도에서 한 옥타브를 넘어 겨우 레나 닿는 사람은 꿈도 꿀 수 없을 정도예요. 그만큼 변화무쌍하지요.
이 곡은 전적으로 피아노를 위한 곡이라고 할 수 있어요. 오케스트라를 구성하는 수많은 악기는 오직 한 대의 피아노를 위해 존재할 뿐이에요. 라흐마니노프가 피아니스트였고, 뛰어난 기교를 가졌으니 그럴 만도 하겠죠.
그런데 이렇게 어려운 기교로 가득찬 곡을, 오케스트라 전체 악기를 피아노 한 대로 압도할 만한 카리스마로 연주할 수 있는 연주자가 누가 있을까요?
정말 호로비츠 한 사람 밖에 없습니다. 그는 생전에 라흐마니노프를 만났습니다. 그리고 라흐마니노프는 젊은 호로비츠가 연주하는 자기 곡을 듣고 너무도 감동하여 그를 껴안았습니다. 라흐마니노프가 아주 냉정한 사람이었다는 것을 안다면 이것은 사건 중에 사건이라고 해야 할 것입니다.
생각해보세요. 저는 예전에 소설을 썼는데, 그걸 누가 영화로 만들었다고 해봐요. 그러면 왠지 손해났다는 느낌이 들지 않겠어요? 배우들의 연기가 부족해서, 감독이 연출을 잘 못해서, 내가 곳곳에 배치한 미묘한 느낌들을 잘 못 살린 것 같다는 생각이 당연히 들겠지요. 감독이 수많은 관객보다 가장 감동시키기 어려운 사람은 바로 작가일 거예요.
그런데 작곡한 사람에게까지 감동을 줄 수 있을 만큼 완벽한 연주를 이미 해냈던 호로비츠는 은퇴기가 되었을 무렵 한 번 더 이 곡을 준비했습니다. 기교가 너무나 어렵고 많은 체력을 요구하는 곡임에도 그는 이 곡을 선택했습니다. 유진 오먼디와 뉴욕 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그의 짝이 되었습니다. 오먼디도 이 곡과 인연이 깊습니다. 그는 이전에 작곡가인 라흐마니노프와 이 곡을 연주한 적이 있었던 것입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작곡가를 감동시켰던, 그리고 당 시대 최고의 피아니스트였던 호로비츠와 연주하게 되었습니다.
이 결합은 정말 환상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오먼디는 지나치지 않습니다. 자기 만의 스타일과 오케스트라의 소리를 주장하는 지휘자가 아니었습니다(그래서 오먼디가 연주하는 교향곡은 썩 좋게 들리지는 않습니다). 그는 뒤로 물러설 줄 알았습니다. 피아노의 카리스마가 필요한 이 곡과, 엄청난 카리스마를 가진 피아니스트와, 조화를 위해 오케스트라의 음을 죽일 수 있었던 오먼디는 가장 잘 어울렸습니다. 저는 만약 갖고 있는 음반 중 하나만 남기고 다 버려야한다면, 아마 이 음반을 남길 것입니다.
1악장의 도입부는 <샤인>에서 들으셨을 것입니다. 오케스트라의 아주 작은 반주와 더불어 피아노 소리가 나오는데 아주 아름답지요. 오케스트라는 피아노의 배경에 불과합니다. 라흐마니노프는 아마 이 아름다운 소리를 통해, 이 곡이 진정 피아노를 위한 곡이며, 피아노가 이 곡의 끝까지 다 이끌고 나갈 거라고 선언하는 듯 합니다.
전 악장이 다 훌륭합니다. 이 음반은 실황 녹음이라서 음들이 더욱 생생하게 느껴질 것입니다. 1악장의 조용한 열정에서 시작해서, 점차 고조되어 3악장에서 폭발될 때 흥분하지 않을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호로비츠는 어려운 카덴차를 선택해서 연주하고 있는데, 70이 넘은 나이라는 것을 믿지 못할 정도로 야성적인 연주를 들려줍니다. 그나마 조용한 2악장에서 조금 쉬는가 했더니, 3악장으로 바로 넘어갑니다. 마침내 가장 야성적이고 카리스마가 넘치는 3악장까지 끝났을 때, 저는 늘 몰입하고 있다가 녹음된 관중들의 박수 소리에 맞추어 저도 박수를 치고 있습니다.
라이브 음반에서만 느낄 수 있는 생생함이 이 음반을 더욱 사랑하게 합니다. 사람들의 기침 소리, 이런 저런 소란한 소리들이 다 들립니다. 마치 사람들이 이 연주를 잘 들으려고 애쓰는 눈빛까지 다 보이는 듯 합니다.
실황 연주답게 호로비츠는 많이 잘못된 음을 짚습니다. 별로 섬세하지 않은 제 귀에도 많이 들릴 정도입니다. 그러나 중국 고서에 보면 이런 말이 있습니다. "글자 하나가 틀렸다고 전체의 뜻을 상하게 하지 못한다." 미스터치가 있긴 하지만 그것이 호로비츠의 이 곡에 대한 완벽한 해석과 열정과 카리스마를 상하게 하지 못합니다. 저는 얼마나 많이 틀리나 보자며 주의 깊게 듣다가도 얼마 못가 그의 열정적인 연주에 귀가 팔리곤(?) 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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