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보는대로 있다
작성자 : 허미옥 | 조회수 : 3,504 | 작성일 : 2006년 6월 27일
신발 사러 가는 날 길에 보이는 건 모두 신발뿐이다.<BR>길가는 모든 사람들의 신발만 눈에 들어온다.<BR><BR>사람 전체는 안중에도 없다.<BR>미장원을 다녀오면 모든 사람의 머리에만<BR>시선이 집중된다. 그 외엔 아무것도 안 보인다.<BR><BR>그런가하면 그 반대 경우도 있다.<BR>근처 도장방이 어디냐고 물어오면 나는 갑자기 멍해진다.<BR>어디서 본 듯도 한데 도무지 생각이 나질 않는다.<BR>바로 회사 앞에 있는 그 도장방을 아침저녁 지나다니면서도<BR>도대체 기억 속에는 남아있질 않는 것이다.<BR><BR>마치 그 집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거나 다름없다.<BR>사실이 그렇다.<BR>세상은 내 마음 끌리는 대로 있기 때문이다.<BR>조화도 그게 가짜인줄 알 때까진 진짜 꽃이다.<BR><BR>빌려온 가짜 진주 목걸이를 잃어버리고는<BR>그걸 진짜로 갚으려고 평생을 고생한<BR>모파상의 어느 여인의 이야기도 이에서 비롯된다.<BR><BR>세상은 내가 보는 대로 있기 때문이다.<BR>세상은 있다고 또 다 보이는 것도 아니다.<BR>있는 게 다 보인다면 대뇌중추는<BR>너무 많은 자극의 홍수에 빠져 착란에 빠지게 될 거다.<BR><BR>그러기에 대뇌는 많은 자극 중에<BR>몇 가지만을 선택적으로 받아들인다.<BR>선택의 기준은 그때그때의<BR>대뇌의 튠(TUNE)에 따라 달라진다.<BR><BR>정말 그 모든 걸 다 받아들여지게 된다면<BR>나같이 머리 나쁜 사람은 어쩌란 말인가,<BR>고로 세상은 공평하다.<BR><BR>신나게 기분 좋은 아침엔<BR>날마다 다니는 출근길도 더 넓고 명랑해 보인다.<BR>그래서 휘파람이라도 절로 나오는 튠이 될 땐<BR>슬픈 것들은 아예 눈에도 귀에도 들어오질 않는다.<BR><BR>그러기에 내가 웃으면 세상이 웃는다고 하지 않던가…….<BR>세상은 우리가 보는 것만 보인다.<BR><BR>해변에 사는 사람에겐 바다가 보이지 않는다.<BR>그러나 어느 저녁, 문득 바라다본<BR>수평선에 저녁달이 뜨는 순간,<BR>아 ∼ 그때서야 아름다운 바다의 신비에 취하게 될 것이다.<BR><BR>세상은 내가 느끼는 것만이 보이고,<BR>또 보이는 것만이 존재한다.<BR>우린 너무나 많은 것들을 그냥 지나치고 있다.<BR>느끼질 못하고 보지 못하기 때문이다.<BR><BR>하늘이, 별이, 저녁놀이, 날이면 날마다<BR>저리도 찬란히 열려 있는데도 우리는 그냥 지나쳐 버린다.<BR><BR>대신 우린 너무 슬픈 것들만 보고 살고 있다.<BR>너무 언짢은 것들만 보고 살고 있다.<BR>그리고 속이 상하다 못해 좌절하고 자포자기까지 한다.<BR>희망도 없는 그저 캄캄한 날들만 지켜보고 있다.<BR><BR>하지만 세상이 원래 어려운 것은 아니다.<BR>어렵게 보기 때문에 어렵다.<BR>그렇다고 물론 쉬운 것도 아니다.<BR>우리가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달라진다.<BR><BR>반 컵의 물은 반이 빈 듯 보이기도<BR>하고 반이 찬 듯 보인다.<BR>비었다고 울든지, 찼다고 웃든지,<BR>그건 자신의 자유요 책임이다.<BR><BR>다만 세상은 내가 보는 것만이 존재하고<BR>또 보는 대로 있다는 사실만은 명심해야겠다.<BR><BR>내가 보고 싶은 대로 존재하는 세상이 그래서 좋다.<BR>비바람 치는 캄캄한 날에도 저 시커먼 먹구름 장을<BR>꿰뚫어 볼 수 있는 여유의 눈이 있다면,<BR>그 위엔 찬란한 태양이 빛나는 평화스런 나라가 보일 것이다.<BR><BR>세상은 보는 대로 있다.<BR>어떻게 보느냐, 그것은 자신의 책임이다. <XMP style="MARGIN: 0px"></XM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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