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 일어나 가자
-이제현 신부
메르스의 여파로 2학기에 중창제와 생활성가제를 합쳐서 양업음악회가 있었습니다. 올해도 생활성가를 청소년 성장 프로그램으로 참여하는 학생들이 있는데, 첫 시간이 있던 날에 음악회 찬조 공연을 하게 되었습니다. 어떤 성가를 부를지 상의하다가 고른 노래가 ‘자 일어나 가자’라는 노래였습니다. 우연히 고른 것 같았는데, 가사가 오늘 우리가 지내는 한국 순교자 대축일과 연관된 것이어서 더 뜻깊었습니다. ‘순교 성인의 후예들아, 너희의 숨결은 우리 희망, 우리 기쁨 되리라.’
우리 역사에서 빠질 수도 없고, 교회의 기초가 되기도 한 순교자들을 기념하는 오늘, 노래 가사처럼 그분의 후예답게 살고 있는지 반성하게 됩니다. 하느님과 이웃을 사랑하는 모습을 목숨을 바쳐 증언한 순교자들과 달리, 신앙적으로 나약하고 세상과 쉽사리 타협하며 사는데 익숙하지는 않은지 말입니다.
순교자의 후예였던 최양업 토마스 신부님의 열성을 기리는 학교에서 자주 부친 최경환 프란치스코 성인을 떠올리게 됩니다. 순교가 옛날 이야기처럼 이질적인 것으로 다가올 때, 다시 일상에서 실천할 수 있는 것임을 기억하게 해주시고, 참으로 교육해야 할 것을 깨우쳐주시기 때문입니다.
최경환 프란치스코 성인은 장을 보러 갈 때 싸고 나쁜 것을 고르곤 했습니다. 그 이유를 “찌꺼기를 사는 사람이 없으면 이 불쌍한 사람들이 어떻게 살아 갈 수 있겠소?”라고 대답하며 이웃에 대한 정다운 애덕을 실천하셨습니다. 그리고 순교하러 가는 길에서 “형제들, 용기를 내시오. 주의 천사가 손에 금으로 된 자를 쥐고 당신들의 모든 발걸음을 재고 세고 하는 것을 보시오.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께서 당신들 앞장을 서서 십자가를 지고 갈바리아로 나아가시는 것을 보시오.”라며 격려하셨습니다.
그러므로 순교자들을 기억하는 특별한 오늘, 그분들의 전구를 청하며 하느님과 이웃을 사랑하기 위해 다시 일어나는 우리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