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교의 달
작성자 : 이제현 | 조회수 : 3,402 | 작성일 : 2015년 10월 5일
지난 주, 학급의 날을 맞아서 전주 한옥마을에 다녀왔습니다.
저희 반 학생들은 한복을 입고 거리를 거니는 시간을 보냈는데,
그곳의 명소인 전동성당과 태조 이성계의 어진이 봉안된 경기전을 들르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전동성당은 워낙 많은 관광객들이 드나들어서, 출입을 통제하고 있었습니다.
제대만 겨우 볼 수 있었는데, 그곳을 배경으로 사진 찍는 이들이 많아서
예수님께 간신히 인사만 드릴 수 있었습니다.
한편 경기전으로 가는 길에는 성경의 일부를 인용하며,
몸에 칩을 받지 말라는 사람들이 진을 치고 있었습니다.
또한 관광객들 틈 사이로 소소한 간식을 담아서 건네면서,
교회에 나오시라는 사람들도 만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학생들은 그 작은 선물에 현혹되지 않고,
그분들에게 자신의 가톨릭 신앙을 분명히 밝히고 알려주었습니다.
학급의 날을 마치고 돌아오면서 가톨릭 교회의 전례력으로 전교의 달에
무엇을 이웃과 나누어야 하는지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단지 내가 믿는 신앙의 유익함이나 우월함을 받아들이는 세상은 아닙니다.
또한 많은 액세서리의 일부로서 종교를 ‘가지고’ 있는 세태에도 동의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이혼’에 관한 논쟁을 ‘이혼장’의 법적 절차로 국한시키지 않고,
‘사랑’, ‘가족’의 본질적 의미를 회복하도록 초대하십니다.
우리가 전해야 할 것은 외형의 ‘종교’가 아니라,
현대적 의미로 일상과 세상을 ‘복음화’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우리가 복음의 기쁨을 나누는 삶은 세상과의 무조건적 타협이 아니라,
자신의 신앙을 분명히 인식하면서 상대방을 존중하는 사랑의 대화에서 우러나옵니다.
신심깊은 청소년들은 이를 잘 알고 즉시 실천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청소년들은 어른들의 스승인가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