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업사랑 가족등반대회
작성자 : 이제현 | 조회수 : 3,162 | 작성일 : 2015년 11월 6일
양업사랑 가족등반대회
학교 주변의 담쟁이들이 짧았던 생에 이별을 고하는 십일월 첫 날에, 가족 등반대회가 있었습니다. 며칠 전보다 제법 쌀쌀해졌지만, 스무 남짓 가족들이 참여해서 학교 뒷산을 돌고 가져온 음식을 나누면서 사랑을 느낄 수 있는 날이었습니다.
우리 학교는 충북 지역에 있지만, 구성원들은 전국 각지에서 모여와서 아침 일찍부터 오기가 쉽지 않았을텐데, 함께 주일미사를 봉헌하고 등반하는 모습을 보면서, 모 기업의 광고 문구를 떠나서 ‘또 하나의 가족’이라고 느낄 수 있었습니다.
모든 성인 대축일을 맞아 함께한 양업 가족들을 보면서 한 주간 열심히 힘껏 살고서, 자녀와 함께 시간을 보내는 마음이 거룩하게 느껴졌습니다. 물질적으로는 예전보다 잘 살게 되었다고 하지만, 가족의 소중함이나 대화의 의미, 함께하는 것에 대한 가치를 상실하고 있는 시대에 새로운 대안과 희망을 자녀들에게 몸소 보여주는 부모님들이 위대하게 느껴졌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주님께서는 공생활을 시작하시는 모두 발언(?)처럼 행복선언을 하십니다. 행복을 편안한 감정이나 상태로 흔히 이야기하지만, 그런 상태와 거리가 멀 법한 가난한 사람, 슬퍼하는 사람, 의로움 때문에 박해를 받는 사람들이 행복하다고 하십니다. 홀로 행복함을 누릴 수 없기에, 하느님께서 직접 그들의 가족이 되어주시고 함께하시는 것이 확실한 사람들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도 그런 면에서 행복한 가족이 아닐까 생각해 보았습니다. 청소년들과 동행하는 것이 언제나 편안한 감정이나 상태를 유지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들의 가난, 슬픔, 고민 등을 공감하고 함께하면서 우리는 시나브로 함께 성장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보면 우리는 산을 오르기 위해 모였다기보다, 오르는 가족들과 일치하기 위해 모인 날이었습니다. 그래서 저물어가는 계절의 추억이 되기보다는 죽을 때까지 기쁨의 원천이 되는 오늘이 되기를 바라는 날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