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하여 행 하여라 / 이제현 교목신부

작성자 : 최영윤 | 조회수 : 4,017 | 작성일 : 2014년 6월 26일

기억하여 행 하여라

 

몇 년 전 이집트로 성지순례를 간 적이 있습니다. 그 때 거대한 스핑크스와 피라미드를 보며 파라오의 능력, 권세를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이처럼 직접 만나지 못하더라도 우리는 한 사람이 남긴 것들을 통해 그 존재의 크기를 가늠할 수 있습니다.

 

그러면 우리가 믿는 예수님은 무엇을 남겨주셨을까요? 주님께서는 스핑크스와 피라미드처럼 거대 구조물이 아닌 성체와 성혈을 우리에게 남겨주셨습니다. 성체와 성혈은 미사 때 사제의 손을 통해 높여지지만 낮은 곳에 머물러 보이지 않습니다. 또 빵과 포도주의 형상을 지니고 있지만 쪼개지고 부서지면서 우리의 양식이 되기 때문에 드러나지 않습니다.

 

이처럼 보이지 않고 드러나지 않는 성체와 성혈의 모습은 믿는 이로 하여금 모든 것을 내주시는 주님의 사랑을 만나게 합니다. 또 성체와 성혈을 모시는 이 안에서 숨어계시는 주님의 겸손을 보게 합니다. 그리고 늘 양식이 되어 사라지지만, 미사 때마다 현존하시면서 영원한 생명으로의 초대를 듣게 합니다.

 

그리스도의 몸.” “아멘.”

영성체할 때 우리의 응답은 그리스도의 성체와 성혈을 모시고 있다는 순간적 확신 이상을 의미합니다. 바로 그리스도의 사랑, 그리스도의 겸손, 그리스도의 생명에 동참하겠다는 확고한 결심인 것입니다. 그래서 성체와 성혈을 모시는 우리는 주님의 삶을 일상에서 기억하고 행하도록 파견 받습니다. 이번 한 주간도 주님과 함께 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