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사랑으로

작성자 : 정수연 | 조회수 : 3,605 | 작성일 : 2015년 7월 3일

동행 
             뜨거운 사랑으로

이제현 신부

오늘은 한국 성직자들의 수호자 성 김대건 안드레아 사제 순교자 대축일입니다. 미사의 본기도에서 성인의 삶은 ‘뜨거운 사랑으로 복음을 실천하며 교회 발전에 이바지한’ 것으로 요약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그분의 뜨거운 사랑에 대해 묵상하려고 합니다.

김대건 신부님의 뜨거운 사랑을 기억하게 하는 많은 일 가운데서, 저는 교우들과 함께 귀국하던 모습이 떠오릅니다. 몇 달 전 선생님들과 연수 일정으로 제주도 용수 성지를 방문한 적이 있습니다. 용수 성지는 김대건 신부님이 사제 서품 후 페레올 주교님을 모시고, 라파엘 호를 타고 귀국하던 중에 거센 풍랑으로 표류하여 도착한 곳입니다. 상해에서 출발한 지 한 달 가까이 되어, 성인은 비로소 제주도 한경면 용수리에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그동안 작은 배로, 전문 항해인이 아닌 교우들과 함께 풍랑을 겪은 시간들은 주님의 섭리와 그분의 뜨거운 사랑의 응답으로 오늘의 교회를 이루는 초석이 되었습니다.

이처럼 성인의 뜨거운 사랑은 실제적이고 구체적이며, 일상적인 삶의 실천으로 드러납니다. 그리고 이 모범은 청소년들과 함께하려는 우리에게도 참된 방향을 제시해주고 있습니다. 흔히 세상은 지금 당장의 청소년들의 부족함이나 미성숙한 모습에 반응하면서 ‘중2병’이라고 몰아세우든지, ‘고(苦)3’이라고 단순화하여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포용하지 않는 경향을 보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무지렁이와 같은 교우들과 배를 타고, 낯선 땅에서 고국까지 동행한 김대건 신부님의 마음으로 청소년들과 함께한다면, 관찰하기보다 더 많은 관심을 주고 수치로 평가하기보다 사랑으로 그들을 인정해 줄 수 있을 것입니다.
풍랑에 표류하는 배처럼 청소년 교육도 그렇지만, 난파하지 않고 생명을 살리는 동행길이 되면 좋겠습니다. 청소년기에 먼 길을 떠나서 늘 떠나는 삶을 살아온 김대건 신부님께 이 땅의 청소년들을 위하여 전구를 청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