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 수 있게

작성자 : 이제현 | 조회수 : 3,291 | 작성일 : 2015년 11월 6일

볼 수 있게

 

지난 주간, 2016년도 신입생 선발 2단계 전형이 있었습니다. 교사와 학생 면접관이 함께 하는 다면 면접과 관리자들과 만나는 심층면접이 사흘에 걸쳐 있었습니다. 올해가 처음은 아니지만 늘 면접 때마다 새로운 학생들을 만나면서, 기도하며 꼭 필요한 학생들을 식별할 수 있도록 청했습니다.

비록 중학교 학생들이지만, 면접 가운데서 그들의 몸짓과 말을 통해 그들이 처한 현실을 간접적이지만 생생하게 직면하는 시간이었습니다. 한 인간으로서 삶의 정체성을 규정해나가는 작업보다는 정해진 선로를 따라 목적지로 향하는 기관차처럼 살아가는 학생들, 또래 안에서 관계를 지향하는 마음과 달리 서툰 나머지 괴롭히거나 반대로 당했던 학생들, 교사 또는 부모님의 뜻과 자신의 뜻이 합해지지 않아서 움츠러든 학생들을 보았습니다. 그들에게 도시의 외곽지역에 있고, 시설도 썩 좋지만은 않은 우리 학교에 지원한 이유를 물었습니다. 다양한 대답을 하는 학생들의 모습을 돌아보며 오늘 복음을 묵상하게 됩니다.

복음에서 예리코의 눈먼 이는 내가 너에게 무엇을 해 주기를 바라느냐?” 하고 물으신 예수님께 스승님, 제가 다시 볼 수 있게 해 주십시오.”(마르 10,51)라고 말씀드립니다. 면접 때 학생들의 여러 가지 대답도 한 마디로 종합하면, 복음의 눈먼 이가 했던 대답과 다르지 않다고 느껴집니다. 곧 볼 수 있게 해달라는 것입니다. 자신의 꿈과 가능성, 그리고 한계까지 청소년들은 볼 수 있게 해달라고 요청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기성세대는 이미 예측 가능한 시행착오를 용납하려 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허용하고 포용하기보다 통제하고 금지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가거라, 네 믿음이 너를 구원하였다.”라는 주님의 말씀을 기억하면서, 우리 학교에서 만나든 그렇지 않든 면접에 임했던 청소년들이 자신과 세상에 대한 믿음을 키워가서 참된 진리를 볼 수 있기를 기도하는 시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