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로 사회

작성자 : 윤병훈 | 조회수 : 4,465 | 작성일 : 2012년 12월 3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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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로 사회

 독일의 카를수르에의 철학교수 한병철은 현대 사회를 날카롭게 철학적으로 진단하며 「피로 사회」라는 책을 내 놓았다. 이 책이 우리말로 번역되어 우리에게 베스트셀러로 읽혀지고 있다. 
 이 책에서 ‘피로’는 인체의 간이 내적으로 심한 고통을 겪는데도 외적으로는 그 고통을 감지하지 못하는 현상을 말한다며, 그는 오늘의 사회를 ‘피로 사회’라고 규정한다. 우리의 사회가 성과사회로 진입하면서 과거의 질환인 박테리아나 바이러스에 의한 질병을 앓고 있었지만 항생제의 발견으로 종식되었고, 오늘은 또 다른 새로운 질환을 앓고 있다고 지적한다. 이 질병은 신경성 질환으로 우울증, 주의력 결핍과잉행동장애, 소진 증후군 등이다.
  과거 사회인 계율사회는 ‘해야 한다’ 는 당위성에 충실하면 되었지만, 현재 사회는 급격히 성과사회로 전환되면서 ‘너도 할 수 있다’라는 긍정성에 그리고 공급 과잉에 시달려, 신경성 질환의 심각하다고 지적한다. 성과사회에서는 성과에 부응하며 잘하는 사람은 긍정적인 면에서 더 잘하려는 욕심으로 도핑현상의 유혹을 받기도 하고, 빠지게 되고, 성과에 따르지 못하는 사람은 힘껏 노력하고 있음에도 성과가 없어 좌절과 실망으로 소외되며 심한 우울증과 소진 증후군 등 질환을 앓게 된다고 한다. 계율사회에서의 폭력은 가해자와 피해자가 확연히 구별되지만, 성과주의는 신자유주의를 부추기며 끝없이 성과를 위해서 자신이 자신을 괴롭히고, 자신을 착취하고 학대하며 또 다른 폭력을 자신에게 휘두른다고 했다. 이는 곧 자신에 대한 폭력의 가해자이자 피해자라고 표현한다.
 이는 유럽사회를 철학적으로 날카롭게 진단한 것이지만,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좁은 국토, 많은 인력, 자원의 부족 등은 성과사회로의 전환을 빠르게 진행시키고 있다. 성과를 위한 경쟁과 빠름의 가속화는 또 다른 착취와 내적으로 눈에 보이지 않은 폭력현상으로 발전해 가고 있다. 도덕과 윤리적인 면을 전혀 고려치 않고, 생산의 대담성은 약물로 발전한다.
 나는 학교에 있으면서 건강해야 할 학생들이 경쟁과 빠름이라는 성과주의, 즉 성적 우선주의로 신경성 증후군에 시달리고 있음을 보아 왔다. 또한 부모들 사이에서도 직장생활로 겪는 스트레스로, 또 일자리를 찾지 못하고 밖에서 서성이는 청소년들 안에서 힘들어 하고 있음을 보고 있다. 가속도가 붙어 있는 또 다른 병리적인 현상을 보고 있으면서 아무도 이를 말리지 못하고 급히 달리고 있을 뿐이다. 이 피로 사회를 진단하면서 처방전은 무엇인가.
‘신은 죽었다’는 니체 이후에 인간은 인간중심으로 신을 죽여 놓고 제멋대로 달리고 있는 것이다. 신은 결코 죽을 대상도, 죽을 수가 없는 영원한 존재이다. 인간이 약삭빠르게 물질로, 건강만으로 그 인생목표를 추구하며 세상을 살려할 때 결국 인간의 내면은 한없이 황폐해 진다.
 이 신경성 질환을 치료하는 방법은 하느님 앞에 내 자신을 속속들이 열어 보이는 것이다. 그리고 그분의 사랑이 다시 살아나도록 사는 것이다.
 2013 새해이다. 새해에는 하느님을 우리 안에서 살려내야 한다. 그분이 우리에게 다시 오시고, 그분이 우리를 사랑하도록 준비해야 한다. 피로가 싹 가시어 행복한 한해가 되길 기도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