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를 떠나며

작성자 : 윤병훈 | 조회수 : 4,095 | 작성일 : 2013년 2월 25일

학교를 떠나며

 안녕하십니까. 제가 이 자리에 선 것은 학교를 떠나며 여러분 앞에서 퇴임사를 하기 위해서입니다. 또한 나와 함께 졸업하는 제13기 졸업생 40명을 축하해주고 싶어서입니다. 여러분이 3년을 지나 석별의 자리를 맞이하고 있는 것처럼, 나도 학교를 설립하고 16년이란 세월을 지나 이 정든 교정을 떠나는 석별의 자리에 서 있습니다. 여러분이 이 학교를 떠난다는 것이 아쉬움으로 남는 것처럼, 나도 손때 묻은 정든 교정과 풋풋한 학생들 곁을 떠난다는 것이 만감이 교차하며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나는 여러분이 입학 초기의 미성숙함으로 겪는 일상의 두려움 때문에 어떻게 자신과 싸우며 3년을 살까 걱정했던 모습처럼, 나도 설립 초기에 모두가 어설프고 교육에 대해 아는 것도 없어 미성숙함으로 겪는 두려움 때문에 학교장으로 어떻게 살까 걱정하던 모습을 떠올려봅니다. 그런데 하느님께서는 나와 여러분을 풍성히 축복해주셨습니다. 나는 여러분을 만났고 한 가족으로 울고 웃으며 살았고 하느님께서는 그 시간을 축복하셔서 나와 여러분을 성숙으로 변모시켜주었습니다. 그리고 이 학교를 매우 품격 높은 학교로 만들어 주셨습니다.
 나는 이제 마음 놓고 정든 학교를 떠납니다. 후임 장홍훈 신부님께 모두를 맡기고 떠날 수 있어 매우 기쁩니다. 나와 함께하며 수고를 아끼지 않으셨던 선생님들이 있었기에 가능했고 감사를 드립니다. 미성숙한 나와 우리 선생님들을 가장 존경받는 선생님들로 키워주신 분은 바로 “우리의 참 스승인신 예수님이셨으며, 또한 지금까지 함께했던 여러분이 우리의 큰 스승이었습니다.”라고 이 자리에서 고백하고 싶습니다. 나와 선생님들에게 여러분이 준 고통으로 어려울 때도 많았지만, 그러한 고통을 통하여 우리의 구세주인신 참 스승, 예수님을 만날 수 있었으며, 또한 예수님을 구세주로 고백하게 되었습니다. 하느님께서는 내 안에 학교설립의 좋은 뜻 심어주셨고, 그 뜻에 생명의 거름 주고 물주시며 우리를 키워주셨으니 더 없이 행복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므로 오늘 이 자리가 행복을 이야기 하고 교육의 부활을 이야기 할 수 있습니다. 3월27일 포스코 청암재단에서 수여하는 ‘청암교육상’은 우리 모두의 수고에 대한 결실로 하느님께서 학교를 크게 축복해주심이며, 저 또한 큰 기쁨입니다. 학교에 있는 동안 여러 수상 실적도 있었지만 특별히 이번 수여하는 상은 대안학교인 양업고등학교를 세상에 공적으로 품격 높은 자랑스런 ‘양업, 좋은학교(Quality School)임을 알려주고 인정해 줍니다. 사랑하는 학생 여러분, 그리고 앞으로 입학하는 모든 후배들, 이제 당당하게 어깨를 펴고 가슴을 펴기를 바랍니다. 학교에 몸담은 여러분을 문제아, 중도탈락, 퇴학생의 학생이라 낙인찍고  있을 때, 나는 이 낙인이 얼마나 지워지기를 희망했는지 모릅니다. 그것을 이루어주신 하느님께 감사를 드립니다. 그리고 청암상이 학교에 내린 큰 선물입니다. 언제나 이런 학교라고 당당히 말하며 살아갈 것을 부탁드립니다.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