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냄새를 맡아볼 수 있다면
작성자 : 윤병훈 | 조회수 : 3,833 | 작성일 : 2012년 5월 14일
농주와 흙냄새
인하대 국제학부에서 공부하는 졸업생이 SNS에 글을 올렸다. “대안사회운동에 관한 과제를 들고 ‘하자센터’를 찾았다. 아직 이른 시간이라 조용하지만 ’하자센터‘ 곳곳에 붙어 있는 포스터만으로도 이곳이 얼마나 건강한 곳인지를 즉시 알 수 있었다. 이곳은 구태여 학교를 가지 않고도 건강하게 살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곳이다. 어쩌면 이곳은 학교에서 가르치는 줄 세우기보다, 훨씬 생명력 넘치는 곳이리라. 내가 다닌 양고도 그랬는데, 양고의 흙냄새가 생각난다. 흙 속에서 생명을 보고, 생명을 자라게 했던 그 흙냄새 말이다.” 나는 이 글을 읽고 즉시 댓글을 달아주었다. “하, 양고에서의 흙냄새라. 그래, 요즘 젊은이들이 흙냄새를 모르지. 죽어라 교실에서 공부만 했으니, 하느님께서 연두색 크레파스로 양고의 봄을 예쁘게 채색해 주셨구나. 한번 찾아오렴.” 그 학생에게서 답이 왔다.
“잘 지내고 게시지요. 오늘 신부님 댓글을 보니 너무 기분이 좋았어요. 제가 구수한 흙냄새를 아는 요즘 젊은이라 자랑스러웠습니다. 하하, 이렇게 날씨 좋은 날의 양업이 너무 그립네요. 잔디에 누워서 햇볕도 쬐고, 시도 쓰고, 산책도 했는데, 그러다 종치면 그제야 느릿느릿 수업에 들어가서 야외수업하자고 졸랐던 때가 엊그제 같은 데 벌써 3년이 지났어요. 이렇게 행복한 기억들을 잔뜩 안고 저는 대학생활 무난히 잘하고 있답니다. 학교 공부도 열심히 잘 하구요. 무엇보다도 신부님, 수녀님, 선생님들, 그리고 교정이 너무너무 그립네요. 신부님도 여전히 뒷짐 지고 학교 이곳저곳서 썰렁 개그를 날리고 계시겠지요. 너무너무 보고 싶어요. 영국 가기 전 한번 찾아뵐게요. 맛있는 학교 밥을 신부님이랑 같이 먹고 싶어요.” 재학시절, 동아리활동도 열심 했고, 생활면에서도 으뜸 모범생으로 지낸 억척 덕분에 입시사정관의 맘에 들어 원하던 대학에 진학한 학생이다.
우리 학생들이 2012년, 1학기 봉사활동을 끝냈다. 농촌과 장애인 시설, 공부방, 귀농현장에서 양질의 봉사활동을 실시했다. 벼 모판을 설치하는 농촌봉사활동은 그 양이 만만치 않아 힘들었지만, 생명의 볍씨를 다루며 자연에 파묻혀 본 시간도 흙냄새 맡으며 생명이 되었을 것이다. 일에 열중하다가 시장기가 느껴질 즈음, 집 주인은 새참으로 음식과 막걸리를 준비했었다. 농주를 한잔 두잔 호기심으로 마신 학생들이 취하고는 하늘을 향해 흙 위에 드러눕고 말았다. 그들은 흙냄새에 흠뻑 취해 있었다.
섬진강을 닮은 서정시인 ‘김용택 시인’이 생각났다. 작년 가을 학기에 찾아 온 시인은 학생들에게 “여러분, 지렁이 울음소리 들어 보았어요?” 자연 속에 살면서 아무런 대답도 못하는 우리 학생들을 다그치듯 자연에 살면서 생명의 소리도 감지하지 못했다며 야단을 맞았었다. 서정 시인답게 그는 농촌에 살면서 흙냄새와 각가지 생명 소리를 감지하며 자랐던 덕에 유명시인이 되었다. 그런 성장배경이 없다면 그는 아마도 시인이 되기에 부족했을 것이다. 장편소설 ‘토지’를 쓴 고 박경리 작가도 생각났다. 잔잔한 미소를 머금은 작가도 소양강을 닮았다. 명 소설을 쓸 수 있었던 것도 어린 시절의 농촌 체험 덕분이리라. 나는 이 졸업생들의 짧은 댓글을 보면서 미구에 또 다른 모습으로 명 작품을 우리에게 보여 줄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여전히 학생들의 봉사활동 소감문을 보면, ‘먹었다. 일했다. 또 먹었다. 일했다’는 말만 반복하는 학생도 있었다. 학생들이여, 봉사활동에 푹 젖어 본 흙냄새를 표현해 보라. 그래야 그대들도 서정적인 명인의 정서가 싹터 나올 것이다.
인하대 국제학부에서 공부하는 졸업생이 SNS에 글을 올렸다. “대안사회운동에 관한 과제를 들고 ‘하자센터’를 찾았다. 아직 이른 시간이라 조용하지만 ’하자센터‘ 곳곳에 붙어 있는 포스터만으로도 이곳이 얼마나 건강한 곳인지를 즉시 알 수 있었다. 이곳은 구태여 학교를 가지 않고도 건강하게 살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곳이다. 어쩌면 이곳은 학교에서 가르치는 줄 세우기보다, 훨씬 생명력 넘치는 곳이리라. 내가 다닌 양고도 그랬는데, 양고의 흙냄새가 생각난다. 흙 속에서 생명을 보고, 생명을 자라게 했던 그 흙냄새 말이다.” 나는 이 글을 읽고 즉시 댓글을 달아주었다. “하, 양고에서의 흙냄새라. 그래, 요즘 젊은이들이 흙냄새를 모르지. 죽어라 교실에서 공부만 했으니, 하느님께서 연두색 크레파스로 양고의 봄을 예쁘게 채색해 주셨구나. 한번 찾아오렴.” 그 학생에게서 답이 왔다.
“잘 지내고 게시지요. 오늘 신부님 댓글을 보니 너무 기분이 좋았어요. 제가 구수한 흙냄새를 아는 요즘 젊은이라 자랑스러웠습니다. 하하, 이렇게 날씨 좋은 날의 양업이 너무 그립네요. 잔디에 누워서 햇볕도 쬐고, 시도 쓰고, 산책도 했는데, 그러다 종치면 그제야 느릿느릿 수업에 들어가서 야외수업하자고 졸랐던 때가 엊그제 같은 데 벌써 3년이 지났어요. 이렇게 행복한 기억들을 잔뜩 안고 저는 대학생활 무난히 잘하고 있답니다. 학교 공부도 열심히 잘 하구요. 무엇보다도 신부님, 수녀님, 선생님들, 그리고 교정이 너무너무 그립네요. 신부님도 여전히 뒷짐 지고 학교 이곳저곳서 썰렁 개그를 날리고 계시겠지요. 너무너무 보고 싶어요. 영국 가기 전 한번 찾아뵐게요. 맛있는 학교 밥을 신부님이랑 같이 먹고 싶어요.” 재학시절, 동아리활동도 열심 했고, 생활면에서도 으뜸 모범생으로 지낸 억척 덕분에 입시사정관의 맘에 들어 원하던 대학에 진학한 학생이다.
우리 학생들이 2012년, 1학기 봉사활동을 끝냈다. 농촌과 장애인 시설, 공부방, 귀농현장에서 양질의 봉사활동을 실시했다. 벼 모판을 설치하는 농촌봉사활동은 그 양이 만만치 않아 힘들었지만, 생명의 볍씨를 다루며 자연에 파묻혀 본 시간도 흙냄새 맡으며 생명이 되었을 것이다. 일에 열중하다가 시장기가 느껴질 즈음, 집 주인은 새참으로 음식과 막걸리를 준비했었다. 농주를 한잔 두잔 호기심으로 마신 학생들이 취하고는 하늘을 향해 흙 위에 드러눕고 말았다. 그들은 흙냄새에 흠뻑 취해 있었다.
섬진강을 닮은 서정시인 ‘김용택 시인’이 생각났다. 작년 가을 학기에 찾아 온 시인은 학생들에게 “여러분, 지렁이 울음소리 들어 보았어요?” 자연 속에 살면서 아무런 대답도 못하는 우리 학생들을 다그치듯 자연에 살면서 생명의 소리도 감지하지 못했다며 야단을 맞았었다. 서정 시인답게 그는 농촌에 살면서 흙냄새와 각가지 생명 소리를 감지하며 자랐던 덕에 유명시인이 되었다. 그런 성장배경이 없다면 그는 아마도 시인이 되기에 부족했을 것이다. 장편소설 ‘토지’를 쓴 고 박경리 작가도 생각났다. 잔잔한 미소를 머금은 작가도 소양강을 닮았다. 명 소설을 쓸 수 있었던 것도 어린 시절의 농촌 체험 덕분이리라. 나는 이 졸업생들의 짧은 댓글을 보면서 미구에 또 다른 모습으로 명 작품을 우리에게 보여 줄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여전히 학생들의 봉사활동 소감문을 보면, ‘먹었다. 일했다. 또 먹었다. 일했다’는 말만 반복하는 학생도 있었다. 학생들이여, 봉사활동에 푹 젖어 본 흙냄새를 표현해 보라. 그래야 그대들도 서정적인 명인의 정서가 싹터 나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