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과 김치

작성자 : 윤병훈 | 조회수 : 3,968 | 작성일 : 2012년 5월 9일


‘김’과 ‘김치’
 
  ‘김’과 ‘김치’는 한국의 또 다른 브랜드이다. 80년대 후반, 그리스로 향하는 국제선 기내에서 나는 ‘김’을 꺼내 먹고 있었는데, 한 외국인이 ‘김’을 ‘Black Paper’라며 자기도 좀 달라고 주문했다. ‘김’을 맛보던 그는 고개를 갸우뚱하며 생뚱맞은 표정을 짓고 있었다. 빵과 고기를 주식으로 하는 그들에게 ‘김’은 매우 생소했을 것이다. ‘김치’만 해도 그랬었다. 요즘 국제선 기내에서 ’김치‘가 식자재로 등장하지만, 당시는 냄새가 진동해서 기내에서 김치를 꺼내놓는다는 것은 엄두도 내질 못했었다. 이러한 ‘김’과 ‘김치’는 이제 한국 식자재 브랜드로 자국의 생산성을 높여주는 것 뿐 아니라, 세상 속에 기호식품으로 거듭나고 있다. 국력이 신장되어 한국의 지명도가 커지고, 이런 식자재도 맛의 효과 면에서 국제적으로 인정받고 있으니 놀랍다.
  미국 뉴욕 주 하이드파크 시에 자리 잡은 CIA(Culinary Institute of America)학교가 있다. 전교생 2000명, 외국인 학생 400명, 외국인 중 가장 많은 나라가 한국인 유학생인데 145명이 수학하는 미국의 최고 명문 요리학교이다. 양업 출신 여학생이 이곳에서 2년째 수학 중이다. 이 학생의 미래 진로는 명문 요리사이다. 요리사로의 직업을 갖는 것 뿐 아니라 주방업계의 훌륭한 관리자로서의 미래도 밝아 벌써부터 기대된다.
  2012.05.03일자 신문 ‘한국경제’와 ‘매일경제’ 신문에 ‘CIA학교’ 관련기사를 실었다. 기사 내용은 이 학교 크리스포 교수가 ‘한국식 김 요리’ 책을 펴내고 시연회를 가졌다는 소식이다. 한국산 ‘김’, 그 향기와 질감, 색감이 모두 탁월하여, 일본 김을 제치고 최고 고급 식재료라고 소개하고 있다. 한국산 ‘김’이 음식문화에 중요한 위치를 차지할 것이라 한다. 독특한 바다 맛이 담겨진 한국산 ‘김’을 발표 교수는 수업 중에 양손에 잡고는 펼쳐 보였다. 우리 ‘김’이 세계에 식자재로 뜨는 것이다.
  같은 날 ‘매일경제’ 신문에는 또 하나의 기사가 실렸다. ‘한국이 김치 종주국이 되었다.’ 라는 제목이 눈길을 끈다. 배추하면 지금까지 국제식품으로 ‘Chinese Cabbage’로 분류되어 취급되었는데, 한국 ‘식품의약안정청’이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제44차 국제식품규격위원회에서 배추가 ‘Kimchi Cabbage’로 분류되어 국제식품으로 배추가 한국 식품으로 등재되었다는 소식이다. 일본은 마치 ‘김치’가 자기 종주국인 것처럼 ‘기무치’를 식품에 등재하려고 하는 것을 보면 답답했는데, 오랜만에 시원한 성과였다. 그동안 배추가 ‘Kimchi Cabbage’로 분리, 등재된 일은, 김치 종주국임을 세계에 확실하게 알리는 쾌거이다. 냄새 날까 조바심했던 ‘김치’는 이런 ’김치배추‘의 등재로 더욱 당당하게 세계무대에 서 있게 되었다. 한국의 김치가 발효식품으로 항암효과가 있다는 연구결과를 내 놓고 있는 상황이고 보면, ‘김치’는 이제 한국의 대표하는 도 다른 세계의 명품이 아닐 수가 없다.
  작은 나라 한국이지만 우수한 한국인들과 여러 생산품들이 한국의 브랜드로 속속 자리 잡고 있을 때면, 국민의 한 사람으로 자부심과 긍지를 갖게 한다. ‘탁월한 국제지도자 상’을 수상한 UN 사무총장인 반기문과 2012년 7월에 세계은행 총재로 부임하는 김용 같은 유명 한국인과 ‘김’과 ‘김치’와 같은 유명 식자재가 세계 속에 한국 브랜드로 뜨고 있으니 마음 뿌듯하다. 이런 소식을 해외 동포들이나 수학하는 학생들이 들으면 국가에 대한 자부심과 긍지를 더 갖고 나라를 위해 더 큰 생산적 일과 봉사에 참여할 동력으로 활용할 것 같다. 사람이건, 물건이건 새롭게 태어날 국가 브랜드로 건설자의 역할을 다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