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좋은 학교였습니다.
작성자 : 윤병훈 | 조회수 : 4,283 | 작성일 : 2011년 2월 25일
아, 좋은 학교였습니다.
떠날 때에야 비로소
우리는 알게 됩니다.
그분은 누구였는지 그곳은 또 나에게 어떤 곳이었는지
졸업생마다 이름을 불러주는 추억 사진들...
애티나던 삼년 전의 모습과 견주어보니
이제 사방으로 무게중심이 잡혀
양업 교정을 호위할만한 거목들이 되어갑니다.
위로만 뻗치던 나무들의 헛힘을 매번 잠재우며
틈틈이 잡초를 뽑고 넝쿨손을 바로잡아주셨던 눈길 손길,
그 나무들 끼리끼리 소란스러울 때, 우쭐거릴 때 마다
단호한 말씀과 얼쑤, 추임새로
삼년을 동행해주신 선생님들과, 그림 같은 양업 교정을
비로소 떠올려보는 졸업식 전 날입니다.
부모도 감당하기 벅찼던 나무들의 성장고통을
올곧은 십자가 울타리로 지켜내느라
부모들보다 더 아름다운 배경으로 저물어 가시는
당신들께 마음 깊이 감사합니다.
오래 고단하셨을 그 마음, 깨끗이 지워드리지 못해
부모된 부끄러움으로
여기, 고백의 쪽지 한 장 살짝 놓습니다
간직할 것입니다 그리고 우리는
떠나더라도 사랑할 것입니다, 소중한 이름 "양업"과
당신들의 고독한 의지를.
*(이 글은 옥순원(윤요섭 11기 졸업생 어머니) 님이 졸업식에
학교에 보낸 마음의 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