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릴라식 미니 행사들

작성자 : 윤병훈 | 조회수 : 4,410 | 작성일 : 2012년 10월 4일

게릴라식 미니 행사들

 게릴라(guerilla)라는 용어는 군사적 용어로 적의 배후나 측면을 기습하여 적을 교란하고 파괴하는 소규모 비정규부대를 뜻한다. 그러나 학교의 미니 행사는 게릴라가 지닌 본래의 의미대로 교란의 의미로 어수선하고 파괴적이지 않다. 소규모 학생들이 예기치 않게 벌이는 깜짝 이벤트는, 학교의 침체된 분위기를 반전시키고 미래지향적인 긍정적 효과와 질적인 효과를 가져다주는 행사이다.
 학생들이 학교의 틈새 시간을 활용하여 ‘미니 올림픽’을 열었다. 학년별로 탁구, 배드민턴, 농구, 발야구, 당구 등 다양한 종목들을 여는데, 전교생이 한 종목씩은 참석해야 한다는 규정이 있다. 그래서 경기를 펼칠 때에는 잘하는 학생들만 하는 경기가 아니라, 운동신경이 무딘 학생들이 선수로 참여해 동료들의 웃음을 자아낸다. 실수할 때 격려해주고 모자란 행동이 나올 때면 폭소가 터진다. 늘 쉬는 시간 마다 경기가 진행되고, 학년 간 열띤 응원전이 펼쳐진다. 틈새 시간은 언제나 활기에 넘친다. 그러다 수업종이 울리면 학생들은 예외 없이 자연스럽고 밝은 표정이 되어 교실에 입실한다.
 틈새가 있는가 싶으면, 또 깜짝 이벤트가 있다. 학생회 방송부가 “지금 중앙 홀에서 게릴라식 미니 행사 댄스부의 춤 공연 ‘강남스타일’ 이 있습니다.” 라고 전하면서 또 다시 학교 중앙 홀은 활기로 넘쳐 난다. ‘강남스타일’ 뮤직과 함께 댄스부가 멋진 말춤을 선보인다. 그리고 댄스를 하는 이들이나 보는 이들은 신나한다. 언제 그렇게 연습을 했는지 끼가 넘치는 학생들의 춤은 학교문화를 건전하게 만든다. 신나는 춤에 학생들은 열광했다.
 게릴라식 미니 행사가 어디 이것뿐인가! 주제를 놓고 학생들이 삼삼오오 짝을 이루어 게릴라식 토론대회가 열리고, 그들 논쟁을 배심원들은 날카롭게 채점한다. 양업의 친구들 1,2,3학년과 교사로 구성된 ‘세 녀석’들이 있다. 그들이 독서할 책을 한 권 선정하고는 따로 읽는다. 그리고 그들이 함께 모여 독후감을 나누기도 하는데 이런 독후감 발표를 통해 학생들의 지적 시야가 넓어진다. 또한 청소년 성장프로그램의 다양한 부서들이 우리를 기쁘게 한다. 원예공예부는 자신이 만든 작품을 교내 곳곳에 전시를 함으로써 생명축제를 벌이고, 초공예부는 초공예품을 판매하여 이동수업 시 네팔학교에 선물을 준비하는 소품전도 벌인다. 또 퀼트부는 마음을 다스리는 바느질 솜씨와 그 작품들을, 천연염색부는 천연염료로 만든 작품을, 도예부는 도자기 예술품을 만들어 보기 좋은 장소에 진열하여 우리를 기쁘게 한다.
 이렇게 진행되는 미니 행사들은 학생들을 역동적으로 만들어, 하루가 한 달을, 또 한 학기내내 모두가 즐겁다. 이런 동력들이 모아져 학생들이 밤이면 자발적이고 주도적으로 꼬박 새벽까지 책과 씨름을 한다. 이들을 바라보는 선생님들도 덩달아 행복하다. 2학년 김혁준 학생이 청주 CJB TV에 출연하여 장학퀴즈 주 장원에 뽑혔다. 누가 나가라고 시킨 것도 아니다. 그들이 인터넷을 검색하고 연결하여 출연을 하고 선생님들이 후원을 한다. KBS 1TV 학교에 관련된 ‘다큐멘터리 3일’이란 프로를 보고 1학년 이정문 학생이 감상문을 써 보냈다. 760개의 작품 중에 10명으로 선발되었고, 우리 학생이 장려상과 50만원의 상금과 감사패를 수여받았다. 이런 기회를 만든 것은 학생들 스스로가 만들어 간 결과물들이다.
 이는 교육에 종사하면서 우리가 학생들에게 베푼 ‘자유’를 통한 자발성과 ‘자기 주도성’에서 얻은 질적인 결과물이며, 사고의 폭을 넓혀준 창의성에서 나온 결과물들이다. 누구든지 우리 양업인들에게 질문해 보라. “여러분은 학교가 행복합니까?”라고 물으면, 우리 학생들 모두들 행복하다고 답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