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장신부님께

작성자 : 윤병훈 | 조회수 : 4,669 | 작성일 : 2012년 11월 9일

    교장 신부님께

안녕하세요. 신부님! 태현입니다. 1학년 때 처음, '무단결석을 지워주세요.'하며 편지를 드리고 오랜 시간이 흐른 지금에야 다시 편지를 쓰게 되었네요. 이번에 대입을 준비하며, 자기소개서를 쓰면서 3년 동안의 저의 생활을 되돌아보게 되었습니다. 학교생활을 하면서 느끼고 배웠던 점들, 드리고 싶었던 말들, 그리고 제가 느낀 양업고등학교에 대해서 적어보려고 합니다.
 신부님! 저의 중학교 생활은 '방황' 그 자체였습니다. 학교와 학원을 거짓말로 빠지고 피씨방에 가서 게임을 10시간씩 할 만큼 게임에 빠진 적도 있었고, 어머니께서 아프시게 되자 두려움이 생겨 심리상담소에서 상담을 받았던 적도 있었습니다. 전학을 보내달라고 아픈 어머니께 화를 내고, 음악을 하겠다며 성악, 보컬 등 여러 가지 장르에 올인한 적도 있었습니다. 많이 힘들었고 저희 가족 역시 저로 인해 고통의 시간을 보내야만 했습니다. 포기하고 싶고, 정말 두려워 앞길이 막막할 때 제게 버팀목이 되어 준 것이 신앙과 음악이었습니다.
 힘들 때마다 성당에 나가 하느님을 찾았고, 학교에 가지 않고 인천의 노틀담 수녀원 안에 있는 가르멜 수도원 성당에 들어가 한참을 울다 나오곤 했습니다. 성당에서 기도하면서 왜 하느님은 이러한 시련을 주시는지 원망을 많이 했습니다. 중 3때, 이 두려움을 이겨내고도 저의 중학교 시절은 힘든 시절로 기억되며 마음 가장 아래쪽에 묻어두었습니다. 다시는 꺼내 보고 싶지 않고 단지 고통의 시간으로 생각되었던 이 시간을 '내가 성장할 수 있는 기회의 시간이었구나.' 라고 느끼게 해준 학교가 바로 양업고등학교입니다. 새로운 것을 두려워하던 제가 스페인 세계청년대회, 홈 미사 반주 등을 통해서 사람들 앞에 당당히 설 수 있게 되었고, 학생회장선거를 통해서 당당히 제 의견을 말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또한 제가 살아온 모습을 되돌아 볼 수 있게 되었고 이것이 원동력이 되어 지금의 저로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저를 이렇게 변화할 수 있게 해준 양업고등학교에 감사하다는 말을 가장 먼저 전하고 싶습니다.
 저는 힘든 시간을 이겨낸 후, 고등학교생활로서 저 자신을 더 발전시키기 위해 4가지의 목표를 세웠습니다. 일학년으로 학교에 들어 와 세운 첫 번째 목표는 '행복하자.'였습니다. 성적이라는 단 한 가지 가치로 학생을 판단하지 않는 학교, 행복할 수 있는 학교라는 판단이 들어 양업고등학교에 입학했기에 '스트레스 받지 말고 행복하게 살자.'가 저의 첫 목표가 되었습니다. 아무 걱정 없이 밴드 공연을 하고 노래를 부르고, 좋아했던 선배들, 친구들과 놀러 다니던 1학년 때의 시간은 지금 생각해도 가장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두 번째 목표는 네팔 해외이동수업에 다녀오며 세우게 되었습니다. 네팔에 가는 것을 분위기에 따라 부정적으로 생각했던 친구들과 제가, 네팔에 다녀오고는 '가장 기억에 남는 여행이었다.'라고 이야기 하는 것을 보며, 양업고등학교는 분위기가 주도하는 학교이고 그 분위기를 주도하는 사람은 3명만 있으면 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10명이 사는 홈에서 다 같이 공부하다가 3명이 누워서 놀기 시작한다면 그 홈은 곧 대부분의 학생들이 놀 것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저의 두 번째 목표는 학교에서 무엇을 하자라는 의견이 나왔을 때 그것이 긍정적이라면 '그래, 해보자!'라고 가장 먼저 긍정의 표를 던질 수 있는 3사람 중 한 사람이 되는 것이었습니다. 이 목표를 이루기 위해 학생회장에 출마했고 비록 떨어졌지만 학교전체와 소통할 수 있었던 소중한 경험이 되었습니다. 이후, 학생회 활동을 통해 많이 부족하지만 학교를 위해 조금이나마 힘쓸 수 있었습니다.
 세 번째 목표는 '성적향상'과 '함께 가기'였습니다. 저의 꿈을 위해서 공부를 해야겠다는 생각에 많은 자율 시간을 제 공부에 투자했고 성적향상을 이루어 낼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제 공부에만 급급해 공동체생활에는 하나도 신경을 쓰지 못했습니다. '모두'보다는 '나'만에 초점을 맞추고 생활했습니다. 친구들과도 멀어지게 되었고 항상 함께 생활할 수 있는 기숙사학교에서 혼자 있는 시간이 점점 많아졌습니다. 이에 친구들이 '공동체를 위해 투자하는 시간을 가지는 것도 필요하다.'고 충고를 해주었고 그 후 혼자가 아닌 함께 가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공부도 함께 했고 시험기간에도 친구들을 모아 족집게 강의를 해주는 등 여러 가지로 노력했습니다. 친구들과 함께 공부하면서 혼자 가는 것이 아닌 함께 가는 소중함을 알 수 있었습니다.
 이러한 목표들을 세우고 이루기 위해 노력하다보니 벌써 졸업을 코앞에 두게 되었습니다. 성인으로서의 새로운 시작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지금, 저는 네 번째로 '누구에게나 편한 사람이 되기'라는 마지막 목표를 정했습니다. 양업고등학교에서 생활하면서 제가 얻은 가장 큰 가치는 성적도, 경험도 아닌 사람이었습니다. 3년 동안 만난 친구들, 선후배들, 선생님을 비롯한 모든 분들이 제가 가질 어떠한 가치보다 더 소중했습니다. 일반 학교에서는 보지 못했던 마음을 담아 대해주시는 선생님의 모습을 보며 '진심'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고등학교에서 만난 모든 선생님들은 제게 공부 외에 인생을 가르쳐 주신 선생님 한분 한분으로 기억될 것입니다. 동기들은 제 평생 힘이 될 것이고, 선후배들은 저의 멘토와 멘티가 될 것입니다. 이러한 사람의 가치를 배워 이젠 제가 다른 사람에게 제가 보고 배웠던 사람의 모습이 되려 합니다. 그래서 저는 모든 사람에게 편한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가장 먼저 다가가고 싶은 분이 항상 학교에 계셨지만 많은 대화를 하지 못했던 교장선생님, 교감선생님입니다. 앞으로 자주 찾아뵐게요. 많은 대화를 나누며 친해졌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이러한 목표로 생활했고 아주 조금이나마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앞으로 양업고등학교에서 배운 가치관을 통해 세상에 당당히 도전하려고 합니다.
 신부님! 제가 3년 동안 느낀 양업고등학교의 장점은 스스로 깨닫게 해준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세상을 살아가는데 필요한 자신 나름대로의 가치를 얻을 수 있게 해준다는 것입니다. 윌리엄 글라스의 선택이론과 현실요법을 통해 제 선택에 있어 틀린 점을 스스로 깨닫고 고치게 해 가치로 바꿔주는 점이 제가 느낀 양업고등학교의 가장 큰 장점입니다. 덕분에 제가 가진 좋지 않은 습관들을 모두 버릴 수 있었습니다. 저는 그렇게 떳떳하고 모범이 되는 학교생활을 하지 못했습니다. 실수도 많이 했고 상처도 많이 주었습니다. 하지만 3학년이 되어 모두 고친 저는 떳떳합니다. 제 자신에게도 학교에게도. 정말 학교에 감사합니다.
 제가 처음 양업고등학교에 입학할 때 교감선생님께서 질문하신 '양업고등학교의 특성화교과는 어떤 것들이 있습니까?'라는 질문에 대답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3년이 지난 지금 저는 이렇게 대답하겠습니다. '양업고등학교의 가장 큰 특성화 교과는 해외이동수업도 아니고, 현장학습도 아닌 바로 '선생님'입니다.' 다른 일반학교와 저희학교의 가장 큰 차이점을 찾으려 노력했습니다. 노력 끝에 발견해낸 것이 바로 선생님이었습니다. 일반학교는 선생님들이 학생모두에게 관심을 가지지 못하고 대학, 성적으로 한 아이의 가치를 판단합니다. 따라서 친해질 기회도 없고 같이 여행을 가거나 가치관을 나눌 시간도 없습니다. 하지만 양업고등학교는 선생님들에게서 진심을 느낄 수 있으며 이 진심을 나누고 가치관을 공유하며 성장할 수 있습니다. 선생님과 여행을 다니고, 행복을 느끼고, 교과 외의 인생을 배울 수 있는 '양업고등학교 선생님'이야 말로 양업고등학교만의 특성화교과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선생님들께 인성, 사람, 경험, 진심의 가치를 배웠습니다. 이는 제가 살아가는 정말 큰 주춧돌이 될 것입니다.
신부님! 제가 졸업 후에, 저와 같은 힘든 입시의 시기, 그리고 학업에 신경 쓰지 못하고 놀기만 하는 모습을 보며 고민하는 후배들에게 이런 말을 전해 주십시오.
 나는 너희가 세상을 가슴으로 살았으면 좋겠다. 어른들, 부모님들께서는 청춘을 지나오시고 현실이라는 것과 맞서오면서 머리로 세상을 살게 되었다고 생각해. 우리가 청소년이기에 가질 수 있는 가장 큰 무기는 모른다는 거지! 세상이 얼마나 무서운지, 얼마나 살기 힘든 곳인지 모른다는 거야! 우리는 모르니까 세상에 도전할 수 있고, 발칙한 상상들을 할 수 있는 거야. 후배들아 세상을 가슴으로 살자. 우리는 나이를 먹어가면서 안하려고 해도 머리로 살게 될 거야. 그러니 지금은 가슴으로 살 수 있을 때 마음껏 꿈꾸고, 도전하며 살자. 너희도 모르는 사이에 많이 성장해 있을 것이고 많은 가치를 얻을 수 있을 것이야. 이 가치들은 너희가 세상을 살아가는데 큰 힘이 될 것이다. 힘내라. 응원할게.

신부님! 마지막으로 저와 제 친구들을 위해 기도해주세요. 저는 가톨릭대학교에 꼭 가고 싶습니다. 1학년 때 방황하다 2학년 때 공부를 시작하면서부터 목표가 가톨릭대학교였습니다. 많이 두렵고 무섭습니다. 떨리고 불안함이 저를 뒤덮기도 합니다. 저와 같은 시기를 지나고 있는 친구들 역시도 많이 힘들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신부님께서 기도하시거나 미사하실 때 저와 제 친구들 이름을 한번 씩 꼭 기억해 주십시오. 정말 큰 힘이 될 것입니다. 모든 친구들이 자신이 목표한 바를 이룰 수 있도록 도와주십시오.

신부님 항상 건강하시고 행복하세요! 진심으로 사랑합니다. 그리고 감사합니다.
제가 양업고등학교 첫 면접 볼 때, 제게 세상 살아가는 법을 알려주신 남진 쌤과 3가지를 약속했습니다. 첫째, 성적향상, 둘째, 밴드부 활동, 셋째, 여자 친구 만들기. 저는 이 세 가지 모두 지켰습니다.
신부님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