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학생 탄생을 축하하며

작성자 : 윤병훈 | 조회수 : 4,360 | 작성일 : 2011년 1월 2일

                          신학생 탄생을 축하하며

 문제아, 중도탈락, 퇴학생들의 학교, 살아오면서 그런 낙인 때문에 학생들이 주눅 들고 설움도 많이 받았다. 식자들은 ‘문제아들 잘 있느냐?’며 언제나 빈정거리듯 주변의 시선이 곱지 않았다. 식자들은 그들이 결코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고정시키고는 오히려 조소와 비난을 일삼았다. 어떻게 보면 미성숙한 식자들 때문에 학생들이 지독한 부정적 고정관념에 헤어나질 못했다. 고등학교를 성적으로 서열화하면 할수록 이런 고정관념은 더 커갈 것이다. 미국은 성장하면서 미래에 대한 가능성만 엿보이면 무한한 기회를 제공해서 인재를 키운다고 한다. 그러나 이 나라는 한번 학생을 부정적으로 고정시키면 재기 불능으로 낙인을 찍는다. 그들을 사랑하고 함께하고 기다려주면 저연스럽게 성숙해지는데도 미리 식자들은 그 고정관념 때문에 자신의 의무에 대하여 직무유기를 하고 피하려고만 하는 분위기다.
 개교 후 5년이 지났을 때의 일이다. 사제가 되고자 신학대학 신학부에 지원한 학생이 있었다. 교수 신부님들은 일방적으로 그를 불합격시켰다. 이유는 간단했다. 낙인찍힌 학생들의 학교에서 사제성소를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나도 그 때, 그 결과에 대하여 솔직히 인정한다. 당시에 양업학교를 사랑으로 공들여 만든 학교지만 식자들의 좋지 못한 고정관념으로 학생들이 불이익을 당하는 것을 나도 인정했으니 말이다. 그런 불이익을 받는다는 것이 부모님마음처럼 나도 싫었다. 혹 티 검불 속에 옥처럼 한 학생이 빛났다 해도 동료들의 무단결석, 등교거부, 폭력, 하위의 가치와 부진한 성적, 학교 전체의 공통된 분모가 불이익을 피해갈 수는 없었던 것이다. 그런 일을 당할 때 내 마음도 아픈데, 당사자들은 얼마나 아팠을까?
 개교 후 13년이 지났다. 미사 전례를 도와 제단에서 일하는 학생들, 그들을 ‘복사’칭한다. 복사출신 학생들이 지금은 전체 학생들 중 50%가 넘는다. 이제 사제성소 지망생들이 많이 생겨났고, 신학생을 형이나 오빠로 둔 건강한 가정의 학생들이 제법 많다. 지금은 자발적으로 태어난 학생 레지오가 좋은학교의 분위기를 말해주고 있으니 큰 축복이다. 양업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땀의 결실로 학교가 제법 성숙함으로 무르익을 무렵 신학생이 생겨난 것이다.  2011학년도 양업 제1호 신학생이 태어난 것이다. 이는 가문의 영광이고 자신의 축복 뿐 아니라 학교가 좋은 분위기 충만함으로 하느님의 은총을 입고 또 입은 학교가 된 것이다. 2010년 제1회 ‘대한민국 좋은학교 박람회’에 양업이 초정될 때부터 대외적으로 인정받았지만, 신학생 탄생은 양업을 또 다른 훌륭한 학교로 인정해준 표지이며 큰 선물인 것이다    그동안 그 학생 자신의 노력도 있었지만 모든 양업인들이 지니는 학교 분위기도 결정적인 한몫을 한 것이다. 신학교 입학한다는 것이 어디 쉬운 일인가. 공부도 잘해야 하지만 품성을 인정받으려면 예비 신학생모임도 해야 하고, 본당신부님과 학교장의 추천, 결정적으로 공경하올 주교님의 추천이 있어야 한다. 또한 학생의 성소지도를 맡아 돌보는 성소국장 신부님의 적극적인 추천이 있고, 신학교 신부님들과 총장님이 뽑아 주어야 한다. 이 관문을 통과한 것은 보통의 일이 아니다. 내가 공들여 가꾼 제자가 첫 신학생이 된다는 소식은 또 다른 기쁜 소식이다.
 대안교육을 통한 인성교육과 지식교육의 조화, 학습동기를 창의력으로 키워낸 자율과 자기 주도적인 삶, 대안교육의 요람에서 신학생이 탄생한 것은 참으로 기분 좋은 일이 아닐 수 없다. 2010년 마무리를 지으며 하느님께서는 양업 공동체에 좋은 선물을 주셨다. 첫 신학생이 하느님의 사랑받는 자녀로 교회의 훌륭한 일꾼으로 완성되길 모두 함께 기도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