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산에 오르느냐? "살아 있잖아요!"
작성자 : 윤병훈 | 조회수 : 3,713 | 작성일 : 2011년 11월 19일
왜 산에 오르느냐, 살아 있잖아요!
양업고등학교
교장 윤병훈 신부
매년 11월이면 학교는 해외이동수업을 떠난다. 1학년의 이동수업의 목적지는 ‘네팔’이다. 해외 이동 수업을 실시하는 목적은 해외를 체험함으로써 우리 학생들이 보다 더 큰 사람다운 사람으로 자신을 다듬고, 21C글로벌 시대의 훌륭한 인재로 양성하여 세상에 널리 공헌함으로 자기 주도적으로 행복한 삶을 살아가기 위함이다.
작년, 처음 실시한 네팔의 히말라야 등정은 랑탕((Langtang,7225미터)의 베이스캠프 4천 고지까지 10박11일의 일정으로 등정을 한바있다. 학생들이 네팔을 가자고 했을 때 처음엔 지리산 종주도 힘든데 그곳까지 돈 낭비하며 가야하느냐 라는 불평을 했었는데 그것은 완전 기우였다. 학생들은 네팔 인들과 함께 하며 그들 속에서 가난함을 보며 행복이 무엇인가도 알게 되었다며 마음의 뿌듯함을 안고 돌아와 기뻐하던 학생들의 모습은 지금도 기억에 생생하다. 나는 2011년도 그 코스를 변경하여 안나푸르나를 향한 산행을 학생들과 준비하면서 선생님들과 학생들이 함께 교과서를 마련하기로 했다. 더 많은 네팔의 정보를 갖기 위해서였다.
발간사를 준비하면서 네팔에 묻힌 산악인들을 떠올렸다. 한국여성 최초로 에베레스트 산을 오르고 1999년 4월 안나푸르나를 하산하던 중 실종된 고(故) 지현옥 산악인을 떠올렸다. 그의 추모비(청주 서원대 교정)에는 “나는 산을 오를 때마다 산이 주는 비정함을 느낀다. 내가 산을 오르는 것은 내가 산을 도전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나를 도전하기 위해서이다.”라고 적혀있다. 우리 학생들이 이 산악인처럼 자신의 미래를 당당히 극복해 나가는 학습동력을 얻고 돌아왔으면 한다.
또한 얼마 전(2011, 10.18)에 안나푸르나의 새 길을 열다 눈사태로 실종된 고(故) 박영석 대장과 2명의 동료 산악인들의 실종을 기억한다. 신문 머리기사는 “산이 좋아 산에 오르다가 산이 되었다. 고 박영석 대장과 두 명의 산악인”라고 쓰여 있었다. 나는 지면에서 산악인 박 대장을 삶을 만날 수 있었다. 그의 친구는 이렇게 말했다. 박 대장에게 “왜 굳이 산을 오르느냐?”고 묻자 “살아 있잖아요.” 라고 답했다고 쓰고 있다. 나는 그 기사를 읽는 순간 경련이 일었다. 그 이유는 48세의 나이인 그가 수없이 많은 정상을 밟고도 누군가의 등대가 되려고, 한발 한발 새 길을 개척하였고, “이제 세계적인 산악인이 되었으니 안락한 생활을 할 때가 되지 않았느냐? 왜 그 험한 길을 또 가려 하느냐?”라는 질문에 “이렇게 살아 있잖아요.” 라고 가슴을 두드리더라는 글을 보았기 때문이었다. 그의 산악등반 경력은 화려했다. 히말라야 14좌를 등반했고, 모든 대륙의 최고봉과 북극과 남극점을 찍었다. 그럼에도 그는 언제나 새로운 길, 험한 길을 향해 담대하게 떠났다. 그런 그가 실종 뒤에 강력한 삶의 에너지를 우리에게 주고있다.
나는 그가 남긴 삶이 보여준 강한 교훈적 설교를 곱씹으며 신앙인으로 부활의 의미를 새롭게 묵상했다. 예수님의 부활이 그 분의 벼랑 끝 십자가의 삶 속에서 하느님을 향한 여정에서 피어난 생의 동력이며, 그분의 부활은 그를 믿고 따르는 모든 사람에게 더욱 확실한 진리임을 깨닫게 했다. 부활은 추상적인 단어처럼 꿈이 아니며 분명한 현실이고 그래서 우리의 삶의 목표가 되어 있다. 일찍이 선각자 신앙인들은 예수님의 부활을 믿고 부활을 향해 십자가를 이겨내며 살아갔음을 새롭게 알게 해준다. 나는 박 대장의 죽음이 “죽음이 아니요, 삶으로 옮아감이다.” 라는 예수님의 말씀을 구체적으로 실현한 분으로 간직하고 싶다. 구태의연하게 삶의 목적 없이 우왕좌왕하며 시간만 축내며 멍청히 살아가는 우리에게 앞서간 산악인들과 박 대장의 죽음은 생의 동력으로 산을 찾는 사람들의 마음 안에 계속해서 살아날 것이다. 나는 우리 학생들과 히말라야 안나푸르나를 등정하면서 그들이 말해준 강력한 교훈적 설교가 그들 마음 에 가득히 새겨져 개개인의 성장과 성숙에 큰 발전의 동력으로 작용하길 바란다. 학교에 있으면서 ‘공부를 왜하는지, 학교를 왜 다니는지,’ 아직도 그 목적을 모르는 학생들이 있다면 이번 산행에서 “왜 산에 오르느냐?”는 자문에 분명 “살아있기 때문”이라는 박 대장의 말을 할 수 있기를 바래본다. 생의 동기가 이 산행을 통하여 끊임없이 목적을 향한 발돋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