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혜가 빛났던 어느 학부모 모임

작성자 : 윤병훈 | 조회수 : 4,034 | 작성일 : 2012년 3월 1일

                              지혜가 빛났던 어느 학부모 모임

 가장 기억에 남는 학부모 모임이 있다. 양업은 이때부터 행복한 학교가 되었다고 할 수 있다. 선배 여학생들이 얼마나 드셌는지 후배 여학생들을 밤새도록 얼차려를 시켰다. 선배들은 무릎을 꿇게 하고 발로 차며 후배들을 그렇게 대했다. 밤새도록 물리적 언어적 폭력에 시달려 후배들의 상처가 심각했다. 그 피해학생들과 부모들이 얼마나 속상했을까. 요즘 같으면 물어 볼 필요도 없이 가해 학생들 모두는 퇴교의 대상들이다. 그래도 그 때는 가해 학생의 학부모들은 자식을 잘못 둔 죄라며 용서를 청하고 또 청했었다. 피해 학부모 중 일부 부모는 다른 학부모와 연대하지 않고, 독단적으로 가해부모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 당시 피해 부모들 대부분은 넉넉했고 현명했다. 학교가 이 문제로 태풍이 몰아칠 것 같다는 분위기를 파악하고는 진지하게 방법을 모색했었다. 대부분은 “눈은 눈, 이는 이”로 하는 복수 동태 법을 선택하지만, 이분들은 가해자와 피해자 간에 진정으로 생명이 되는 해결 방법을 모색했다. 가해자와 피해자 부모의 합의하에 학생들이 상담치료법 중 사이코드라마 역할극, 집단상담 프로그램을 8주에 걸쳐 참여토록 했고, 그로인해 학생 간 폭력이 얼마나 심각한 상처를 입히는가에 대하여 교육적으로 접근해서 서로의 상처를 치유했던 좋은 해결의 예를 지금도 기억한다. 폭풍을 잠재우고 잘 해결해주었던 피해 부모님들이 지금도 고맙다. 가해 학생들이 졸업하고 피해 학생들이 3학년이 되었을 때는 학교가 폭력 없이 모두가 행복했다. 그 여학생들도 순한 양처럼 예뻤지만 학부모들의 지혜가 빛났었다.
 벌써 그 학생들이 졸업한 지도 벌써 5년째를 맞이하고 있다. 그 말썽꾸러기들이 모두 자리를 잡고 철이 들어 누구보다도 모범적으로 잘 생활하고 있다며, 양업에 감사하고 있었다. 그 동기 학부모들은 매년 모임을 갖는다. 서울, 부산, 대구, 인천 대전, 광주를 돌아가며 년 2회 모임을 가지며, 한 가족처럼 지내기도 하고, 만날 때면 자녀들의 성장과 성숙을 자랑이라도 하듯 많은 이야기꽃을 피우며 시간 가는 줄 몰라 한다. 학교의 발전에 대하여 많은 사랑과 관심을 갖고 기도로 후원을 하고 있다.
 이번에도 새 학기가 시작하기 전에 모임을 마치고 학부모들이 예고 없이 학교로 우르르 몰려 왔다. 옥산 분식집 김치찌개가 맛있었다며 점심식사를 한 후 학교로 돌아와서는 학교전체를 돌아보고 싱글 벙글이다. 학교가 발전하는 모습이 훌륭하다며 칭찬을 해 주었고, 잔디밭의 한 곳의 정원을 가리치며 이곳은 자기들이 졸업할 때 기념으로 만들어준 정원이라며 뿌듯해 하고 있었다. 사진을 찍을 때는 마치 옛날 동심어린 마음으로 찾아온 졸업생들처럼 학부모들도 그런 마음으로 환하게 웃어 보였다.
 내가 학교를 세우고 처음 겪은 경험담을 이야기하자, 다들 배를 잡고 웃는다. 그 때는 힘들었지만 훌륭한 부모들이 있었기에 자녀들도 훌륭하게 변한 모습들이 오늘의 큰 보람으로 다가 왔다. 그들 부모가 돌아간 후, 그들의 자녀들을 하나 둘씩 떠올려 보았다. 그 부모들의 밝은 모습처럼 아이들도 밝게 훌륭하게 성장하고 있음을 본다. 신부님, 우리 아들 딸 결혼할 때 주례 부탁합니다. 건강하셔야합니다. 나는 아침미사에 그 모임과 가족들의 행복을 위해 기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