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상 수상

작성자 : 윤병훈 | 조회수 : 4,509 | 작성일 : 2010년 5월 24일

                            대통령상 수상

  “상급은 하느님 나라에서, 선행은 왼손이 하는 일을 오른 손이 모르게 하여라. 상은 하늘에 마련되어 있다.” 이는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들려주신 말씀이다. 그런데 사제인 내가 큰 상을 받았다. 그것도 대통령상이다. 공적을 쓰고 나열할 때부터 마음이 선듯 내키지 않았다. 하늘나라에서 받을 상을 이미 받고 있기 때문이다.
  상을 받기 위해서는 그동안의 공적들을 다 밝혀 드러내야 한다. 솔직히 그런 과정을 나열한다는 것이 자화자찬하는 것 같고 그래서 더욱 세상에 알려질까 두려웠다. 그리고 그런 일이 부끄럽기도 했다. 세상을 쫒지 말고 모든 이 앞에 겸손하라는 말씀도 우리는 듣고 있다. 높은 자리를 차지하고 인사받기를 좋아했던 지도자들이 위선자라는 지적을 호되게 받은 기억이 떠올랐다. 그래서 나는 상을 받는다는 것조차 망설여졌다. 내가 행한 일이 누구를 위한 일인가. 내가 행한 일은 하느님께서 내게 맡겨주신 소명이고 하느님의 영광을 위하여 하는 일이었다. 그렇다면 그동안 행했던 일로 내 영광을 드러내는 일이 아니었다.
 학생들의 유학문제로 미국에 있을 때, 대통령상 수상소식을 전화로 전해 들었다. 나는 수상식에 참여를 하지 못했고, 형님이 대리로 수상을 하게 되었다. 물론 형님도 대통령상을 수상한 바 있다. 아버지도, 할아버지도 대통령상을 받았다. 3대에 걸친 수상 소식은 나의 기쁨이고 가문의 영광일 것이다. 그러나 그것만은 아니었다.
  내가 왜 대통령상을 수상하는가? 하느님께서 나를 양업에 파견해주셨고, 나는 그곳에 있었다. 나를 이곳에 세워주시고 안배해주신 하느님 덕분이다. 학교를 세우도록 수많은 봉사자들과 후원자들 도움 덕분이었다. 어려운 학생들을 소명처럼 품어 안고 24시간을 살았던 어제와 오늘의 고마우신 선생님들 덕분이었다. 나와 함께한 학생들이 있었기에 내 자신이 학생들을 지도하는 무지로부터 깨어나도록 한 졸업생들 덕분이었다. 일의 한계와 위험이 있을 때면 자녀를 사랑하는 모든 부모님들처럼 언제나 기도해주시던 나의 어머니 사랑과 기도 덕분이었다. 그러기에 이 수상은 교장인 내가 받았지만 학교가, 학생들이, 선생님들이, 봉사자와 후원자님들이, 어머니와 함께 했던 형제자매들이, 자녀들을 맡겨준 학부모님들이 다함께 어우러져 받는 상이다. 그래서 감추고 싶었지만 많은 분들의 영광이기에 수상소식은 한없이 기쁘다.
  학부모들이 다함께 즐겁고 기쁜 마음으로 축하를 한다. 학생들이 함께 모인 자리에서 표창장을 보여주었다. 훈장이며 대통령상의 상징인 시계도 보여주었다. 학생들 모두가 기뻐하고 있었다. 진정한 축하와 박수였다. “친애하는 학생 여러분, 여러분 덕분에 대통령상을 받았습니다. 감사합니다. 이 영광을 여러분들에게 돌려주고 싶습니다.” 제29회 스승의 날 포상은 나에게만이 아니라 양업고등학교에도 큰 자랑으로 남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