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성모의 밤

작성자 : 윤병훈 | 조회수 : 4,570 | 작성일 : 2010년 6월 2일

                                    2010년 성모의 밤
 2010년 5월26일 저녁 시간, 푸른 옷으로 잘 차려입은 잔디밭에 전교생과 학부모, 선생님들이 성모상 주변으로 모여들었다. 서산에 하루가 지고 저녁을 맞이한 조용한 시골 산자락은 사람소리로 가득 찼다. 낮에 기온과는 대조적으로 공기가 차갑다. 그래서인지 학생들이 간편한 차림에서 한 겹을 더 걸쳐 입었다. 1학년의 관현악 연주, 3학년의 보컬과 밴드연주, 수녀님들의 합창과 학부모들의 기타반주를 곁들인 합창, 락송에 어울리는 경쾌한 댄스, 촛불 춤, 테너 광식 학생의 노래, 사이사이에 선생님, 학부모, 학생이 들려주는 성모님께 드리는 글 낭송, 정성껏 준비한 꽃 봉헌 후에 선한 마음을 하고 묵주의 기도를 드렸다. 한반도의 진정한  평화를 위하여, 6,2 지방 선거에 선량의 지도자들의 선택을 위하여, 대한민국의 청소년들과 양업학교와 학생들을 위하여……. 지향을 두고 목소리 합하여 묵주의 기도를 바친 후 촛불봉헌으로 성모님의 밤은 절정을 이루며 밤을 아름답게 수놓고 있었다.
 2010의 성모의 밤을 성숙하게 준비한 수녀님들과 전례부 학생 그리고 모든 분들에게 감사한다. 성모의 밤에 학생들의 특별 출연이 있었다. “신부님! 이번 성모의 밤에 제가 노래를 선보입니다.” 그동안 성악지도를 받으며 갈고 닦은 기량을 성모의 밤에 선을 보일 모양이다. “그래 멋지게 데뷔해라!” 그 날 이후 나는 무척 기대가 되었었다. 드디어 성모의 밤이 왔고 광식 학생이 그 모습을 드러냈다. 나비넥타이만 하면 완전 프로인데 까만 정장차림의 옷이 제법 어울렸다. 제목은 “루찌의 아베마리아” 테너의 음성으로 한 곡을 멋있게 소화해 낼 것이라고 기대했다. 드디어 3학년 이예슬 학생의 피아노 반주에 맞춰 노래를 하고 있었다. 깊은 밤처럼 침묵이 흘렀고 노래가 끝나자 열렬한 박수가 터져 나왔다. 아직은 목소리가 시원하게 트이질 않았지만 첫 데뷔곡을 발표하는 학생으로는 제법 잘 소화를 해냈다. 철부지 1,2학년을 지나고 의젓한 3학년이 되면 두각을 나타내는 양업의 학생들이다. 이제 양업에도 머지않아 명품 성악가가 탄생될 것이라는 기대를 하게 된다. 1학년의 예쁜 김현지 학생의 지휘로 7명의 학생들이 관현악 연주를 보여주었다. 이들도 3학년 때를 기대해 본다. 복음이 읽혀지고, 1학년 연극부원들이 복음연출은 그 내용전달이 정확해서 보는 이의 마음을 흐뭇하게 했다. 성모님께 드리는 글 중에서 성신이의 글이 우리 모두에게 기쁨을 주었다. “성모님을 생각하면 우리 어머니가 생각납니다. 친구들을 데리고 들어오는 날이면 아무 내색도 안하시고 따듯하게 맞이해 주시는 어머니, 사랑합니다.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 늘 말썽만 부려 학교에서 집으로 쫓겨 올 때도 엄마는 얼굴에 내색 하나 없으신 어머니, 지난  번에도 많은 친구들을 묶음으로 집에 데리고 늦은 시간에 찾아 왔을 때도 어머님은 직장일로 피곤하셨을 텐데도 아무 내색하지 않으시고 묵묵히 웃으시며 반겨 맞이해주시던 어머님, 그런 어머님께 매일 잘한다고 하면서도 약속한번 제대로 지키지 않은 아들인데, 오늘 이렇게 성모의 밤에 어머니께 글을 드립니다. 이제 꼭 꼭 약속드릴게요. 앞으로는 잘 할 수 있습니다. 믿음을 가져다주지 못한 아들 성신이지만 지금부터라도 잘 할 겁니다.” 진지하게 읽고 자리로 향하는 성신이가 믿음직스럽다. 나는 성신이를 불러 무언의 대화인 악수를 하며 포웅해 주었다. 코 잔등이 찡하고 눈가에 눈물이 맺을 것만 같던 성신이의 어머님께 드리는 글을 대하며 성신이에 대한 신뢰심이 커갔다. “은총이 가득하신 마리아님 기뻐하소서. 주님께서 함께 계십니다.” 천사의 소식이 우리 양업에도 들렸다. ‘은총을 가득히 입은 양업학생들, 주님께서 양업과 함께 계십니다.’라는 천사의 음성을 듣는다. 성모님의 밤인 오늘 늘 혼란스럽다가도 질서를 찾아가고 조화를 보여주는 학생들의 마음 안에는 아름다움으로 가득차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