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에게 무조건적인 용서를 가르처라

작성자 : 윤병훈 | 조회수 : 4,326 | 작성일 : 2009년 12월 15일

                      자녀에게 무조건적인 용서를 가르쳐라                       

 서양에서는 부부가 이혼을 하는 순간부터 남남이 되지만 서로를 무조건적으로 용서했기 때문에 자연스런 인간관계로 돌아간다고 한다. 조건적인 용서도 힘든 우리나라의 부부와는 매우 대조적이다. 우리의 정서에서는 부부가 이혼하는 순간부터 철천지원수가 되어 다시 만날까 두렵고 만나는 것조차 용납하지 않는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외국인에 비해 암환자 발생률이 높다고 한다. 한 연구 결과에서 그 원인이 한을 마음에 품고 살기 때문에 생겨난 스트레스 때문이라는 결론을 내놓았다. 자기가 만든 괴로움은 평화로워야 할 마음에 구덩이를 파고는 한을 구겨 넣어 삶을 더욱 황량하게 만드는 것과 같다. 처음의 인간관계는 좋은 관계로 시작하기 마련이지만 한 지붕 밑 사람, 가장 친근한 사람이라도 인간관계의 단절이 선언되면 하루아침에 원수가 되어 서로를 증오하는 것을 쉽게 볼 수 있다. 이런 일들을 평화로운 본래의 위치로 돌아올 수 있게 하는 방법이 무엇일까? 바로 ‘용서’라는 기초덕목이다.
 용서는 내 마음 속에 자리 잡은 상대방에 대한 부정적인 모든 요소를 말끔히 지워버리고, 불순한 생각에서 벗어나 기쁨의 해방감을 맛보게 하는 행위이다. 즉 용서는 내가 상대방에 대한 부정적 생각을 없이함으로써 내 자신이 자유롭게 되는 행위이다. 그래서 용서를 잘 하는 교양인이 되려면 신앙생활을 통하여 예수님으로부터 용서를 배우며 훈련해야 한다. 이는 인간구원을 위한 하나의 노력이기 때문이다. 
 사람을 잘 사귀어 가다가도 여러 문제로 인간관계가 소원해질 때가 있다. 이럴 때 큰 문제점은 그 사람과 다시 가까워지는 방법을 전혀 모른다는 것이다. 어른들이 먼저 용서하지 않으니 자녀들은 참된 용서를 어디서 배우랴. 대개 신앙이 있는 부모 밑에서 자라난 자녀들은 아마도 비신자 자녀들 보다 용서하는 법을 더 잘 배울 것이라는 생각한다. 그러나 꼭 그렇지는 않다. 신앙인이라 하면서 부모들끼리 자녀 문제를 놓고 살벌하게 다투며 단죄를 하는 경우에 어찌 자녀들이 진정한 용서를 배우겠는가. 적어도 신앙인이라면 조건부적인 용서에서 무조건적인 용서로 기초덕목이 자라나도록 가르쳐야 할 것이다. 많은 이들이 남의 문제를 놓고 시시비비를 가리며, 서로가 부정적 생각을 키워간다면 이는 결코 현명한 일이 아니며 슬픈 일이다. 
 신앙생활에서 우리는 인간의 죄를 ‘무조건적으로 용서하시는 예수님’을 만난다. 고해성사에서 하느님께서는 용서에 조건을 다는가. 오히려 예수님께서는 “저저 받았으니 거저 주어라.”(마태10.8 )라고 말씀하신다. 그분께서 “거저 용서해주셨으니 거저 용서해 주어야 한다.”는 말씀이다.  우리는 매일의 미사성제 안에서 예수님의 인격 전체를 받아 모시는 것은 예수님을 본받아 우리도 남에 대한 무조건적인 용서의 덕을 쌓으라는 훈련이다. 신앙인 부모는 미성숙한 자녀들이 어떤 사안을 가지고 집에 왔을 때라도 자녀의 말을 잘 들어보고 상대방에게 조건적인 용서를 가르치는 것이 아닌 무조건적인 용서를 가르쳐 주어야한다. 이것이 신앙생활에서의 가정교육이다. 상대방에 대한 무조건적인 용서를 부모로부터 배운 자녀들은 성년이 되어서 인간관계의 문제에 직면할 때 한을 품고 사는 인간으로서가 아니라 초연하게 ‘인간관계 회복’의 기술을 발휘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