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실직고

작성자 : 윤병훈 | 조회수 : 4,366 | 작성일 : 2008년 7월 16일

    이실직고(以實直告)

  뱀의 천국, 학교환경은 먹이사슬이 제법 살아있는 모양이다. 산책길에 교통사고로 죽은 뱀들이 눈에 자주 띤다. 그것도 독사를 보면 섬뜩하고 살벌한 느낌이다. 가끔은 학교 복도에도 출현하여 놀라기도 하고. 아이들이 즐겨 노는 잔디밭에도, 정원 바위 틈 사이로 징그러운 모습을 드러낸다. 늘 뱀을 조심하라고 학생들에게 이른다.
  야산과 들로 인접한 학교는 초저녁 땅거미가 내리기 시작할 무렵에는 뱀을 더욱 조심해야 한다. 뱀에 대한 지식이나 경험이 없는 아이들은 뱀을 실제로 보고 싶어 하고 그 둘레에 앉아 대책 없이 바라보며 약을 올려 언제 물릴지 걱정이어서 위험천만하기만하다.
  드디어 한 학생이 뱀에 물렸다. 한 한생이 뱀한테 물려 병원으로 실려 갔다는 것이다. 그것도 이빨 자국으로 추정해 독사한테 물렸다는 것이었다. 그 학생은 평소에 골초답게 담배를 피워대던 학생이었다. 두 놈에게 “어두운데 거기는 왜 갔느냐?”고 물었을 때, 답은 쓰레기 버리러 올라갔다는 것이다. 나는 직감적으로 두 놈이 담배를 피러갔을 텐데 극구 그게 아니라고 하니 일단은 속아주기로 하고 병원치료에 신경을 쓰기로 했다.
 시간이 지나자 그 학생은 치료가 끝나고 학교로 돌아왔다. 빵긋 웃어 보이는 학생을 보고 나는 “ 네 이름은 ‘임용성’아 아니라 지금부터는 사용성(蛇龍成)‘이다 라고 말했었다. 그러고 보니 그 학생의 이름 풀이가. “뱀이 용이 되었다.”라는 해석이었다. 하! 그놈 이름 하나 큰 벼슬하겠다고 농담을 하였다.
 나는 용성이와 식사를 하면서 물었다. “얘야, 뱀에 물렸을 때 쓰레기 버리러 갔냐?, 담배 피러 갔냐?” 여전히 학생은 본심을 감추고 있었다. 나는 학생에게 “‘쓰레기 버리러 가다 뱀에 물렸다., 보다 ‘담배 피러 가다가 뱀에 물렸다’ 라는 내용을 놓고 글을 쓴다면 어떤 것이 더 흥미롭겠니. 하자 , 그 학생은 빙긋이 웃어 보이며 “이 사건에 관해 글을 쓰시려구요!.” 하며 답했다. “예, 담배 피러가다가 뱀에 물렸습니다.”라고 이실직고 했다. 주변 학생들이 웃었고 솔직하게 속마음을 털어놓는 친구가 더 신뢰가 간다는 느낌이 들었다.
  옆에서 지켜보던 동재가 나서며, “용성아! 너 이름 이제부터 정말로 ‘사용성’이다. ‘뱀이 드디어 용이 되어가는 구나” 하고 조크를 하고 있었다. 담배 피러가다 뱀에 물렸지만 그 일로 자기를 끝내 속이는 거짓말에서 탈출할 수 있었다는 것, 거짓을 말해 얼버무리기보다 진실을 말할 수 있었다는 것 안에 그 학생은 더 빛나보였다. “너에게 뱀에 물린 사건은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이다. 이 일로 금연하도록 좋은 기회로 삼았으면 한다.” 담소를 나누던 점심시간이 훌쩍 지나고 친구들도 환한 얼굴로 식탁에서 일어섰다. 즐거운 식사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