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준비해야 할 할아버지의 선물
작성자 : 윤병훈 | 조회수 : 3,609 | 작성일 : 2009년 5월 11일
우리가 준비해야 할 할아버지의 선물
「어린 시절 지녔던 선물은 다 없어졌지만, 50년이 지나도록 간직된 선물이 하나 있는데, 그것은 내가 네 살 배기였을 때 외할아버지가 주신 선물이다. 어느 날 외할아버지는 나에게 흙만이 가득 들어있는 작은 종이컵 하나를 주셨다. 그리고 나서 찻잔에 물을 담으시더니 그물을 종이컵 속에 부으시면서, “아이야, 날마다 이 잔으로 종이컵에 물을 줄 수 있겠니?” 하셨다. 내가 영문도 모른 채 고개를 끄덕거리자, 외할아버지는 “네가 매일 물을 주면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알 수 있게 된단다.” 하셨다.
도대체 무슨 일이 생긴단 말인가? 외할아버지의 말을 전혀 이해할 수는 없었지만, “날마다 물을 주어야 한다, 날마다 말이다.” 라는 외할아버지의 말씀을 기억하며, 첫째 주는 의무적으로, 둘째 주는 따분한 생각으로 물을 주었다. 그리고 셋째 주는 물주는 것을 잊었는데 자다가도 갑자기 생각이 나서 물을 주기도 했다.
여느 때와 같이 물을 주던 어느 날, 컵 속의 흙에서 자그마한 연두색 싹이 움튼 것을 보게 되었다. 어젯밤에 물을 줄 때만 해도 컵 속에는 흙밖에 없었는데, 자그마한 싹을 보는 순간, 나는 말할 수 없는 벅찬 감동을 맛보았다. 두 개의 싹은 하루가 다르게 커갔고, 나는 이 사실을 빨리 외할아버지께 알려드리고 싶어 안달이 날 지경이었다.
필경 외할아버지도 나처럼 깜짝 놀랄 것이라는 생각을 하며 말씀드렸다. 그러나 의외로 외할아버지는 조금도 놀라지 않으셨다. 외할아버지는 무릎에 나를 앉혀놓고는, “아이야, 생명은 이 세상 어느 곳에나 존재한단다.” 라며 오히려 차분하게 설명해주셨다. 내가 기쁨에 겨운 목소리로 “할아버지, 그럼, 생명을 자라게 하는 것이 물이에요?” 라고 묻자, 외할아버지는 내 머리를 쓰다듬으며, “아이야, 생명을 자라게 하는 데 꼭 필요한 것은 ‘성실함’이란다.” 하셨다.
이것이 내가 배운 섬김에 대한 첫 번째 가르침이다. 그 당시는 내가 어린 탓에 외할아버지의 말씀을 ‘섬김’으로 이해하지 못했다. 당시 외할아버지는 ‘섬김’과 ‘봉사’라는 단어를 쓰지 않았지만, 우리 주변과 우리 안에 있는 생명을 축복해야 한다고 말씀하셨고, 우리가 진심으로 생명을 축복할 수 있어야 세상을 치유할 수 있다고 말씀하셨다.」 (레이첼 나오미 레멘,『할아버지의 기도』, 서울 문예출판사, 2005.)
나는 이 글을 읽으면서 불현듯 우리 어른들이 축복해 주어야 할 생명에 대하여 너무 무관심하게 지낸다는 생각이 들었다. 생명에 대하여 ‘성실함’을 보여주며 살아야 할 분들이 총총걸음으로 돈 버는 기계처럼 살아갈 뿐, 생명에 대하여 ‘성실함’을 살지 못한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어린 시절에 외할아버지가 주신 선물이 소녀가 어른이 되었을 때, ‘섬김과 봉사’라는 교훈으로 살아난 것처럼, 오늘을 사는 어른들은 어떤 선물을 자녀들에게 마련하고 있는가. 오늘의 어른들은 살기 바쁘다는 이유로 물질적인 선물 외에 정신적 가치나 목적 부분을 성장케 하는 선물에는 부족한 것은 아닐까? “생명을 자라게 하는 것은 물인가요?” 라는 어린 아이의 질문에, 물이 생명의 한 부분이지만 생명이 되는 물을 일상 안에서 생명이 될 때까지 끊임없이 주어야 하는 ‘성실함’을 가르쳐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생명을 자라게 하는 데 꼭 필요한 것은 ‘성실함’이란다.” 훗날 외할아버지의 선물은 손녀의 인생에 피가 되고 살이 되어 피어남이 진한 감동으로 다가온다.
오월은 자연의 푸르름처럼, 생명 축제의 달이다. 오월을 지내면서 정신적 가치를 높여 줄 선물들이 각 부분의 마음속에 피어나길 기대한다. 오월은 어린이날, 어버이날, 부부의 날, 스승의 날, 가정의 날, 등 이름 난 날들이 수북이 많다. 이런 날들에 서로 주고받는 선물이 속 깊은 의미가 되어 훗날 아름답게 살아 날 훌륭한 선물을 마련했으면 한다. 당장은 이해할 수 없는 유형의 작업이 머지않아 무형의 ‘성실함’의 가치가 되어 손녀가 꺼낼 수 있도록 우리도 할아버지의 선물을 준비해 주어야 할 것이다.
「어린 시절 지녔던 선물은 다 없어졌지만, 50년이 지나도록 간직된 선물이 하나 있는데, 그것은 내가 네 살 배기였을 때 외할아버지가 주신 선물이다. 어느 날 외할아버지는 나에게 흙만이 가득 들어있는 작은 종이컵 하나를 주셨다. 그리고 나서 찻잔에 물을 담으시더니 그물을 종이컵 속에 부으시면서, “아이야, 날마다 이 잔으로 종이컵에 물을 줄 수 있겠니?” 하셨다. 내가 영문도 모른 채 고개를 끄덕거리자, 외할아버지는 “네가 매일 물을 주면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알 수 있게 된단다.” 하셨다.
도대체 무슨 일이 생긴단 말인가? 외할아버지의 말을 전혀 이해할 수는 없었지만, “날마다 물을 주어야 한다, 날마다 말이다.” 라는 외할아버지의 말씀을 기억하며, 첫째 주는 의무적으로, 둘째 주는 따분한 생각으로 물을 주었다. 그리고 셋째 주는 물주는 것을 잊었는데 자다가도 갑자기 생각이 나서 물을 주기도 했다.
여느 때와 같이 물을 주던 어느 날, 컵 속의 흙에서 자그마한 연두색 싹이 움튼 것을 보게 되었다. 어젯밤에 물을 줄 때만 해도 컵 속에는 흙밖에 없었는데, 자그마한 싹을 보는 순간, 나는 말할 수 없는 벅찬 감동을 맛보았다. 두 개의 싹은 하루가 다르게 커갔고, 나는 이 사실을 빨리 외할아버지께 알려드리고 싶어 안달이 날 지경이었다.
필경 외할아버지도 나처럼 깜짝 놀랄 것이라는 생각을 하며 말씀드렸다. 그러나 의외로 외할아버지는 조금도 놀라지 않으셨다. 외할아버지는 무릎에 나를 앉혀놓고는, “아이야, 생명은 이 세상 어느 곳에나 존재한단다.” 라며 오히려 차분하게 설명해주셨다. 내가 기쁨에 겨운 목소리로 “할아버지, 그럼, 생명을 자라게 하는 것이 물이에요?” 라고 묻자, 외할아버지는 내 머리를 쓰다듬으며, “아이야, 생명을 자라게 하는 데 꼭 필요한 것은 ‘성실함’이란다.” 하셨다.
이것이 내가 배운 섬김에 대한 첫 번째 가르침이다. 그 당시는 내가 어린 탓에 외할아버지의 말씀을 ‘섬김’으로 이해하지 못했다. 당시 외할아버지는 ‘섬김’과 ‘봉사’라는 단어를 쓰지 않았지만, 우리 주변과 우리 안에 있는 생명을 축복해야 한다고 말씀하셨고, 우리가 진심으로 생명을 축복할 수 있어야 세상을 치유할 수 있다고 말씀하셨다.」 (레이첼 나오미 레멘,『할아버지의 기도』, 서울 문예출판사, 2005.)
나는 이 글을 읽으면서 불현듯 우리 어른들이 축복해 주어야 할 생명에 대하여 너무 무관심하게 지낸다는 생각이 들었다. 생명에 대하여 ‘성실함’을 보여주며 살아야 할 분들이 총총걸음으로 돈 버는 기계처럼 살아갈 뿐, 생명에 대하여 ‘성실함’을 살지 못한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어린 시절에 외할아버지가 주신 선물이 소녀가 어른이 되었을 때, ‘섬김과 봉사’라는 교훈으로 살아난 것처럼, 오늘을 사는 어른들은 어떤 선물을 자녀들에게 마련하고 있는가. 오늘의 어른들은 살기 바쁘다는 이유로 물질적인 선물 외에 정신적 가치나 목적 부분을 성장케 하는 선물에는 부족한 것은 아닐까? “생명을 자라게 하는 것은 물인가요?” 라는 어린 아이의 질문에, 물이 생명의 한 부분이지만 생명이 되는 물을 일상 안에서 생명이 될 때까지 끊임없이 주어야 하는 ‘성실함’을 가르쳐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생명을 자라게 하는 데 꼭 필요한 것은 ‘성실함’이란다.” 훗날 외할아버지의 선물은 손녀의 인생에 피가 되고 살이 되어 피어남이 진한 감동으로 다가온다.
오월은 자연의 푸르름처럼, 생명 축제의 달이다. 오월을 지내면서 정신적 가치를 높여 줄 선물들이 각 부분의 마음속에 피어나길 기대한다. 오월은 어린이날, 어버이날, 부부의 날, 스승의 날, 가정의 날, 등 이름 난 날들이 수북이 많다. 이런 날들에 서로 주고받는 선물이 속 깊은 의미가 되어 훗날 아름답게 살아 날 훌륭한 선물을 마련했으면 한다. 당장은 이해할 수 없는 유형의 작업이 머지않아 무형의 ‘성실함’의 가치가 되어 손녀가 꺼낼 수 있도록 우리도 할아버지의 선물을 준비해 주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