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비가 된 해커들

작성자 : 윤병훈 | 조회수 : 4,023 | 작성일 : 2009년 7월 10일

좀비가 된 해커들
 
 경제 불황으로 근로자들이 대량 해고 되고, 비정규직법 통과로 많은 비정규직 근로자들이 아무 대책 없이 직장을 떠난다. 이런 일이 대부분 어쩔 수 없이 비롯된다. 그들의 절박한 심정을 헤아려본다고 한들 어찌 근처나 가보겠는가? 회사는 근무용 책걸상을 복도로 꺼내 놓고, 일감을 주지 않음으로 퇴출을 예고한다. 노동자들이 처절하리만큼 “함께 살자”며 외치는 절규는 생존 때문이다. 대기업이 대량해고를 예고하면 중소업체의 사장들은 줄 부도를 예견해야만 한다. 이렇게 시작한 고통은 이곳저곳에서 줄줄이 그 피해를 이어 간다. 실직한 아빠는 알코올 중독자가 되고 부부의 이혼으로 자녀들은 학생이라는 신원을 잃어버린다. 모두들 제자리에서 안정되게 살아가며 행복했으면 얼마나 좋겠는가? 이들이 되어 보지 않고서 그들에 관해서 어찌 이야기할 수 있겠는가. 그로 인해 부도난 학생들의 문제를 본다면 함부로 그들을 대할 수는 없다. 힘든 부모들 대신 교사가 학생들에게 힘이 되어주지 못한다면 그 반동은 한풀이에 가깝도록 심각할 것 같다. 세상이 그들을 힘들게 하여도 우리들은 변함없이 믿음과 사랑과 관심으로 그들을 고통에서 구제해야 한다.
 요즘 충격적인 ‘좀비(Zombie)족’ 이야기를 하고 싶다. 좀비족은 대기업이나 방대한 조직체에 묻혀 일을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이라는 식의 무사 안일주의에 빠져 있는 화이트칼라들을 말한다. 실체는 있으되 유령처럼 숨어서 공동체를 해하는, 소위 철밥통이라 불리는 이 좀비족은, 타인의 고통과 위협으로부터 무관심하며 태평하게 살 뿐이다. 네트워크의 보안을 지켜내는 사람들인 ‘해커’들이 보안유지에 소홀하더니 좀비족으로 전락하기도 한다. 국가전략 PC가 공격당하고 있지만 해커들은 보안을 유지할 대안이 없어 우왕좌왕이다. 이런 해커들은 퇴출되어야 한다. 그러나 그들 대부분이 퇴출의 대상으로 위협 받지 않는다. 그들은 부전공을 만들어서라도 일자리를 유지하며 안전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복지부동과 무사안일의 직무유기를 해서는 안 된다고 그들에게 혹 삿대질이라도 하면 그들은 억울하면 출세를 하란다. 그래서 사람들은 출세하기 위해서라도 죽어라 공부하는 것이다. 그렇게 죽어라 공부해서 태어난 사람들 중 많은 이들은, 의식이 고정화될 뿐 철밥통이 되어간다. 국민의 공복으로 불림을 받고 봉사하고 희생해야 할 나라의 해커들이 자기가 지니고 가야할 정체성과 사명을 망각하여 경거망동하고, 청렴하지 않고 부패하다면, 그들 관리자는 마땅하고 공정한 평가를 거쳐 무능력한 해커들을 과감히 쫓아내야 한다.
 용산참사, 쌍용자동차 해고 근로자들은 밤낮을 교대하며 시간외 근무로 일자리를 지켜야 한다. 가족들과 함께 모여 여유로운 식사도 할 수도 없고, 결혼기념일, 자녀 생일 등 받아 놓은 휴가날도 가족의 얼굴을 제대로 볼 수 없으며, 바이어로 몇 개월 동안 해외체류를 하며 가족들을 만날 수도 없는 사람들이다. 그들에게는 가정과 가족이라는 기준마저도 용납되지 않는다. 그들도 행복한 가정을 위해 살아야 하지만 직장환경 때문에 큰 결손을 감수해야 한다. 그들의 삶은 언제나 불안정하며 퇴출이라는 큰 결손을 기다려야 하며, 마치 중소기업이 줄부도 하듯 가족들도 따라 결손을 맛보아야 한다. 결손이 또 다른 결손을 부르는 악순환의 연속이다.
 나는 학교에서 퇴출 해고된 결손으로 어려워하는 학생들을 만날 수 있었다. 자녀는 방치되고 부부는 갈라서고 서민 아파트 사람들의 환경은 너무 열악했다. 그 모습을 지켜보고 보안을 유지할 공복들 중에는, 결손을 지니고 살아가는 사람들을 이용해서 치부하고, 그 부정의 입으로 부적응 사람들에게 문제아라고 욕하는 철밥통들도 있다. 파견된 공복이 파견자인 국민의 뜻을 헤아렸다면 그들의 권한은 결코 녹슬지 않았을 것이다. 이런 녹슨 철밥통은 서슴없이 퇴출되어야 한다. 국민의 공복은 국민들의 손실을 메워주고, 문제를 풀어주는 넉넉한 사람들이어야 한다. 나라의 해커들은 신음하는 모든 사람에게 어머니 품 같은 안락함을 제공해줘야 한다. 물질이 아니더라도 따뜻하게 그들의 마음을 읽어주며, 위로와 희망, 믿음을 주는 공복들이야 말로 고통을 겪는 모든 이에게 진정한 해커들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