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제주도 이동수업

작성자 : 윤병훈 | 조회수 : 4,066 | 작성일 : 2009년 11월 10일

                          2009, 제주도 이동수업

 중국, 일본 이동수업은 신종플루 확산의 영향으로 1,2학년이 그렇게 기다리던 ‘해외 세상보기’의 꿈은 안타깝게 좌절되고 말았다. 학교는 대체 프로그램으로 제주도 이동수업을 갖기로 했다. 4박5일의 일정으로 제주도의 역사현장(민속박물관, 4.3평화공원, 해녀박물관, 평화박물관 등) 체험과 남제주의 해변길 하이킹, 안덕 계곡과 서귀포의 호텔촌에서 모슬포 방향으로 길게 늘어진 해변 ‘올래’ 길 걷기, 제주도 5일 재래시장 풀어놓고 돌아보기, 성판악에서의 한라산 등반 종주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학생들이 건강하게 소화해냈다.
 1,2학년의 프로그램은 서로 역방향으로 진행되어 공항에서만 서로 만나도록 했고, 리조트도 서로간 거리를 유지해서 지내도록 배려해주었다. 경찰의 에스코트 하이킹이었지만 해풍이 제법 세게 불어 위험이 뒤따랐으며 하이킹의 어려움도 있었다. 올래길 걷기는 교사와 학생, 학생 상호간 서로가 서로를 알아가는 오랜만의 대화시간이 돋보였다. 산악등반은 한 사람의 낙오자 없이 질서정연하게 종주를 마칠 수 있었다. 가끔은 산행이 더디긴 했고, 모노레일을 타고 하산을 하는 몇 명의 학생도 있었지만 학생들 마음은 뿌듯함으로 다가왔다. 오일장으로 재래시장은 그 규모가 어마어마했는데 마트, 백화점, 슈퍼에 익숙한 학생들이 생소하리만치 생기 넘치는 삶의 현장, 재래시장에서 많은 것을 배웠을 것이다.
 JJBS(SBS TV)가 우리 학생들의 제주 재래시장체험을 직접 취재하고 있었다. 우리학생들의 뛰어난 언변, 서로 인터뷰하려는 적극적인 태도, 구구절절 학교자랑을 하며 제주도의 저녁 8시 뉴스를 떠들썩하니 장식하고 있었다. 신종플루로 학생수학여행이 뜸한 가운데 경기침체를 부르던 제주도는 “위기는 기회다.”라는 제하의 소식으로 우리를 취재해 방영하고 있었다. ‘수학여행’이란 용어를 “이동수업”이라 바로잡아주면서 학생대표가 PD에게 말했다. 저희들은 ‘여행’이 아니라 ‘세상보기’와 ‘사고의 폭’ 넓히려 여러 곳에서 여유를 갖고 다양한 프로그램을 경험하고 있습니다. 수학여행단에게 마땅한 여행 프로그램을 갖지 못한 제주도는 특종 관광 상품 프로그램을 발견했다는 듯 우리 학생들이 재래시장을 돌아보며 삶의 현장을 살피며 돌아보는 학생들의 모습을 새로운 프로그램이라며 방송을 하고 있었다. 한 학생이 하이킹을 하다가 PD에게 말했다. “0교시 일반학교에서 만날 수 없는 우리학교는 고등학생으로의 다양한 체험을 하고 있어 너무나 기쁩니다.” 헬멧을 쓰고 거친 해풍을 만나 머리칼이 날리며 환한 미소를 지어보이는 TV 속의 여학생이 싱그럽다. 4박5일을 건강하게 소화하고 제주공항 대합실에서 만난 1,2학년 학생들이 반가운 듯 시끄럽다.
 이렇게 인성교과의 하나인 이동수업을 마치고 학교에 돌아오면, 이동수업에서 경험한 다양한 수업은 지식교과와 연결되어 학업성취도 향상을 가져 올 것이다. 제주도의 관광업자나 숙박업자들은 우리 학생들의 자율적이고 적극적인 모습을 보면서 또 우리 학생들의 프로그램진행을 바라보면서 우리학교 진학을 탐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인솔 선생님들에게 학교에 대하여 여러 가지 이야기를 나누다가, “요즘 교육문제 있지요.”라며 숙박업자는 긴 여운을 남기며 말을 맺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