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어싱을 한 아들과 그의 아버지

작성자 : 윤병훈 | 조회수 : 4,975 | 작성일 : 2008년 10월 20일

                          피어싱을 한 아들과 아버지

  ‘피어싱(piercing)’은 ‘뚫는다’는 뜻으로, 신체의 특정 부위를 뚫어 링(ring)이나 막대 모양의 장신구로 치장하는 것을 말한다. 고대 로마인들은 용감함을 상징하고, 아프리카 원주민들은 주술적·장식적 효과를 위하여 피어싱을 하였다. 1990년대에 들어 유럽과 미국 등지에서 모델과 연예인에게서 유행하기 시작하면서 한국 내 청소년들 안에서 확산되었다. 90년대 중반은 피어싱 자체가 학생들 사이에 매우 부정적이고 일탈의 건전치 못한 행동으로 간주되었지만, 최근에는 미적장식이나 액세서리의 일종으로 인식되고 있다. 어쨌든 이런 모습을 보는 어른들은 속이 편할 리가 없다.
 학교에서 한동안 자취를 감추었던 피어싱이 다시 유행처럼 나타난다. 그런 모습을 보고도 인내하고 기다려주는 선생님들의 속을 이해하는 학생은 그리 많지 않다. 그들은 학교가 이런 행동을 묵인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한 학생이 혐오감이 들 정도로 턱에 피어싱을 하고 나타났는데 팬지로 잡아 빼주고 싶었다. 그런 내 마음을 낮추어 그 학생에게 한 수 거들었다. “얘야, 이왕이면 소의 코뚜레처럼 자네 코밑에 매달고 다니렴!” 그 학생을 강제하지 않고 그렇게 말하는 내가 넉넉하게 보였던지 머리를 극적이며 ‘조금만 더 하다가 그만두겠습니다.’라며 귀엽게 웃어 보였다. 청소년 시절의 행동은 막무가내다. 하고 싶은 것이 있을 때 강제하면 관계만 악화되기 쉽다
  다음은 한 아버지의 이야기이다. 아버지는 버릇없이 구는 아들을 폭력으로 대했었다. 학교는 입학생들에게 한 학기 동안 휴대폰을 갖지 못하도록 정했지만 학생들이 음성적으로 휴대했기에 자기도 휴대폰을 갖고 싶어 엄마에게 졸라대고 있었다. 아버지는 “다른 학생이 지니고 있어도 너는 안돼, 학교규정대로 해.”라고 명령하며 아들에게 심한 폭력으로 대했다고 했다. 한 학기가 지나고 2학기 중반에 이르자 그 아이가 이번에는 눈썹에다 피어싱을 하고 나타났다. 어머니는 아들의 모습을 보는 순간 놀라며 “빼라!”고 명령하며 말싸움을 벌였다. 얼른 빼라는 어머니의 말에 아들은 여전히 “싫어요.”라며 말대꾸했다. 그 모습을 멀리서 듣고 있던 아버지는 예전 같으면 즉시 개입했을 덴데, 이번에는 끼어들지 않고 기다리기로 했단다. 그리곤 남편은 아들 녀석의 일로 힘들어하는 아내를 위로했다. “여보, 얼마나 힘들었소! 나는 둘이서 나눈 대화를 멀리서 다 듣고 있었소!”하자, 아내는 “왜 듣고만 있었어요. 좀 거들어야지요!” 남편은 아내에게 “예전 같으면 그놈에게 또 주먹을 날렸을 것이요. 그러나 나는 이제 내 아이가 다니는 학교의 교육철학대로 살기로 다짐했지요. 나도 인내하느라 무척 힘들었소.”라고 말했다. 그렇게 마련된 평화스런 밤은 지나고 아침을 맞이하고 있었다.    아버지가 아들의 잠을 깨우자 벌떡 일어나는 아이의 모습에서 ‘어제 어머니와 다툰 문제로 또 얻어터지는구나.’ 하는 느낌이 안색으로 전해졌다고 한다. 그 때 아버지는 아들에게 자상하게 “애야! 그 문제로 어제 네 어머니와 다툰 것을 나도 알고 있었다.” 아버지가 예전과는 다르게 변해 있음을 인식한 아들은, “아버지, 어제 참아주셨군요.”하며 철이든 아들처럼 “당장 제거하겠습니다.”라고 했다고 한다. 그 말을 아버지로부터 전해 듣는 순간 나도 한없이 기뻤다. 아버지는 아들을 강제하지 않았고 아들의 눈높이에 맞춰 아들을 이해하고 기다려준 결과, 아들의 문제는 아주 쉽게 풀려나간 것이었다. “이 학교에 자녀를 입학시키고 제가 많이 배웁니다. 많은 부모님이 학교가 학생들 문제를 방임해서 방종하도록 묵인하고 있다는 생각을 한다면, 그것은 전적으로 잘못 생각입니다. 학교 교육철학을 부모들이 존중하며 배워야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