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소개서

작성자 : 윤병훈 | 조회수 : 4,534 | 작성일 : 2008년 10월 30일

                              자기소개서

  학생들의 직업은 공부하는 것이다. 학생 자신이 공부하는 것도, 안하는 것도 그 학생 몫이다. 만일 이 일을 게을리 한다면, 그 결과에 대한 책임은 그 자신에게 돌아가 일회적이 아니라 두고두고 후회하게 만들 것이다. 결과적으로 공부가 좋든 싫든 학생은 모름지기 공부를 해야 한다는 결론에 이른다.
  나는 우리 고3학생들의 대학 수시모집에 쓰일 ‘자기소개서’를 읽는 재미에 푹 빠져있다.  사고력이 부족한 학생들 같으면 똑같은 방식의 자기소개서를 작성하거나, 부모나 교사의 손을 빌어 작성하겠지만, 사고력이 큰 우리 학생들은 자기소개서를 흥미진진하게 작성한다. 그 내용은 중학교 시절 사춘기의 미성숙한 모습을 여과 없이 과감하게 묘사하고 있어 읽는 사람에게 흥미를 갖게 하고, 대안학교 양업의 3년 생활에서 이루어낸 성장과 성숙을 생동감 있게 묘사하며, 이곳에서 얻어진 교육적 경험은 오늘의 성숙한 나를 이루었다고 쓰고 있는 것이다. 대학입학 사정관들도 나처럼 우리 학생들이 쓴 내용을 보다가 마치 한편의 흥미진진한 드라마 대본을 보듯 감동했다며 담임교사에게 전화를 걸어 내용의 진의여부를 확인하였다고 한다.
  한 학생이 쓴 자기소개서 내용이다. “중학교 시절, 5회에 걸친 전학, 고1의 중도탈락, 담배, 술, 오토바이 폭주족, 싸움질, 양아치처럼 지낸 노숙자 체험, 끊임없이 교사와 부모를 골탕 먹이며 어른 흉내 내던 질풍노도의 사춘기 시절을 적나라하게 묘사하며, 이런 생활이 자신에게 고통이 되었을 뿐 아니라 부모와 교사에게 엄청난 고통을 주어 힘들게 했었다는 내용을 담고 있으며, 가톨릭 대안학교인 양업을 찾아 입학하고서 지낸 3년 생활을 진지하게 담아가고 있었다. 3년 동안 하루도 거르지 않을 정도로 아침 미사와 함께했던 영적시간이며, 노는 것이 좋아 구렁 나고 폐허가 되어버린 중학교 생활을 정리하며 도전하려 밤을 지새웠던 일, 학원 한 번 가지 않고 자신과 책과 싸워가며 1,2등급의 내신 성적으로 자신을 업그레이드 한 일, 전교학생회장이 되어 리더십을 함양하고 ”좋은 학교 양업“을 이루던 적극적 시간, 이런 일들이 저 자신을 성숙시켰다고 썼던 것이다. 이제 미래를 향해 대학에 진학하면 더 큰 목적을 향해 단계적으로 상승한다는 미래의 청사진을 담는 것으로 끝맺고 있었다. 이런 자기소개서를 읽은 입학사정담당관은 1차 합격을 알리며 그 학생의 오른팔을 번쩍 들어주었다. 어찌 그 학생뿐이겠는가.  고1까지 이성교제하며 담배를 피워대던 골치 아팠던 여학생도 1학년을 뒤로 하며 사춘기를 접었다며, 자기와의 미래에 대한 목표를 향해 달음질의 대열에 들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들 모두가 손수 작성한 자기소개서는 모든 이를 감동케 하기에 충분했다. 한 학생에게, “자네는 2,3학년 성적은 좋은데, 왜 1학년 성적이 그리 좋지 않은가?”라고 입시사정관이 묻자 “사춘기를 지나면서 철이 없어 놀다 중학교를 보냈고 고1학년까지 원 없이 놀았어요.”라고 답했더니, “수학과 과학이 만점이네.”라는 칭찬에 “예, 2학년이 되어서야 그 과목이 재미있는 줄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 때부터 무섭게 공부를 했습니다.” 라고 답했다고 한다. 항공대를 진학해 파일럿이 된다는 이 학생의 소개서도 감동적이기는 마찬가지였다. 면접관은 숨김없는 대답에 그에게도 오른손을 번쩍 들어 올려 줄 것이다. 이들이 작성한 자기소개서는 3년 동안 그들의 포트폴리오에 담겨진 기록물들이며, 그것을 꺼내 잘 손질하여 만든 자기소개서였기에 빛나고 있었다. “후배들이여! 선배들을 보고 배워라! 공부 않고 마냥 즐기기만 하면 미구에 슬픔으로 자신에게 돌아와 괴롭힐 것임을 명심해야 하느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