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령님은 관계의 연결과 창조에너지

작성자 : 윤병훈 | 조회수 : 4,073 | 작성일 : 2008년 10월 30일

          성령님은 관계의 연결과 창조의 에너지

  후배들로부터 존경받는 ‘원로 사제님’이 계시다. 그분은 약방에 감초처럼 사제들의 모임이면 꼭 함께 계신다. 운동하는 자리, 고스톱 자리, 회의의 자리, 중요한 행사로 특별미사가 봉헌하는 날이면 꼭 함께 하신다. 선배, 후배 가리지 않고 꼭 함께하신다. 사제총회가 있던 날도 그 신부님은 삼겹살과 소주 한 잔을 놓고 후배들과 함께 하셨다. 신부님은 따뜻한 마음, 환한 미소, 후배들을 이해하는 여유로움으로 다가오셨고, 후배들에게 건배제의를 하시며 부언설명으로 “내가 자네들과 함께하는 것은 좋은 관계를 위하여” 라고 말씀하셨다. 우리는 “신부님, 원 샷입니다.”라며 거들고는 한 잔 기분 좋게 했고, 이러한 신부님이 더욱 존경스러웠다.
  그 신부님을 뵈오며 나는 ‘좋은 관계’ 가 무엇인가를 놓고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우리는 교리 시간에 “성령님은 하느님 아버지와 아드님에게서 발하신다.”라고 배웠다. 아버지와 아들은 사랑이 충만한 “좋은 관계”로 한 분이신 하느님을 이루고 계신다. 두 분 사이의 관계는 온전한 사랑의 관계로 생명에너지를 지니고 계시며, 생명력을 발하시는 데 그 분이 곧 성령님이시다. 성령님은 바람, 숨, 불로 표현되는 데 이 에너지는 생명의 창조에너지로서 아버지와 아들에게서 발하시고 계신다. 각각 두 분에게서 발하신 성령님은 두 분의 인격을 한 분의 완전하고 충만하신 하느님이 되게 하신다. 각 위로써 한 분이신 하느님, 우리는 이를 삼위일체의 신비로 배웠고 알고 있다.
  신부님이 후배들과 일치를 이루며 “좋은 관계”를 위해 함께한다고 하셨는데 그 말의 뜻을 더욱 깊이 생각해 보기로 했다. 내 인격이 또 다른 인격과 만나 사랑으로 서로 연결되어 온전히 하나 된다면 얼마나 아름다울까? 그리고 이런 상황 하에서 발하는 에너지가 생겨난다면 세상을 변화시키는 일은 시간 문제일거라는 생각이다. 둘 사이를 사랑으로 하나를 만들고, 그 안에서 발하는 에너지가 충만할 때 내재적인 열매는 충실한 열매를 예견할 것이다.    바오로 사도가 갈라디안 들에게 말한 성령의 열매대로, 곧 사랑, 기쁨, 평화, 인내, 호의, 선의, 성실, 온유, 절제(갈라 5,23)라는 열매일 것이다. “하느님을 사랑하고 이웃을 사랑하는 것. 이것이 율법과 예언서의 정신이다.”(마태22.37-40) 라고 예수님께서 가르치신다.
  오늘 현실은 예나 지금이나 꼭 같다. 인간의 가치와 목적을 돈, 건강으로 여기며 비인격인 물질을 하느님으로 여기며 살아간다. 이를 물신주의라고 한다. ‘관계’는 단절을 가져오고 이해타산과 상처를 주고받으며 인간 안에 사랑의 에너지를 지워버린다. 이는 바로 성령님의 부재를 뜻한다. 불완전한 인격을 지닌 인간이 완전하신 인격이신 하느님과 올바른 관계를 맺어 함께하며 사랑의 관계를 깊이 유지한다면 곧 바로 우리 안에 성령님이 오셔서 엄청난 창조의 폭발력을 지니게 할 것이다. 좋은 관계를 위하여 하느님과 함께하자. 그리고 이웃과 함께하자. 하느님께서 주시는 가장 값진 선물, 성령님의 선물을 간절히 구하자.(1코린 14.1)    좋은 관계를 위해 후배들과 함께하신다는 신부님, 생명과 생명이 연결되어 사제단이 훈훈하게 창조된다. 나는 신부님 안에 역사하시는 성령의 에너지를 보았다. 진정으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하느님과 함께하며 올바른 관계를 맺는 일, 이웃과 함께하며 좋은 관계를 맺어가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