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이동수업
작성자 : 윤병훈 | 조회수 : 4,001 | 작성일 : 2008년 12월 17일
제주도 이동수업
1,2학년과 다르게 3학년의 이동수업은 수능고사가 끝나면 시작된다. 이동수업 장소는 늘 ‘제주도’이다. 체험수업은 일상적인 코스보다 오지에서 행해지는데, 그 시작은 한라산 중턱 성판악에서 잠시 도로를 따라 움직이다가 산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듯한 느낌을 주는 트레킹(trekking, 목적지가 없는 도보여행, 또는 산, 들과 바람 따라 떠나는 사색여행)코스이다. 눈 덮인 숲에서 한동안 길을 내며 걷다가 선명한 길에 들어서면 산악용 자전거로 산길을 힘겹게 달린다. 달리다가 잠시 멈춰 빼곡히 짱 박힌 삼나무 아래서 향 지닌 산소를 마음껏 마시며 바람소리, 새소리, 바람소리, 물소리를 듣기도 하고, 지루하다 싶으면 친구들과 재잘거리면서 휴식을 가져 본다. 풍상에 견디다 못해 쓰러진 고목뿌리를 매만지며 학생들은 이런 생각을 했을 것이다. ‘나는 결코 비바람에도 쓰러지지 않는 뿌리 깊은 나무가 되어야지!’
한동안 오를락 내릴락 산길을 달려온 덕분에 시원한 포도(鋪道)가 나타나자, 학생들은 환호성을 지르며 세상 부러울 것 없다는 듯 신바람 나게 내리달렸다. 역동적인 우리 학생들은 이런 체험이 좋은 모양이다. 재미나는 트레킹이 끝나자 정우는 양이 안차는 지 바다낚시 가자고 아우성이다. 그 꿈은 접고 학생들에게 도움 될만한 테마여행지로 떠나기로 했다. 그 중에 기억나는 몇 곳이 있었다.
그 한 곳은 작년에 개관한 ‘나비전시관’이었다. 한 고등학교 생물교사가 30년 동안 이룬 노력을 담아 문을 연 나비전시관이었다. 예쁜 전시물들은 인생노트에서 꺼낸 생생한 교훈이 담겨진 글과 함께 더욱 업(up)된 모습으로 손님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 날 시각디자인 학과에 진학한 영빈이가 전시된 나비들의 다양한 형형색색, 아름다운 날개무늬를 들여다보고 있었는데 그 매료된 모습이 너무나 진지했다. 이 학생은 미구에 훌륭한 시각 디자인 창작물을 이 소재 안에서 꺼낼 것이라는 기대를 해 보았다.
다음으로 찾아간 곳은 ‘김영갑 갤러리 두모악’이었다. 김영갑은 1957년 충남 부여에서 태어났고 1982년 제주도에 옮겨와 자연을 카메라에 담으며 행복한 삶을 살다간 사진작가였다. 루게릭 병으로 안타깝게도 47년의 짧은 생을 마감했지만 그의 삶은 우리들에게 진지함을 가르쳐준다. 그는 ‘오름과 바다’를 배경으로 수천 번 카메라 셔터를 누르며 자연과 벗한 분이었다. 그는 친구라면 오르지 ‘외로움’이었고 자연을 카메라에 담으며 마음의 평화를 누렸을 것이다. ‘오름’ 사이로 폭풍우가 지나던 날, 나부끼는 나무들을 바라보고 있자니 제주도 4.3의 아픔을, 바람 자는 날이면 나무들 속에서 고통에서 자라난 성숙된 제주도의 평화를 보았다고 했다. 그는 카메라 셔터를 더 이상 누르지 못할 처지에서도 ‘외로움과 평화’로 벗 삼으며 병원신세를 거부하며 자연으로 치유되길 원했다. 그는 생의 ‘진정한 목마름’이 무엇인가를, 또 어떻게 사는 것이 생을 잘 ‘마무리’ 하는 것인지를 끊임없이 반추하며 살았다.
그는 신앙을 이야기하지만 그의 삶은 신앙을 보게 된다. 신앙인이라 자처하는 나도 하느님을 “모르는 분”(마태1.26)으로 대해 드려 송구스러운데, 그분은 하느님과 함께 지낸 분이었다. 그가 좋아했던 사진담기에서 보여 준 투신하는 삶은, 그 분의 삶이 눈물나도록 애잔하지만, 하느님을 뵈옵는 길잡이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철없던 입학 시절, 놀기 좋아하고 대책 없이 시간을 축냈던 민석이가 그날은 그의 작품세계에 푹 빠져들고 있었다. 이렇게 3년의 학교생활이 정말 끝나려나보다. 부모님께 드릴 선물을 챙기는 모습이 아름답다. 우리 학생들도 자기가 좋아하는 것에 푹 빠져 인생을 투신의 삶으로 살아갈 것으로 믿는다.
1,2학년과 다르게 3학년의 이동수업은 수능고사가 끝나면 시작된다. 이동수업 장소는 늘 ‘제주도’이다. 체험수업은 일상적인 코스보다 오지에서 행해지는데, 그 시작은 한라산 중턱 성판악에서 잠시 도로를 따라 움직이다가 산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듯한 느낌을 주는 트레킹(trekking, 목적지가 없는 도보여행, 또는 산, 들과 바람 따라 떠나는 사색여행)코스이다. 눈 덮인 숲에서 한동안 길을 내며 걷다가 선명한 길에 들어서면 산악용 자전거로 산길을 힘겹게 달린다. 달리다가 잠시 멈춰 빼곡히 짱 박힌 삼나무 아래서 향 지닌 산소를 마음껏 마시며 바람소리, 새소리, 바람소리, 물소리를 듣기도 하고, 지루하다 싶으면 친구들과 재잘거리면서 휴식을 가져 본다. 풍상에 견디다 못해 쓰러진 고목뿌리를 매만지며 학생들은 이런 생각을 했을 것이다. ‘나는 결코 비바람에도 쓰러지지 않는 뿌리 깊은 나무가 되어야지!’
한동안 오를락 내릴락 산길을 달려온 덕분에 시원한 포도(鋪道)가 나타나자, 학생들은 환호성을 지르며 세상 부러울 것 없다는 듯 신바람 나게 내리달렸다. 역동적인 우리 학생들은 이런 체험이 좋은 모양이다. 재미나는 트레킹이 끝나자 정우는 양이 안차는 지 바다낚시 가자고 아우성이다. 그 꿈은 접고 학생들에게 도움 될만한 테마여행지로 떠나기로 했다. 그 중에 기억나는 몇 곳이 있었다.
그 한 곳은 작년에 개관한 ‘나비전시관’이었다. 한 고등학교 생물교사가 30년 동안 이룬 노력을 담아 문을 연 나비전시관이었다. 예쁜 전시물들은 인생노트에서 꺼낸 생생한 교훈이 담겨진 글과 함께 더욱 업(up)된 모습으로 손님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 날 시각디자인 학과에 진학한 영빈이가 전시된 나비들의 다양한 형형색색, 아름다운 날개무늬를 들여다보고 있었는데 그 매료된 모습이 너무나 진지했다. 이 학생은 미구에 훌륭한 시각 디자인 창작물을 이 소재 안에서 꺼낼 것이라는 기대를 해 보았다.
다음으로 찾아간 곳은 ‘김영갑 갤러리 두모악’이었다. 김영갑은 1957년 충남 부여에서 태어났고 1982년 제주도에 옮겨와 자연을 카메라에 담으며 행복한 삶을 살다간 사진작가였다. 루게릭 병으로 안타깝게도 47년의 짧은 생을 마감했지만 그의 삶은 우리들에게 진지함을 가르쳐준다. 그는 ‘오름과 바다’를 배경으로 수천 번 카메라 셔터를 누르며 자연과 벗한 분이었다. 그는 친구라면 오르지 ‘외로움’이었고 자연을 카메라에 담으며 마음의 평화를 누렸을 것이다. ‘오름’ 사이로 폭풍우가 지나던 날, 나부끼는 나무들을 바라보고 있자니 제주도 4.3의 아픔을, 바람 자는 날이면 나무들 속에서 고통에서 자라난 성숙된 제주도의 평화를 보았다고 했다. 그는 카메라 셔터를 더 이상 누르지 못할 처지에서도 ‘외로움과 평화’로 벗 삼으며 병원신세를 거부하며 자연으로 치유되길 원했다. 그는 생의 ‘진정한 목마름’이 무엇인가를, 또 어떻게 사는 것이 생을 잘 ‘마무리’ 하는 것인지를 끊임없이 반추하며 살았다.
그는 신앙을 이야기하지만 그의 삶은 신앙을 보게 된다. 신앙인이라 자처하는 나도 하느님을 “모르는 분”(마태1.26)으로 대해 드려 송구스러운데, 그분은 하느님과 함께 지낸 분이었다. 그가 좋아했던 사진담기에서 보여 준 투신하는 삶은, 그 분의 삶이 눈물나도록 애잔하지만, 하느님을 뵈옵는 길잡이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철없던 입학 시절, 놀기 좋아하고 대책 없이 시간을 축냈던 민석이가 그날은 그의 작품세계에 푹 빠져들고 있었다. 이렇게 3년의 학교생활이 정말 끝나려나보다. 부모님께 드릴 선물을 챙기는 모습이 아름답다. 우리 학생들도 자기가 좋아하는 것에 푹 빠져 인생을 투신의 삶으로 살아갈 것으로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