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은 즐기는데...

작성자 : 윤병훈 | 조회수 : 3,378 | 작성일 : 2008년 1월 29일

여행은 즐기는데 여전히 공부는 하지 않네요.

  한 부모님은 자녀가 열심히 공부하는 모습을 보고 싶어 한다. 그런데 그 자녀는 방학 때면 학원가라며 내 준 사교육비를 절약해서 유럽으로 배낭여행을 하고, 캄보디아로 봉사활동을 떠나고 즐겁게 지낸다. 이에 부모님은 여전히 공부를 하지 않는다고 한 걱정이시다. 방학 중에 학생들이 학교에 찾아온다. “뭐하고 지내니?” “신나게 놀고 지냅니다.” “그래, 공부도 내가 하고 싶어야 하지. 실컷 놀게나. 그러나 시간을 낭비하지는 말게.” 공부도 하지 않고 신나게 놀기만 하는 학생을 혼내지도 않고 다정한 미소로 “실컷 놀라!”는 말을 하는 교장은 대한민국에서 그리 많지 않으리라.
  머리도 있고 속도 멀쩡한 학생들이다. 공부하기로 말하면 3년치를 깔끔하게 해 치울 학생들이다. 그런데 여전히 놀고 즐긴다. 다음은 한 학생이 말한 아파트에서 내려다 본 중학교 시절의 고등학교 풍경이다.
  “교실은 꼼짝없이 형무소이고, 집은 보호관찰소이며, 교사와 부모님은 교도관입니다. 밤 10시가 되서야 일과는 끝나 학교는 소등이 되고 학생들은 통제에서 풀려나 대기하고 있는 부모님 차에 올라 집으로 향하곤 하는데, 전 그런 꼴은 볼 수 없어요. 아주 흥미로운 고교시절을 만들어 가며 살 것입니다.” 그들의 말에 나는 다음과 같이 말해주었다. “애들아! 세상은 아주 넓고 할 일이 아주 많단다. 조건만 채워주면 말이다. 아주 넓고 할 일이 많은 세상은 우리들에게 조건을 걸고 있단다. 이러 이러한 조건들 안에 들어 올 때 세상은 넓고 할 일이 많게 되는 것이지!”
  이번 겨울에는 일본에 가서 여러 가톨릭에서 운영하는 유명대학의 인사들을 많이 만나고 왔다. “자네도 더 넓은 세상으로 웅비하고 싶지?”라는 질문에 학생들은 대부분 “예!”라고 답했다. 이에 다음과 같이 일본에서의 일을 전해주었다.
  “일본의 대학들은 전액 장학 유학생제도가 매우 많이 있었단다. 그런데 협약 조건을 보면 학교장이 신뢰하는 자격요건을 갖추는 것이었다. 일어 1급, 수학, 영어 잘하는 것, 그것이 입학 조건이란다. 참 세상은 돈 없고 가난하다고 신세타령할 때가 아니다. 조건만 채운다면 다 내 손안에 넣을 수 있는 조건이란다.” 사람들은 젊은 시절 아무 목표도 없이 시간을 축내며 즐기려고만 하고 있지. 그러면 때가 되면 막연히 나도 그 조건에 갈 수 없을까, 하는 착각을 하게 되고 대상에서 제외되면 자기 가슴을 치는 것이 아니라 남을 탓하곤 하지. 자, 우리 시작해 보는 거다. 그 똑똑한 두뇌 한 번 빛나게 해보는 거야, 알았지.”
  여행을 즐기는 학생들은 나름대로의 인생철학이 있다. 여행을 하는 것은 공부는 안하고 노는 것만이 아니다. 세상을 볼 수 있었던 아이들은 언제나 목표가 생겨나면 놀랍도록 공부할 것이기 때문이다. 마음 속에 새로운 꿈이 생겨나고 그들이 책을 다시 잡을 때, 그 동력이란 정말 무서울 정도이다. 부모님들,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다들 자기 인생 챙기는 아이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