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늦게 변하는 학생이 가장 많이 변한다.

작성자 : 윤병훈 | 조회수 : 3,971 | 작성일 : 2008년 10월 20일

              “제일 늦게 변한 친구가 제일 많이 변했다.”

 일년 전, 학교는 교내폭력문제로 한동안 어려움을 겪었다. 남학생이 동학년 여학생에게 폭력을 휘둘러 여학생이 눈 수술까지 받아야 했다. 이 문제로 학부모 간에는 지루한 시간을 보내야 했다. 피해자 부모는 가해자를 용서하다가도 자녀의 시력악화로 다시 원점으로 되돌리곤 했다. 타박상이면 쉽게 끝날 일이지만 시력은 시시각각으로 상황이 다르게 나타났기 때문이다. 1년이 지난 지금은 하느님이 도우셨는지 서로가 좋은 마음으로 접근해가려는 노력을 해서 가해자도 피해자도 건강하게 학교생활을 한다. 참 기쁘고 다행스럽다.
 가해자는  말수가 적고 내성적인 성격이지만, 친구들과 어울리기 좋아하고 많은 친구들 속에서 자신을 세워갔을 것이다. 그런 위치에서 힘쓰며 지내던 남학생이 여학생으로부터 자존심 상하는 말을 들었던지 폭력을 휘둘렀던 것이다. 학교가 문제를 다룰 여유도 없이 겨울방학이 되었고 이 문제를 양가 부모들에게 넘겼었다. 피해자 부모는 신앙과 넉넉한 마음으로 유연하게 문제해결을 이루어가려고 했으나, 점차 시간이 지나면서 덮어두기에는 상황이 급박하고, 예측이 빗나가 가해자 부모와 감정대립과 불신을 쌓고 있었다.
 학교는 학부모들을 불러 모으고 사랑으로 접근하도록 주문을 했고, 자라나는 아이에게 상처 주는 말은 삼가 하도록 부탁했다. 먼저 피해자 학생이 건강하도록 기도했고 가해자 학생을 용서하도록 주문했다. 그 시간 이후로 이 문제를 놓고 다시 이야기 한 적이 없었다. 양가 부모는 그 문제를 감싸 안고 해결했던 것 같다. 가해자는 말없이 반성하는 자세로 생활했다. 가해자는 그 때 팔뚝에 문신을 새겼는데, 영어로 “나는 어떤 경우에도 결코 주먹을 사용하지 않겠다.”라는 결심의 내용이었다. 지금은 그 문신을 지우고 있는 중이다.
 산책길에서 나는 그 학생과 많은 이야길 나누었다. “이 학교의 어떤 점이 좋지?” “네. 일반학교와 다르게 정신적(인격)인 성숙을 가져다 준 학교입니다.” “ 학교생활 중에 제일 후회스런 일이 있었다면?” “주먹을 휘두른 일이지요.” 그 말에 학생이 철이 들었음을 알게 되었고 그러한 말이 고마웠다. 이 다음 커서 ‘헤어디자이너’가 되겠다는 이 학생은 미래를 향해 열심히 지낸다. 나는 그의 동료 친구들에게 그에 관해 물었다. “네, 눈빛이 달라졌어요.” 언제부턴지 묻자,  최근 6개월 동안이란다. 교감 선생님은, “제일 늦게 변한 친구가 제일 많이 변했습니다.”라며 기뻐했다. 산책을 마치려 하는데, “신부님! 저 곧 견진성사를 받습니다. 기도해주세요”란다. 산책 중 보여준 그 학생의 환한 얼굴은 나에게 오래도록 기억될 것이다. 왜 그리 성숙이 늦어졌는지는 아마 많은 변화를 위해서였을 것이다. 이렇게 한 학생의 사춘기는 막을 내리는 것 같다. 문제에 대한 트집과 책망이 아니라, 사랑의 언어로 보듬던 시간들이 이제 기를 펴고 끝없는 미래를 향해 성숙해 갈 발판을 마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