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의 한계

작성자 : 윤병훈 | 조회수 : 4,337 | 작성일 : 2008년 6월 11일

성장의 한계점

  온실에서 길러진 묘는 포장으로 이사를 가서 살아야 한다. 더 큰 포장으로 나가야만 더 큰 성장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온실의 꽃은 가냘픈데 포장에 피어난 꽃은 강렬해서 더욱 빛난다. 더우기 고산지대에 피어난 꽃들이 벌 나비를 끌어들이는 것은, 자연에 적응한 탓에 자신이 발산하는 꽃향기가 강렬해서가 아닐까.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 이는 아리스토텔레스의 말이다. 그는 인간의 목적은 행복에 있다고 보았다. 그의 생각에 따르면 우리가 행복하게 사는 길은, 사회생활 속에가 우리의 능력을 잘 계발하고 연습함이라고 가르친다. 제멋대로의 방종과 자기주장은 타인과의 갈등을 불러일으키지만, 지나친 억제 또한 나쁘기는 마찬가지라고 말하면서. 따라서 그는 ‘중용’이란 카드를 꺼내들어 사회 속에서 바르게 살아가며 균형 잡힌 인성을 유지할 때, 인간은 행복을 만들어 갈 수 있다고 하였다.
  기숙사 학교에서 학생들은 서로가 부딪히며 성장해 간다. 약자는 강자가 되는 법을, 강자는 약자를 돌보는 법을 배워간다. 그리고 행복이라는 추상적인 단어가 구체적으로 그들 안에 생생하게 이루어지는 것을 본다. 내가 공동체에 자신감을 갖고 서 있을 때는 별 문제가 없으나, 내가 약자일 때 공동체 안에서 나를 귀찮게 하는 강자들은 매우 성가시다. 그래서 의도적으로 그들을 피해가려 애쓴다. 그러나 강자들도 때로는 나의 성장을 위해 필요하기도 하다.
  억센 친구들 몇 명이 기숙사에서 약자들을 놓고 장남삼아 괴롭혔다. 그러나 받아들이는 약자의 입장에서는 그 전해져 오는 강도가 매우 세서 때로는 충격으로 전해지기도 할 것이다. 그럴 때 약자들은 강자들이 두려워 학교를 피해 온실 같은 집으로 피신해버린다. 그리고 생각해 낸 것이 현실도피인 ‘전학(轉學)’이란 카드를 꺼내든다. 전학이 되서도 여전히 그 상황이 악화 될 때면 마지막 카드인 ‘검정고시’로 마음을 바꿔버린다.
 학교는 이런 일들을 자주 경험하고 이런 행동의 결과를 알고 있기에 부모와 학생의 생각을 바꿔보려고 노력해 본다. 어떤 학부모는 자기가 교육박사처럼 행세하며 교사들의 말을 일축해버리기도 한다. 집으로 돌아갔으면 하는 아이의 표정을 보고 마음약해지는 아버지에게 나는 아이를 학교에 남겨두고 과감히 혼자 돌아가라고 조언을 했다. 아들은 아버지에게 집으로 자신을 피신시켜달라는 애절한 신호를 보내고 있었다. 나는 그 아버지가 자녀에 대하여 어떻게 처신할 것이라는 낌새를 눈치 채고는 과감하게 그의 아버지에게 말했다.
  “식물이 가물 때 물을 주면 금방 싱싱하게 돌아오지만, 영영 돌아오지는 않을 수도 있습니다. 당신의 자녀가 그 한계점에 놓여있습니다. 만일 지금 당신의 아이가 집으로 피신해 가게 한다면 자녀의 성장은 끝내 멈춰버리고 말 것입니다. 당신의 자녀가 건강한 성장을 계속하기를 원한다면 자녀를 학교에 남겨두고 돌아가라고 재삼 명령을 했다. 아버지! 훌륭한 엔지니어라 공장을 맡을 수 있지만 자녀의 교육은 저희가 맡습니다. 우릴 믿고 제발 좀 돌아가 주세요!”
  그 아버지는 학교의 입장을 받아들여 집으로 돌아갔고 일주일이 지나고 있었다. 아이는 여전히 예전처럼 그들 속에 자리를 잡고는 싱싱하게 지내는 모습이 마냥 행복해보였다. 온실의 어린 싹은 포장으로 옮겨져야만 더 큰 적응력을 갖는다. 만일 포장으로 나가길 포기하고 온실을 그리워하며 돌아간다면 그 생명은 성장의 한계를 맞게 될 것이다. 기숙사생활에서 친구들과 부딪히며 당당히 맞서서 서 있으려 할 때, 그 학생은 미래에 행복한 삶을 맛보며 살아가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