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수업을 잘 끝내려면

작성자 : 윤병훈 | 조회수 : 3,464 | 작성일 : 2007년 11월 16일

연중 제32주일(07.11.11)                                                제487호

인생수업을 잘 끝내려면

  한 여름을 살았던 싱싱한 잎은 한 해의 삶을 마무리하고 곱게 늙어 있다. 가을 자락에 단풍잎을 보며 왜 그리 예쁜지, 팔십 평생을 곱게 늙은 어른을 보는 것 같다. 그런데 많은 경우 노인들은 아름다움을 잊었다. 한 해의 짧은 시간 속에 정성들여 산 나뭇잎에 비해, 인간의 삶이 너무 긴 탓도 있을 것이다. 곱던 낙엽도 찬바람이 일면 종말이지만 그리 슬프지 않다. 그런데 인간은 ‘죽음을 향한 존재’(하이데거)인데도 그 종말이 마냥 슬프고 공허한 것도 있다. 그 이유는 무신론적 세계관으로 삶의 가치나 목표를 정했던 탓이려니 여겨본다..
  위령성월에 나는 《인생수업》이란 책을 읽고 있다. ‘성모꽃마을’을 설립 운영하고 있는 ‘박창환 신부의 이야기’와 같은 책이다. 박 신부는 수많은 암 환자들과 지낸다. 고통의 절정을 만난 암 말기 환자들은 얼마나 고통이 크면 산소 호흡기를 제거해 달라고 외쳐댈까? 그럴 때 신부님은 “정말 빼드릴까요?” 라고 귓속말을 하기라도 하면, 환자들은 큰일 날 것처럼 버럭 화를 낸다고 한다. 죽어가면서도 꺼져가는 생명이 아쉬워함을 볼 때면 자신의 삶도 따라 더 진지해진다고 했다.
 《인생수업》은 암 병동에서 호스피스를 하며 지냈던 두 정신의학자들이 호스피스 일을 하며 죽음에 직면한 사람들 101명을 돌보며 보았던 생생한 이야기들을 담아 놓았다. 저자들은 ‘인생의 교사는 죽음을 앞둔 사람들이다.’라고 하면서, 삶이 더욱 분명하게 보이는 것은 죽음의 강으로 내몰린 바로 그 순간이라고 말한다. 죽음을 앞둔 사람들은 ‘더 많은 시간 여유를 가지고 사랑하고 봉사하며 좋은 시간을 많이 가질 걸.’ 하며 후회하곤 하지만, 이는 다 쓸모없는 기도라고 하며 ‘죽을 때 후회할 것을 지금 하라.’고 쓰고 있다. 바닷가에 살면서도  바다를 보지 못하는 사람들···., 그들은 죽음을 앞두고 한 번 더 별을 보고 싶다고, 바다를 보고 싶다고 말한다고···. 이런 기도는 절대 해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그리곤 우리가 ‘인생수업’을 마친 후에 저 세상에 갈 때면, “난 은하수로 춤추러 갈거예요. 연주하고 노래하고 춤 출꺼예요.”라고 말할 수 있어야한다는 교훈적인 이야기를 담고 있었다.
  우리 신앙인이 부활을 믿고 희망한다면. 우리가 일보다는 여유로움을 지니고 삶의 순간마다 신앙 안에서 삶의 가치와 목표를 가지며 살아간다면, 우리는 ‘인생수업’의 마지막 날에 은하수로 춤추러갈 것이고 연주하고 노래하고 춤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