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기가 모여 함께 한다는 것

작성자 : 윤병훈 | 조회수 : 3,518 | 작성일 : 2007년 11월 16일

연중 제33주일(07.11.18)                                                제488호

                        좋은 기가 모여 함께 한다는 것

  수능고사 예비소집 날, 전교생과 학부모, 교사가 함께 정성스럽게 미사를 드렸다. 수능고사 전 날치고 이런 생생한 미사를 드려본 적은 최근까지 없었다. 수험생들을 위한 미사가 있던 날은 정작 있어야 할 주인공들이 보이지 않았다. 선생님도 학부모도 좋은 지향으로 앉아 있는데 주인공이 없을 때면, 좋은 기운은 다 빠져나가고 의례적인 미사를 드렸었다. 좋은 마음으로 미사를 봉헌하려 해도, 그들이 그 시간에 공을 차거나 학교 주변을 배회하곤 하니···. 어찌 그런 상황 하에서 좋은 기운이 그들을 향할 수 있었겠는가.
  정성스럽게 준비한 미사 지향도 마음에서 날아가 버리고 제대 앞에 정성스럽게 준비한 선물 꾸러미도 의미를 잃어버렸다. 치유 받은 나병환자 열 명 중 아홉은 보이지 않고 한 사람만 찾아와 주님께 감사드린 것처럼(루카17.17-19), 그 날도 많은 학생들이 감사함을 잊고  몇 명의 학생들만이 감사하며 자리에 있었다.
  그러나 금년 수험생들은 너무나 달랐다. 그들은 예의를 갖추고 미사에 왔으며, 후배들도 신나했다. 학부모들은 자녀들을 위해 미사예물을 준비했고, 제단 앞에는 예쁜 국화꽃 화분으로 장식하고는 선물꾸러미도 준비를 했었다. 좋은 기운은 모두를 밝게 빛나게 했고 함께 한다는 것이 무엇인가를 보고 있으려니 더 없이 기뻤다.
  좋은 기운을 담아 공동체가 드린 미사는, 수험생들에게 충분히 좋은 기운을 넣어주었으리라는 확신도 들게 하였다. 수능이 있던 날 새벽, 후배들은 선배들이 고사장을 향해 떠날 교문을 지켜서며 파이팅을 외쳤는데, 그 모습은 수험생에게 큰 격려가 되었을 것이다. 수험생들을 배웅한 후배들이 기가 살아 우르르 성당에 들어와 미사를 봉헌하는 모습···. 양업의 아침 냄새는 더욱 향기롭게 느껴지고 있었다.
  좋은 기가 한 방향으로만 움직이면 그 힘은 반감된다. 좋은 기를 전달하려 했지만, 수용자가 받아들이기를 거부할 때는 서로가 힘들다. 이제 우리는 좋은 기운을 주고 받는 공동체를 경험하였다. 좋은 기를 가진 사람들이 함께 모여 나누는 공동체, 우리 모두가 보고 있는 것이다. 구성원이 좋은 기를 간직한다는 것, 그리고 함께 한다는 것은 또 다른 모습의 아름다운 공동체를 예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