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이 들어야

작성자 : 윤병훈 | 조회수 : 3,493 | 작성일 : 2008년 2월 28일

                                  철이 들어야
 
 강론, 강의, 피정 등의 영적시간이 끝나면, 우리들은 일상의 자리에 돌아온다. 이번 피정이 좋았느냐는 질문에, ‘좋았다’는 감동의 말을 자주 듣게 된다. 말끝에 놓치지 않는 것은 강사 분의 언변과 태도에 뿅 갔다느니, 그 분의 강의가 정말 감동이었다느니, 또 깊이 있는 영성에 놀랐다는 등등의 자랑을 한창 늘어  놓는다. 그분은 당장 세상을 아름답게 변화시킬 자세로 기세가 등등하지만, 사는 것은 여전히 옛 모습으로 드러난다. 냉담해진 그분의 기억에 남는 것은, “나도 그곳에 갔다 왔다.”라는 수식적인 자랑뿐이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은 “하느님의 빵은 하늘에서 내려와 세상에 생명을 주는 빵이다.”(요한 6,33), “내가 생명의 빵이다.”(요한 6.35) 라고 말씀해 주신다. 생명의 빵이신 예수님은 우리 안에서 아주 작게 때로는 아주 크게 그리고 넓게 충격적으로 다가와 나를 변화시킨다. 예수님이 이 세상에서 아주 미미하게 시작한 구원사업은, 십자가에 죽을 때까지 이어지며 하느님의 인간 사랑이 눈덩이처럼 커 감을 볼 때쯤이면 나도 예수님을 닮아 ‘생명의 빵’이 되어 있다. 신앙의 무게를 갖게 되면 철이 들어 내 자신도 예수님처럼 또 다른 생명의 빵이 되어있는 것이다. 예수님은 신앙의 자녀들이 철들기를 바라시면서 ‘생명의 빵’으로 매일 매일 새롭게 오신다. ‘생명의 빵’이신 예수님에 대한 깊은 인식은 십자가에서야 그 절정을 이루신다. 자식이 ‘생명의 빵’이 되신 부모님 자리를 물려받을 때, ‘생명의 빵’이 되신 부모님을 헤아리듯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