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탄선물

작성자 : 윤병훈 | 조회수 : 3,336 | 작성일 : 2007년 12월 28일

대림 제4주일(07.12.23)                                                  제483호
                                성탄선물

  방학이 되기 직전, 반갑지 않은 학교폭력이 있었다. 남학생이 여학생에게 행한 비겁한 폭력사건이다. 주변의 학생들 이야기로 가해자가 이성을 잃고 주먹과 발길질을 했다는 것이다, 눈 각막과 늑골에 심한 손상을 입었다. 실명위기까지 갈 정도의 심각한 상처였다. 미성숙한 학생들의 행동이라 하지만 생명을 위태롭게 하는 폭력은 마땅히 공동체에서 퇴출을 명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는 피해자의 보호를, 또 다른 폭력의 근절을 위해 마땅하지만 여전히 심각한 상처는 남게 된다. 더구나 동급생 간, 이성사이에 일어난 물리적 폭력은 용서될 수 없는 것이지만 여전히 그런 결정은 쉽지는 않다. 또 학교는 퇴출이냐, 또 다른 방법이냐를 놓고 여러 교육적 방법을 저울질 하며 고민을 해야 한다.
  폭력대책위원회가 열리면 교사 보다는 학부모가 폭력의 가해자에게 관대한 방법을 내놓는다. 가해자에게 한 번 더 기회를 주자는 것이다. 그러나 상처 입은 피해자의 입장에서의 이런 결정은 말은 못하고 답답해 할 것이다. 어쨌든 가해학생이 퇴출이 아닌 다른 방법으로의 선택이라면 폭력근절을 위한 모든 교육적 방법을 부과해야 해야 한다. 피해자에 대한 상처치유를 위해 가해자는 진정한 용서가 될 수 있도록 응분의 노력이 있어야 할 것이다. 아무리 훌륭한 부모라 하더라도 피해자 부모는 분노의 감정을 삭이지 못한다. “눈은 눈으로, 이는 이로”라는 복수동태법으로 가기가 십상이다. 그런데 이번 일에서 이런 일은 발생하지 않았다. 남매가 나란히 다니는 학교인지라 분노를 참지 못해 더 큰 폭력을 부를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논리적이고 이성적으로 잘 성숙된 오빠는 가해자 집을 방문하고 냉정하게 처리했다. 모든 것을 “평화적으로 해결하자.”라는 것이었다. 못난 어른들 보다 한참 훌륭하다는 생각이다. 이번에는 가해자가 피해자 집을 방문했다. 피해 부모는 똑같은 방법으로 가해학생을 대해주고 싶었을 것이다. 그런데 이런 일도 없었던 것이다. 피해자 부모는  남에 대한 배려가 지극한 부모들이었다. 냉정한 이성으로 서로가 용서하고 치유할 수 있도록 좋은 방법을 찾았던 것이다. 피해자 어머니는 가해학생과 함께 집근처 성당으로 갔고,  사랑스럽게 손을 잡으며 좋은 방법을 찾아보자고 했다. 서로가 미움과 분노로 평행선을 달리지 말고 하느님께 도우심을 청하기로 했던 것이다. 그리고 학생에게 이런 주문을 했다. 주문 내용은 “네 자신의 치유를 위해 방학 내내 매일 미사를 제안했고, 성경을 매일 조금씩이라도 필사 해 볼 것, 그리고 화해를 위한 고해성사를 볼 것.”등이었다. 얼마나 아름다운 방법인가. 가해학생은 화답했고 성당 문을 나설 때 피해부모는 어느 정도 응어리진 마음이 풀렸을 것이다. 좋은 선택은 하느님의 도우심이다. 그러나 잊어서는 안 되는 것은 피해자의 상처가 크다는 것이다. 
 불행한 물리적 폭력으로 모두 낭떠러지로 곤두박질 할 뻔 했다. 그런데 신심 깊은 학부모의 넉넉한 마음은 서로의 치유를 위해 하느님께로 향하고 있었던 것이다. 자신을 죽이는 크고 작은 봉헌은 서로의 생명을 살린다. 나는 그분들과 함께 하신 하느님의 큰 사랑을 본다. 남을 배려하는 봉헌이 있었기에 악은 사라지고 새 생명이 태어난다. 이는 성탄날에 아기 예수님이 나에게 준 가장 큰 성탄선물이다. 가해자는 이런 마음을 읽고 진심으로 뉘우쳐야 한다. 이런 관대함에는 철저한 자기반성과 용서를 청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가해자는 방학 내내 힘든 사회봉사를 해서라도 피해자의 상처에 위로를 표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