굼뜨지만

작성자 : 윤병훈 | 조회수 : 3,422 | 작성일 : 2008년 2월 28일

                              굼뜨지만

  예수님께서 서서히, 점진적으로 사람이 알아들을 수 있을 만큼 가까이 다가가시어, 말씀과 행동의 강도를 높이시며 하느님의 사랑을 보여주셨고, 결정적으로 부활을 이루셨다. 부활은 실제적이고 구체적인 십자가의 사랑이 이루어 낸 승리이며, 신앙의 목표이다. 예수님의 부활은 추상적 사건이 아니라 하느님의 사랑이 커가면서 이루어 낸 신앙의 구체적인 결정체이며, 신앙의 최종점에서 만나는 고부가가치 상품이다. 부활은 믿는 모든 이에게 자동으로 주어지는 상품이 아니다. 삶의 과정에서 주어지는 매 순간의 죽음을 관통해야만 얻어낼 수 있는 신앙의 종착점이다.
  부모들은 자녀들의 인간성숙을 단 번에 끌어 올리려 든다. 그 일 때문에 미성숙한 자녀들은 시달림을 겪지만 그렇다고 부모의 뜻대로 되는 것도 아니다. 미성숙한 청소년들은 즐거움만을 누리려다 고통의 과정을 빼버린다. 그런데 분명 그들과 다른 청소년들도 있다. 지금 당장은 힘들지만 미래를 위해 투신하는 자들로, 그들은 미래를 위하여 고통을 꼼꼼히 챙기고 성숙을 향해 살아간다. 이러한 청소년들은 결국 미래의 고부가가치 기쁨을 맛보게 되는데, 이 기쁨이 바로 우리가 말하는 부활이다.
  오늘 복음에 등장하는 두 제자는 예수님과 동행하는 삶을 하나도 놓치지 않았다. 그들의 인식의 변화는 매우 “굼뜨지만”(루카 24.25) 예수님과 함께한 과정을 경험하게 되고, 그 경험 덕분에 두 제자는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어 부활하신 예수님을 보게 되는 영광을 누리게 된다. “굼뜨지만” 최선을 위해 살아간 과정 뒤에 얼마나 큰 축복이 따르게 되는가.(루카24,13-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