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들이 잠자코 있으면....

작성자 : 윤병훈 | 조회수 : 4,219 | 작성일 : 2008년 3월 18일

  이들이 잠자코 있으면 돌들이 소리 지를 것이다. (루카 19.40)

  인간 구원의 때가 이르자 예수님은 예루살렘을 향하여 움직이신다. 이는 하늘나라 왕으로의 대관식을 이곳에서 성대하게 치루기 위함이다. 제자들이 어린나귀를 끌고 와 그 위에 자기들의 겉옷을 걸치고 예수님을 올라타시게 하였다. 예수님께서는 나아가실 때에 그들은 자기들의 겉옷을 길에 깔았다. 그리고 제자들의 무리가 자기들이 본 기적 때문에 큰 소리로 하느님을 찬미하기 시작했다. ‘주님의 이름으로 오시는 분, 임금님은 복되시어라. 하늘에 평화, 지극히 높은 곳에 평화’ 군중 속에 있던 바리사이들이 예수님께, “스승님! 제자들을 꾸짖으십시오.” 하고 말하자 예수님께서 대답하셨다. 내가 너희에게 말한다. “이들이 잠자코 있으면 돌들이 소리 지를 것이다.” 예수님께서 예루살렘에 가까이 이르시어 그 도성을 보고 우시며 말씀하셨다. “오늘 너도 평화를 가져다주는 것이 무엇인지 알았더라면······!”(루카19.35~41)
  예수님께서는 인간들이 보았던 기적을 보고 하느님을 찬미하지 않는다면, 대자연이 외칠 것이라고 하신다. 예수님께서 행하신 생명의 기적을 사람들이 보았음에도, 하느님의 사랑을 인정하지 않는 자들의 마음이 얼마나 딱딱했으면 그들 대신 대자연이 외치겠다고 하셨겠는가.  예수님에 관해서 찔러도 피 한 방울 나오지 않을 바리사이들은 예수님의 예루살렘 입성의 저의를 알리가 없다. 대신 예수님께 행한 보답이라고는 ‘십자가에 못 박으라!’ 라는 외침뿐이다. 예수님의 십자가처형은 일찍이 예견된 일이지만, 바리사이들의 완고한 마음이 예수님을 없애버리려는 음모가 서려있기에, 어찌 그 사악함을 보시며 우시지 않겠는가.
  예수님의 예루살렘 입성은 결정적인 구원의 때이건만 바리사이들의 사악함으로 인해 많은 이들이 그 때를 알지 못해 생명을 놓치게 되었으니, 이를 본 예수님의 안타까운 마음은 얼마나 괴롭고 가슴이 찢어질듯 아프셨을까. 예수님께서 인간 구원의 길을 세상에 직접 보여고 가르쳐 주셨는데, 바리사이들은 자기의 입만 막은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의 입까지 틀어막아 하느님 찬미를 방해하였으니, 이는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결국 바리사이들은 스스로를 파멸로 치달을 것이다. 그리고 그런 마음을 한 우리들도 말이다.
  예루살렘의 입성에서 예수님을 환호하며 들려주던 ‘호산나’의 외침과는 다르게 사악함의 목소리가 군중 속을 파고들며 더욱 거세진다. 완고함은 극에 달해 ‘예수님을 십자가에 못 박으시오!’라고 외쳐대고 있다. 예나 지금이나 사악함의 목소리가 크다. 그리고 자기들의 생각이 승리할 것이라 믿는다. 나도 그 속 어느 한 자리에서 외쳐대고 있을지 모른다. “이들이 잠자고 있으면 돌들이 소리 지를 것이다.” 대자연이 소리 지르기 전에 내가 완고한 마음을 녹여 하느님을 사랑해야겠다. 예수님의 십자가와 죽으심은 찬미 받으소서. 호산나! (성주간, 주님수난성지주일에, 08.3.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