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도 말고 덜도 말고

작성자 : 후원회 | 조회수 : 4,151 | 작성일 : 2007년 9월 27일

구름이 해를 먹어치우고 바람마저 도망가 버린 여름,왼종일 습한 공기 담은 비를 뿌렸다. 무더운 여름날엔 간간히 뿌려주는 시원한 소나기도 가끔 들려주는 천둥소리도 우리에게 활력이 된다. 그런데 올해는 그런 빗줄기와, 천둥소리가 너무 심했다. 추석을 앞둔 농부들의 수심 가득한 마음을 읽노라면  괴로워진다. 이러한 상황에서 ‘좋은 것이 뭐 있나?’ 하며 찾아보니,3급수로 악취 나는 학교 앞 냇물이 1급수로 변해있고, 반딧불 중간 숙주인 다슬기 재첩이 다시 살아 났는지 그 놈들이 축제를 벌이고 있는 것이 아닌가. 아직도 ‘나리’, ‘위파’의 이름을 가진 태풍의 영향으로 여전히 비를 뿌리고 있다. 이러한 찝찝하고 답답한 여름 속에서 가을을 맞이하고 있으니, 추석이 별로 반갑지 않다. 농부들 마음엔 빈 쭉정이 가을만 안겨주는 것 같아 하느님께 감사하는 마음을 잊을 것 같다. 그러나 제대로 한 번 주변을 살펴보자. 
 
 얼마 전에 결혼한 신혼부부에게 봄의 시간이 지나고 가을처럼 되었을 때 하느님의 사랑이 드러났다. 신부의 배가 불러오고 달이 차자 만삭이 되어 있다. 달이 차 생명의 가득함을 보여주는 모습은 아름답고 경이로움을 느낀다. 별다른 노력 없이도 만삭의 신부를 만들어 주시고 풍성하게 채워주시는 하느님의 은혜를 보며 감사함을 갖는다.
 농부는 봄이 되자 논밭에 씨를 뿌렸다. 싹이 트면서 씨가 자라는 동안 여름 내내 비를 뿌렸지만, 생각보다 훌륭한 만삭의 자연을 바라보고 있다. 그토록 많은 비가 연일 내리고 있었지만 누렇게 익어가는 들녘을 만들어 주셨고, 추석 선물로 받은 상자에 담겨진 과일을 보며 풍성함을 본다. 빨갛게 물든 싱싱한 사과 잘 익어 당도가 높아있는 포도, 탐스럽게 자태를 뽐내며 상자 속에 점잖게 담겨진 배를 본다.

 알고 보면 여기저기서 감동스런 생명의 신비를 보고 있다. 초승달도 달이 차면 만월이 되듯 금년 추석에도 맑은 가을하늘에 매달린 만삭의 풍성한 달처럼 우리 마음도 채워주셨다. 언젠가 고갯마루에 떠오르는 달이 쟁반같이 둥근달이었다. 나도 모르게 초동 시절에 읊었던, “달 달 무슨 달, 쟁반같이 둥근달, 어디 어디 떴나?” 라는 동시를 떠올리며 새삼 천진한 동심이 되어 읊어 본다.

 우리의 생각을 뛰어넘어 가을 녘에 하느님께서 담아주신 만삭을 한 자연의 풍성함을 보며 여름 내내 우리 생각에 닫혀있던 쪼잔하고 답답한 마음을 털어버릴 수 있을 것 같다. 추석 날 만삭의 달처럼 우리도 넉넉한 마음하고 하느님을 마음껏 찬양하며 감사드렸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