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가꾸기

작성자 : 후원회 | 조회수 : 3,461 | 작성일 : 2005년 8월 31일

몇 년 전 산에다 인삼을 산발적으로 심은 적이 있었는데 그 토양은 좋은 토양이 아니었다. 몇 년을 지나고 가보니 주위의 모든 생육조건이 열악한데도 건강히 커가고 있었다. 인삼은 좋은 생육조건에 땅의 양분을 쉽게 섭취하여 뿌리가 굵은 기둥을 이루며 커가지만 장뇌삼은 긴 뿌리를 이루며 커가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을 스스로 알아차린 모양이다. 이런 것을 자생력이라고 할까. 열악한 환경인데도 산 속에 묻혀있는 양분을 좇아 깊고, 길게 뿌리를 내리고 있는 장뇌삼인 것이다. 이렇게 건강히 자란 장뇌삼은 먼 훗날 사람에게 산삼처럼 좋은 효력을 내줄 거라는 생각을 떠올려 보았다. 또한 양봉과 토종봉은 어떤 차이가 있을까? 양봉은 한 가지 꽃(아카시아, 밤 등)이 만개할 즈음 아주 쉽고도 인위적인 방법을 가미하여 다량으로 꿀을 따지만, 토종봉은 진기한 보물을 얻으려 산 속을 누비다가 이름 모를 여러 종류의 꽃들과 만나서 알뜰히 꿀을 모은다. 그렇게 만들어진 토종꿀은 일반 꿀에 비하여 자연의 보배로운 성분이 다량 포함되어 있어 생약으로 사람에게 귀한 생명이 되어진다.
 내가 알고 있는 한 부모는 삶을 통하여 자녀에게 지혜를 담아주고 있었다. 그 부모는 아들과 함께 깊고 높은 산자락에 살면서 산을 누비고 동식물과 함께 지냈다. 그러면서 벌과 뱀, 개구리, 산삼, 더덕, 도라지 등 각종 동식물의 생명들을 만났는데, 그 자녀는 미물에서 동물에 이르기까지 직접 보고, 듣고, 만지며 생명을 사랑하고 존중하는 법을 배워갔다. 아들은 건강한 자연 속에서 지내는 동안 마음이 부드러워지고 뇌가 건강하게 잘 자라났다. 지금 아들은 한의대를 다니며 명의를 꿈꾸는데, 더 많은 체험을 위해 인도와 캄보디아의 앙코르와트를 여행하며 자연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고 한다. 여행 중인 아들은 어머니께 전화로, 자기에게 삶을 가르쳐 준 자연에 감사한다며 “어머니, 여행하는 동안 많은 사물과 만나고 있는데 바람이 말을 걸어오고 있습니다. 앙코르와트 속의 내용도 아름답지만 숲과 숲이 함께 웃고 즐기고 있는 대화소리를 듣습니다.”라고 전해왔다고 한다. 건강한 부모와 함께 산에서 살고 자란 그 아들은 분명 건강한 어른이 되어 자연 속에서 여러 생명들과 교감하며 기뻐하는 듯했다. 그 아들은 먼 훗날 우리 곁에 명의로 거듭나 건강한 생명이 되어 줄거라는 강한 느낌을 받았다. 다향이 그윽한 차를 나누며 어머니의 이야기를 듣고 있자니 나도 그의 훌륭한 마음이 내 마음 속으로 전이되어 생명이 되고 있었다. 그 어머니는 차의 향기를 보고 있었다. 그래서 그의 찻집 이름이 관향(觀香)이라고 했던가. 우전은 6개월 동안 자란 싱싱한 차 잎을 다려 만든 최상의 녹차라고 했다. 그 밑에 세작, 중작, 대작, 말작이 있는데 이 차는 아주 짧은 기간에 태어난 잎으로 마련한 거라고 했다. 적당한 토양과 양분, 온도와 채광의 조건에서 6개월 만삭으로 풍요로운 생명을 담은 우전은 차 맛도 다르며 그것이 담고 있는 생명 또한 건강해서 인간의 몸속에 녹아나면 건강하고 훌륭한 생명을 키워낸다고 설명했다. 정성된 마음으로 빚어 만든 우전 차를 마시면서 훈훈한 마음과 따뜻한 가슴이 되고, 이것이 뇌에 또한 전달되어 영특한 머리가 되어 감을 느낀다. 그분은 차 잎을 구입할 때 누가 재배했는지, 영향은 어느 정도인지, 등의 잎에 담은 생명여부가 차 맛을 결정짓는다고 했다. 돈벌이할 욕심으로 적당히 잎의 생명을 급조시키는 사람들은 생명을 오염시키기에 우전을 만들 자격이 없다고 말한다. 작업을 하는 동안 일을 지겨워하고, 적당히 차를 만드는 사람은 일에서 손을 떼도록 해야만 합니다, 그런 사람에 의해 만들어진 제품은 생명력도 없으며 그 차를 사서 마시는 사람은 생명에 해가 되지요. 인간의 생명을 가꾸는 마음은 과연 어떠해야 하는지? 정갈하고 건강한 생명을 지닌 사람만이 학생들의 생명을 건강하게 가꿀 수 있다는 교훈을 얻는다. 참 기분 좋고 행복한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