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5월 학교 동정

작성자 : 후원회 | 조회수 : 3,865 | 작성일 : 2004년 5월 19일

학교 교사동의 앞뜰은 화려한 꽃들의 퇴장에 이어 왕성한
잎을 뽐내며 생명축제를 펼치고 있다. 이런 모습에 취한 학
생들은 '아름다운 학교'에 감사하고 있다.
홈 미사가 있던 날, 나는 3학년 학생들에게 '학교가 무엇
이 달라졌는가'라는 질문에 "선후배 관계가 달라졌습니다.
공동체가 편합니다.", "전에는 어땠었는가?","선배가 무서
웠습니다." 사실 선후배가 모래알처럼 버석거려 후배들의
자리가 빌 때가 많았다. 그러나 지금은 다들 제자리를 확실
하게 지키고 있다. 개교 후, 4년 동안은 내방객들에게 우리
들은 늘 어색했었다. 구성원 개개인이 연결이 안되어 편안
함을 가질 만큼 여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내방객들은 학교
를 방문했다가 삭막한 분위기가 싫어 말없이 걸음을 돌렸었
다. 지금은 전입학 대기자들이 많이 밀려있지만, 좀처럼 빈
자리가 나질 않는다. 벌써 내년 입학을 위해 내방객들이 찾
아와 학교 구석구석을 살핀다. 잘 가꾸어진 교사동과 시
설, 아름다운 친화적 환경, 환하게 웃음 짓ㄱ 인사를 나누
는 아이들의 표정 하나 하나를 놓치지 않는다. 학교에 대
한 걱정스런 마음을 접나 보다. "내 자식을 이 학교에 맡기
고 싶습니다. 그렇게 발버둥치고 학교 가길 꺼리던 아이가
또래들의 표정을 훔쳐보고는 슬며시 저도 이 학교에 다니
게 해달라고 하네요."하며 마음을 굳히는 모습을 본다.
학부모들은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자녀들을 맡기고 혹시
나 하며 불안해하던 석 달을 지내고서야 비 개인 화창한 날
처럼 마음을 놓여 가슴을 활짝 열어 보인다. '학교를 고맙
게 생각한다'는 학부모들의 마음의 소리를 자주 듣는다. 얼
마나 좋은 일인가. 지난 5월 7일(금)은 춘계체육대회가 있
었다. 맑은 하늘 오월의 날씨도 기분 좋은 일이었지만, 학
부모들이 1,2학년 92%, 3학년 60%, 졸업생 학부모들도 선물
을 들고 다수가 참여한 것은 더 없는 기쁨이었다. 그리고
졸업생들읭 학교방문과 함께 따라온 가족나들이로 넓은 운
동장이 부족하리 만큼 성황을 이루어 주었다. 학교구성원들
의 공동체성을 생각해 본다. 서로 교신이 어려워 뿔뿔이 흩
어져 희망적 에너지가 부족하던 시절이 지나고 예수님의 부
활을 체험한 제자들이 이루는 공동체처럼 우리도 이제 하
나 하나 연결되고 일어서 활기를 갖고 한마음으로 사랑을
이루게 되었다. 예수님의 제자들이 일구어낸 초대교회 신앙
공동체처럼 우리의 모습도 그런 사람의 노력만으로는 안 된
다. 작은 부분이지만 구성원의 사랑이 연결되어 얻어낸 값
진 선물이 바로 공동체성인 것이다. 춘계체육대회에 보여
준 교직원의 합심, 학부모들의 큰 관심, 이런 지지로 든든
해하는 학생들의 모습 안에서 하나된 공동체는 더욱 아름다
워 보였다. 하느님이 계시고, 사랑으로 뭉쳐진 구성원들의
공동체성을 통하여 우리 양업은 무한대로 번창하며 자신도
모르게 명문으로 자라나게 될 것이다. 명문학교는 경쟁하기
에 좋은 머리의 집합체로 시작되는 것이 아니라 함께 하는
이들이 사랑으로 어우러져 머물고 싶은 학교, 사랑이 넘치
는 학교, 창의적인 에너지로 창출되는 학교이다. 3학년 학
생들이 "우리들은 후배들을 사랑합니다."라고 하면 후배들
은 고개를 끄덕인다. 그 모습을 지켜보는 우리들은 흐뭇함
이 넘쳐난다. 미사는 말씀의 전례가 끝나고 성찬의 전례로
이어지며 성가 소리 드높게 양업 동산에 울려 퍼진다. 성모
성월 오월, 양업의 동산에 성모님께서 편안한 모습으로 방
긋 웃으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