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안학교 학생들

작성자 : 후원회 | 조회수 : 3,538 | 작성일 : 2004년 10월 16일

방과 후 학생들이 학교 뒤편을 부산하게 왔다 갔다 한다. 무슨 일일까? 화덕에 고구마를 굽고 있었다. 얼굴에 숯검정칠들을 하고는 잘 익은 고구마를 호호 불며 맛있게 먹고 있는 것이었다. “이놈들 하라는 공부는 하지 않고...” “신부님, 저희 학교에서는 이것도 다 공부 아닙니까! 저희는 대안학교 학생답게 잘 지내고 있는 겁니다.” 그 날은 아이들이 더 예쁘게 보였다. 그래서 칭찬까지 해 주었다.
 매일 아침 일찍 일어나 4킬로미터 조깅을 하고, 줄넘기로 몸매를 다듬고, 야무지게 아침식사를 챙기며 건강한 일과를 활기차게 시작하고, 언제나 늦은 시간까지 스스로가 열심히 공부를 하는 학생들이 있다. 한 학생이 외박 날을 지내고 월요일 아침, 컵을 들고 나타났다. 늘 명랑하고 부드러운 그 학생은 그날따라 더욱 환하게 웃어 보이며 교장실로 찾아들었다. “신부님, 어제 과천시의 단축 마라톤 대회에 참여해서 5등 했습니다.”라고 말하였다. 대견스럽기도 하고 감동적이기도 해서 어깨를 두드려주며, “자네는 스스로 찾아 행하는 진정한 대안학교 학생이야” 라고 칭찬을 해 주었다.
  먹기를 좋아해서 날로 우량아가 되어가고, 담배 냄새로 예쁜 모습을 반감시키는 한 학생이 있었다. 어느 날, 그 학생은 아침만 먹는 단식과 금연을 하고 있다고 나에게 살며시 찾아와 이야기했다. 속으로는 며칠이나 갈까 싶었지만 일단 지지를 해주었다. 그런 일이 있은 후  한 달이 지날 무렵 그 학생을 보고 깜짝 놀랐다. 좋은 향기를 내는 예쁜 여학생으로 나타난 것이다. 도서관에서 열심히 독서도 하며, 부족한 학과 공부를 열심히 하는 모습도 보였다. 늘 자녀문제로 고민만 하던 어머니가 안심을 하는지 오랜만에 환한 모습이었다. 나는 그 학생을 만날 때면, 자랑할 만한 대안학교 학생이라고 칭찬을 해 주곤 했다.
  사업으로 아버지를 일본에 남겨두고 어머니는 두 딸과 함께 귀국을 했다. 일본에서 자라난 딸은 일산의 모 고등학교에 입학을 했지만 모국어를 잘 못한 탓에 선생님의 수업을 알아듣지 못했다고 했다. 그런 학생에게 선생님은 질문에 답은 하지 않고 자기를 기분 나쁘게 빤히 올려다 쳐다본다고 사정없이 때렸다고 했다. 처음 왔을 때는 정말 한국어를 제대로 하지 못했었다. 2년이 지난 지금 한국어 구사를 잘 하여 불편함이 없이 지내고 있다. 언어문제로 얼마나 답답해했을까. 그 학생은 그것을 극복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을 것이다. 영리하고 차분한 그 학생은 2학기 중간고사에서 여러 과목을 만점을 맞았다고 한다. 이제야 생활에 불편함 없이 정상가동을 하게 되었으니 축하할 일이고 스스로를 이겨낸 대안학교 학생이다. 
  학부형들이 흡연 터를 없애달라고 주문을 했고, 강제로 깨워서 아침운동을 하게 해 달라는 주문을 했다. 늘 입에서 악취를 내는 일부 학생들은 중학교, 빠르게는 초등학교부터 흡연을 했다고 실토한다. 담배로부터 해방되어야 한다는 것을 그 어느 누구보다도 잘 아는 아이들이다. 그러나 결단력이 부족하다. 늘 작심삼일로 쉽게 주저앉아 버려 실패의 경험의 축적이 그들에겐 더 큰 장애가 되는 것이다. 청정지역에서 독한 매연을 스스로 마셔가며 우두커니 지내는 일부 중독자 학생들에게 강제와 명령이 묘안이 될 수 없다. 대안학교는 스스로목표를 찾아갈 줄 아는 학생들이 모여 있는 학교이다. 부모나 교사가 자녀 양육이나 교육과정에서 자녀들을 흩트려 놓았다. 자신이 누구인지 모르고 흐트러져 있는 아이들과 함께 2주에 한 번씩 있는 ‘가족관계’에 부모들은 긴 사랑의 대화를 나누어 많은 문제를 놓고 풀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