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 성모의 밤에

작성자 : 후원회 | 조회수 : 3,647 | 작성일 : 2004년 7월 2일

반달이 제법 풍요로워져 하늘에 걸렸다. 성숙해가는 아이들처럼 커가는 달이 더욱 아름답게 보인다. 밤이면 달동무인 별님들도 하나둘 자기를 뽐내는데 유독 오늘은 더 친근감 있게 다가온다. 칠흙같은 캄캄한 밤에 달님과 별님이 쏟아내는 조명은 하늘을 더욱 선명히 빛낸다. 맑은 오월의 맨 끝 시간에, 양업은 성모님과 함께 밤을 지내기로 했다. 늘 한 달이, 하루가 지나감을 아쉬워했는데 접동새도 오늘이 가는 것이 아쉬운지 애잔하게 울어댄다. 오랜만에 성모님께 포커스를 맞추자, 아이들이 좋아하면서도 가출하고 돌아온 아이는 좀 멋쩍어하는 눈치다. 아이가 안심하고 잘도 노는 것은 옆에 어머니가 있어 든든한 것처럼 우리들도 마찬가지이다. 그분께 자주 시간을 내서 예를 드리지 못했으나 성모님은 언제나인 것처럼 '자애로우신 어머니 품으로' 우리를 반기신다. 365일 반복되는 삶 속에서 잊고 지내다가 어느 날 문득 돌아와서는 마치 소나기 부모님을 뵙는 것 같아 무척 송구스럽다. 성모님께 미안한 마음을 덜고 싶은 걸까, 오늘은 모두가 분주해졌다. 학부모, 교사, 학생들이 화관을 만드느라, 마음의 글과 축시를 쓰느라, 학급별로 산과 들에서 야생화로 바구니에 채우느라 바빴다. 금방 손에 쥐기가 무섭게 시들어 보려 고개를 떨군 꽃들은 볼품은 없지만 아이들의 정성을 담은 모습이 아름다웠다.
 
은총의 미사 후, 꽃과 촛불 봉헌을 하면서 성모님도 우리의 얼굴도 함께 피어났다. 학부모, 선생님, 그리고 학생이 대표로 성모니께 드리는 글을 낭송하고 지향을 두어 묵주를 돌리며 기도했다. 한 교사의 글이 인상적이었다.

 "막연한 열정만으로 아이들 앞에서 실수도 많았습니다. 아이들 때문에 울기도 하고 과음을 하기도 했지만 다시금 나를 일으켜 세우는 아이들의 웃는 모습이 지금의 나를 교사로, 형으로, 아버지로 만들어주었습니다. 추억 속에 미처 다하지 못한 제자들의 얼굴이 떠오를 때면 제 자신이 부끄러워지기도 합니다. 그 부끄러움이 맘속에 깊이 자리 잡아 늘 제 자신을 채찍질 하곤 합니다. 바로 이 부끄러움이 양업에 있게 하는 나의 밑거름입니다. 여러분! 삶의 목표와 이루고자 하는 꿈을 꾸며 그 속에서 자유와 자율을 마음껏 누리십시오. 여러문에게 님이 있다면 바로 여러분 자신입니다. 양업은 여러분이라는 님을 성장시키는 어머니입니다. 이제 양업이란햄 속에서 태어나게 했던 어머니를 정감있게 불러보는 양업의 아이들을 그려봅니다."(박선구 교사)
 
제3부 축제의 밤, 철부지들의 잡담하는 소리가 갑자기 청정한 밤 사이를 헤집었다. 뭔가 기대하는 것이 있는 모양이다. 잘 가꾸어진 잔디밭에서 여학생들의 촛불 무용, 댄스부 남학생들의 힙합, 보컬 그룹들의 젋음의 광란이 열기를 뿜었다. 아쉬운지 접는 자리가 더디었다. 수박, 김밥 등 마련한 간식도 푸짐하니 또 어찌 즐겁지 아니한가. 우리 영혼 안에 성모님의 자애로운 마음이 사랑이 되어 오늘 우리 양업의 양식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