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도

작성자 : 후원회 | 조회수 : 3,664 | 작성일 : 2005년 4월 21일

나의 기억 속에서 세계적인 환상의 화원으로는 네델란드의 퀴켄호프, 캐나다 밴쿠버 아일랜드의 부차드 가든이 떠오른다. 한국에서 찾아낸 아름다운 섬은 외도인데 그에 못지않게 아름다운 곳으로 자리하고 있다. 통영의 한 수련관에서 일박을 하고 아침을 맞고 있는데 매물도를 왼종일 안내했던 선장이 또 다시 맛있는 원조 충무김밥을 사들고 숙소로 찾아왔다. 그 분의 친절한 안내로 통영을 빠져나와 거제도로 왔고 외도를  바라볼 수 있는 몽돌해수욕장에 이르렀다. 봄산은 유화를 그려놓은 듯 너무나 예쁜 색채를 뽐내고 있었고, 출렁이는 바다 너머의 외도도 너무 아름다워 들어가 보기로 했다. 이 섬은 한 부부가 그려놓은 그림을 바탕으로 완성된 섬으로 30년 넘게 피와 땀으로 일구어졌다고 한다. 부부는 이 섬을 사들이고 여러 가지 그림을 그렸는데, 그 중에는 아름다움도 있지만 그러기까지의 숱한 역경도 들어있었다. 섬에서 돼지를 사육하다가 돼지파동으로 실패하고, 수만 그루의 밀감나무를 심었지만 동사되는 등 여러 번의 고통이 찾아왔지만 굴하지 않고 나중에는 관상수인 각종 나무를 심기 시작했다. 그리고 십년을 거듭하여 가꾸어갔다. 외도는 아무도 찾아주지 않는 외로운 섬이었으나 부부가 나무와 꽃들을 심고 가꾸며 지켜갔다. 세월이 지나는 동안 부부는 늙어갔고 섬은 세련되어가며 야성미와 인공미가 어우러져 생명의 조화를 이루기 시작했다. 여객선의 접안이 어렵던 시절, 외도의 부부가 무엇을 하고 지내나 궁금해서 손님이 찾아들기 시작했고 그 환상의 섬 체험은 소문으로 번져갔다. 지금은 명소가 되어있는 외도에 여러 대의 연락선이 쉼 없이 해금강을 돌아 사람들을 실어나르고 있다. 섬 면적이 4만여 평인데 상춘객의 사람들로 가득했다. 산 위에서 내려다본 인산인해의 사람들이 모두 봄옷을 입었는데 다채로운 꽃들과 함께 수놓아져 어떤 것이 꽃이고 어떤 것이 사람인지 분간이 안 될 정도였다. “천당은 이런 곳이겠지?” 하며 어린 학생들이 떠들어댄다. 농대 원예학과를 간 졸업생이 생각났다. 어렸을 때 좀 더 많은 곳을 만나며 머릿속에 좋은 그림을 그렸다면 하는 마음에서 떠올려본 것이었다. 부부는 참 좋은 그림을 그렸고 그 그림은 숱한 역경 속에서 완성되었다. 빌게이츠의  컴퓨터 체계 프로그램 개발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고용되었고 이어 富를 창출했듯이, 여기 소박한 한 부부의 꿈은 많은 관광객들에게 신선함을 제공하며 고용 창출을 계속하고 있다. 한 끝수 높다고 아래 학년에게 힘을 자랑하는 아이들, 카인과 아벨의 관계처럼 카인의 모습을 하고 사는 철부지들을 바라보면서 세상은 넓고 할 일이 많은데 왜 그렇게 늘 형이하학적인 부분에 고정되어 사는지, 동물의 본능을 드러내는 아이들에게 어떻게 하면 좋은 그림을 넣어줄 수 있을지 고민한다. 생각을 바꾸면 세상이 보이는데 담배와 술에 매여 있는 청소년들, 그것마저 빼앗기면 더욱 무기력해지는 아이들도 있다. 잠만 자고, 늘어져있고, 인생의 목적 없이 시간을 좀먹는 청소년들이 이런 곳에서 무기력을 떨쳐버리고 싱싱하게 되어 돌아왔으면 한다. 실학주의자들이 지닌 의식의 전환, 그 에너지는 놀라운 발전과 변화를 가져왔다. 이것이 코페르니쿠스적인 전환일까? 외도를 떠나면서 땀 흘린 부부에게 존경의 마음을 표하며 환상의 섬 외도를 마음에 담아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