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이 가져다 준 선물

작성자 : 후원회 | 조회수 : 3,530 | 작성일 : 2005년 7월 16일

나는 남매를 둔 한 부부를 만났습니다. 얼마 전에 중학생인 아들을 뇌종양으로 잃었습니다. 그 부부를 사랑한 많은 이들이 줄을 이어 기도했지만 끝내 세상을 떠났습니다. 아기의 엄마는 “이렇게 빨리 세상을 떠날 줄 알았다면 맑은 공기 마시며 편히 지내다 떠나보낼 걸...” 하며 연신 눈물을 훔쳤습니다. 그 아이는 병상에서 마지막으로 세상을 떠나면서 자기를 지켜보던 아버지에게 이런 말을 남겼다고 합니다. “아버지, 꼭 세례를 받으셔서 하느님의 자녀가 되세요. 아버지가 영세하면 우리 가정은 성가정이 됩니다.” 형제는 아들의 유언에 따라 세례를 받고 하느님의 자녀로 거듭났습니다. 아버지가 세례를 받던 날, 하느님의 자녀로 태어났다는 기쁨보다는 아들을 잃은 슬픔으로 가슴이 미어졌다고 합니다. 나에게 살아갈 목적이 없어졌는데, 가정을 해체하고 다 뿔뿔이 흩어져버렸으면 좋겠는데 그것도 맘대로 안 되더군요. 딸아이가 발목을 잡고 있었기에 나는 더 이상 비참해질 수 없었습니다. 저의 영세 대부는 우리 부부의 위기를 극복하게 해주려고 저에게 M.E.주말을 권했고 억지로 참여했습니다. “주말 내내 ME 과정이 마음에 들어올 리가 없었고, 다 연극하고 놀고 있다, 는 생각으로 마음의 문을 닫아걸고 몇 번이고 도망치려 했습니다. 그런데 주말 내내 무언가가 저를 붙들었습니다. 그럴 때마다 나를 옭아매는 게 원망스러워, 왜 나를 자유롭게 만들어 주지 않는가? 왜 내 코를 꿰게 만드는가? 속으로 외쳤습니다. ME주말 전전날도 대부에게 안 가겠다고 통보하고, 전날에도 가까운 신자 친구와 밤늦도록 술을 마셨습니다. 그런데 저는 주말에 와있었고 끝나는 시간까지 자리에 있었던 것입니다. 도무지 해냈다는 것을 알 수가 없어요.” 듣고 있던 대부의 얼굴에서 힘들었던 시간의 표정들이 묻어나왔다. 나는 식사가 제법 길어질 무렵 말을 받았습니다. “이 훌륭한 식사는 대부님을 비롯하여 기도해준 수많은 신자들이 받아야할 자리인데 내가 엉뚱하게 받고 있습니다. 그 동안 당신의 아픔을 끊임없이 나눈 모든 분들에게 감사드립니다. 나는 주말 내내 침묵 속에서 형제를 바라보았습니다. 여전히 빈 노트장만을 뒤적이며 무관심한 듯 얼굴을 이내 책상에 묻었지요. 나는 형제의 속마음을 읽고 형제의 아픔은 시간을 두고 해결할 문제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럼에도 함께 했던 많은 이들의 사랑과 기도, ME주말을 통해 당신은 훌륭하게 변화하였습니다. 아들로 말미암아 형제는 하느님을 알았습니다. 저는 아들의 마지막 순간에 형제에게 남긴 “아버지, 꼭 세례 받으세요. 아버지가 영세하면 성가정이 됩니다.” 라는 유언을 듣고 놀랐습니다. 이 유언은 떠난 아들이 사랑으로 함께 했던 모든 사람에게 주는 값진 선물이며, 아버지를 성화시키는 동력이었습니다. 감당하기 어려운 일을 통하여 형제는 지금 하느님께로 향하며, 아내를 사랑하고 딸을 지지해주고, 이웃을 향하는 ‘사랑의 토양’을 새롭게 만들어가고 있는 것입니다. 돌밭 같은, 가시덤불 같은 마음의 밭을 감당할 수 없는 고통을 통해 당신을 아주 좋은 양질의 밭으로 만들어 주고 있는 것입니다(마태13.1-9). 어려운 일을 통해 진행되어가는 과정은 저에게도 하느님의 뜻을 읽게 해주었습니다. 또한 아버지의 미래를 믿음의 큰 사람으로 만들어 줄 것이라는 확신을 갖게 합니다.” 말을 마치고 저녁 초대에서 헤어질 시간이 될 무렵, 형제와 그의 아내는 오랜만에 환하게 웃어보였다. 우리도 함께 환하게 웃어보였다. 그 부부를 위해 기도한다. 그리고 지금쯤 하느님 앞에서 환한 웃음을 지어보일 휄릭스에게 이 말을 전하고 싶다. “이제 네 뜻대로 너의 가정이 성가정이 되었구나! 안녕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