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감 당선자

작성자 : 후원회 | 조회수 : 3,591 | 작성일 : 2005년 8월 13일

교육감 당선자를 처음 만난 것은 8년 전의 일이다. 1미터 83센티미터의 훤칠한 키에 호텔 지배인처럼 호의적인 인상이 친근감을 갖게 했다. 8년 전 교장 자격연수를 할 당시에 그는 한국 교원대학교에서 교육연구사로 연수생들의 담임 역을 맞고 있었다. 지금도 그렇지만 당시 그에 대한 느낌은 순박하며, 때 묻지 않은 단정함 속에 묻어나는 인품이 모든 이들을 편안하게 해 주었었다. 연수 시절 식사를 대접해주고, 또한 연수를 마치던 날 연수생들과 함께 속리산 법주사로 현장학습을 떠났고 돌아오던 길에 그분은 연수생들에게 선물을 손에 들려주었다. 선물은 수건이었는데 한쪽엔 ‘축, 교장 자격연수’, 다른 한 쪽엔 ‘교육연구사 이기용 증’ 이라고 인쇄가 되어있었다. 그때 선물의 의미보다는 순수하게 좋은 느낌으로 다가 왔었다. 그분은 교육 연구사로 연수생들을 잘 돌보았다.  그 때의 인연으로 그분에 대한 인상은 왠지 좋게 남아있었다. 그는 세월이 지나 교장이 되었고, 또 교육장이 되었다. 그는 이번 교육감 후보로 자신을 드러냈고 지금은 아무도 예측하지 못한 충북 교육의 수장이 되어 있는 것이다. 그는 온후하면서도 친절하고 매사에 성실하며, 항상 흐트러짐이 없는 정장 예복 차림으로 반듯함의 이미지를 세월 따라 만들어 갔을 것이다. 이는 많은 이들의 마음속에 자연스럽게 각인되어 가고 있었을 것이다.
 사람은 누구나 ‘됨’이 아니라 ‘되어가는’ 과정에 있다. 자신을 만들어 가는 것은 많은 부분 자신에게 달려 있다. 모든 이가 적임자를 필요로 하여 찾고 있을 때 사람들 속에 자신을 겸손되이 드러냈던 것이다. 매일을 충실히 살았던 그는 내일을 목표하여 철저히 준비했기에 허둥댐 없이 차분하게 또 다른 모습으로 훌륭히 서 있음을 본다. 많은 경우 사람들은 아무 목표 없이 지내며 내일이 나에게 또 있겠지 하며 살아간다. 가는 세월을 붙잡지 못하고 성실하게 살지 못했던 사람들은 말할 것이다. 자신을 원망하기 전에 남에게 불평하고 허물은 내 탓이 아니라 주변 사람들에게 있다고. 지난 세월 함께 하며 나를 채찍질하고 붙들어 주지 않아서 그랬다고 나무랄 것이다. 누구에게나 세월은 똑같이 주어진다. 8년 전 교육 연구사로 인간관계를 돈독히 했던 모습을 떠올려본다. 그 작은 선물에 담긴 그 분의 마음은 훈훈한 마음으로 되돌아가 그를 피어나게 한 것이다. 실천 교육자로서 교육을 위해 아름답게 생을 마감한 고 김천호 교육감의 갑작스런 이별과 그로 인한 텅 빈 공간의 충격 속에서 충북 교육의 든든한 수장이 과연 누가 될까, 솔직히 많은 이들이 걱정을 했었다. 8명의 후보 중 아무도 누가 교육감이 될 거라는 예측을 할 수 없었지만 사람들은 옥을 꺼내 주었다. 앞서 떠나신 교육감 자리가 너무나 큰 자리여서 텅 빈 마음이었는데 떠나신 분의 덕이 다시 살아나 큰 축복으로 우리들에게 돌아오는 듯해서 다행이다. 열심히 노력한 그분의 세월에 대해 존경을 표하며 또 다시 새롭게 태어난 교육의 수장자리가 자랑이고 기쁨이 될 것이라 확신하며 기도한다. 나는 오늘 있었던 일을 양업인들에게 들려주어야겠다. 중국 송나라 시대의 朱憙의 『勸學文』에 나오는 글귀가 생각난다. 勿謂今日不學有來日 勿謂今年不學有來年 日月逝矣 歲不我延 嗚呼老矣 是誰之愆, “오늘 배우지 아니하고 내일이 있다고 말하지 말고, 금년에 배우지 아니하고 내년이 있다고 이르지 말라. 세월은 나를 기다려 주지 않는다. 오호라 내가 늙었구나, 이 누구의 허물인고?” 성실하게 살아가는 자만이 우리 가운데 훌륭한 열매로 당당히 서 있을 거라고 말해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