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안학교가 좋다.

작성자 : 후원회 | 조회수 : 3,413 | 작성일 : 2005년 9월 8일

2학기가 막 시작하고 있는 점심식사 시간이었다. “1, 2학년 때는 몰랐습니다. 3학년이 되어서야 대안학교가 정말 좋다는 생각을 자주 합니다. 몇 번이고 일반학교가 그리워 돌아가고 싶었던 때도 여러 번이었습니다. 자유와 방종이 구분이 되질 않았고, 신부님의 군자 같은 말씀도 저에게 아무 도움이 되질 않았습니다. 왜 마음에도 와 닿지 않는 말을 저렇게 들려주시는 걸까? 왜 우린 힘든 등산을 해야 하고, 남과 만나며 하기 싫은 봉사활동을 해야 하고, 그 너른 세상으로 내어 쫓고는 오관으로 체험하도록 했는지 이제는 알아요.”하며 웃음 짓는 복선이다. 나는 옥을 발견한 듯 내심 기뻐하며, “너야말로 대안학교 용이다. 난 그동안 많은 학생들을 졸업시켰지만 너 같이 기억 속에 남을 만한 학생들이 그리 많지 않았단다. 나는 기억에 남는 졸업생들을 존경하기까지 한다.”라고 칭찬을 해주었다. “신부님, 제가 자유가 무엇인지도 모르고 제 멋대로 방종하고 있을 때에도 부모님은 중심을 잡고 저를 믿어주었습니다.” 자기 부모님 칭찬도 한다. “자녀를 망치는 것은 부모의 지나친 사랑 때문이란다. 자주 중심을 잃어버리고 자녀를 과잉보호하게 되지”, “3년이 다 가고 있는 요즘, 제  안에서 많은 좋은 것들을 꺼내고 있는 자신을 보고 놀랍니다. 일반학교 아이들처럼 고등학교 3년의 세월을 교실에서 보냈다면 경험된 삶의 세계가 없어 무엇인가 논하고 주장을 하는 데도 이론에 그쳐서 감동과 호소력을 갖지 못할 것입니다. 그런데 저는 대안학교의 삶을 통해 크고 작은 다양한 경험세계가 있기에 무한대로 많은 것을 자신 있게 꺼내고 종합하여 정리하는 자신을 봅니다.”, “그래, TV프로 ‘아침마당’이 있지. 그 프로의 출연자들을 보면 바로 너 같이 삶 속에서 자연스럽게 꺼내는 경험이 시청자들에게 감동을 주지. 지금 자네가 경험한 삶을 이웃에게 진솔하게 이야기하면 감동을 주겠지.” 복선이는 교무실로 자주 논술주제를 들고 왔다. 예를 든다면 “황우석 교수의 생명복제 연구”란 주제를 놓고, 나는 이런 주장인데 신부님의 의견은 어떻습니까 하고 묻곤 한다.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라고 이야기 해주면 저도 그런 생각입니다, 하고는 신나하는데 마치 어른의 생각을 꿰뚫고 있는 듯했다. “어떻게 그런 폭 넓은 생각을 했지?”라고 물어보면 “제가 체험한 것들 안에서 찾아내어 종합한 결과물입니다.”라고 대답을 하는 것이었다. “철없이 마구잡이로 뛰어 놀다가도 어느 날인가 자신을 당당히 세우라는 마음의 소리를 듣습니다. 그럴 때에는 나의 모습이 더욱 빛나고 자랑스럽습니다. 참으로 3년의 대안학교 생활은 저에게 많은 것을 가르쳐 주었습니다. 자생력을 키워주었고, 주도적이고 자발적으로 내 미래를 열어갈 갈 힘을 갖게 해주었습니다. 그 힘은 상대방에게 해가 되는 물리적이고 파괴적인 것이 아니라 권위에 가까울 만큼 정신적이며 건강하고 풍성한 생명으로 내재되고 그 생명은 또 다른 생명을 만들 힘이 됩니다.”
복선이는 자랑스런 또 하나의 양업인이다. 우리 둘의 이야기를 부러운 듯 듣고 있던 옆의 학생에게 말해 주었다. “자네도 지나 간 날이 어려웠지. 앞으로 진솔한 모습으로 당당히 선다면 그 동안의 허물은 오히려 감동과 생명력을 지니는 큰 재산이 될 거야.” 라고 더불어 격려해 주었다. 점심식사시간이 제법 길어졌지만 맛있는 식사가 되었다.